아주 편안한 죽음 을유세계문학전집 111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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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나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죽는 일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어 죽는 일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겪어 보지 못한 죽음이기에 어떻게 죽는 것이 좋은지 가늠이 서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좋은, 혹은 멋진 죽음을 맞기 위한 준비에 적극적인 사람도 그리 흔치는 않은 것 같습니다.


시몬 드 보부아르가 쓴 <아주 편안한 죽음>을 고른 것은 죽음에 대한 공부의 일환입니다. 1963년 작가의 어머니가 욕실에서 넘어져 대퇴골 목 부분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는데,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말기 암이 발견되었고, 그로 인해 장폐색증이 생겨 죽음에 이르는 동안 환자, 가족, 의료진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섬세하고도 담담한 필치로 적어내려 갔습니다. 성장과정에서 부모님과 자매 사이의 관계도 돌이켜보았는데, 아마도 임종에 즈음하여 어머니와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이 아주 편안한 죽음이었다고 작가는 술회했습니다만, 19세기 중반의 프랑스의 병원 풍경과 21세기 초반의 그것은 사뭇 다른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의료진은 물론 가족들 모두 말기암으로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환자에게 감추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는 재수 없게 넘어져 고생하고 있고, 조만간 퇴원하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또 그래야 한다는 집념을 보였습니다.


병원 근무자들은 환자의 존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진료의 편의성만을 중시했던 것 같습니다. “물리 치료사가 침대로 다가와 이불을 걷어 올리고는 엄마의 왼쪽 다리를 붙잡았다. 그러자 잠옷이 벌어지면서 얼떨결에 쭈글쭈글하고 잔주름이 진 복부와 한 오라기의 털도 없는 음부가 드러났다. ‘이제 내가 부끄러워할 건 아무 것도 없잖니.’ 엄마는 당황한 듯 말했다.(25)” 선친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병원에 오래 입원하셨는데, 간병하는 분에게 속살을 보여야 하는 상황을 아주 치욕적으로 생각하셨습니다. 환자중심진료를 내세우고 있는 요즘에는 환자의 존엄성을 지켜드리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관하고 있는 환자경험평가가 시작되면서 그런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환자에게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감춘 것도 그렇고, 개복수술을 하는 과정에서도 환자에게는 복막염을 치료하기 위해서 수술한다고 속인 것입니다. 심지어는 가족들에게도 병명을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작가 역시 종양으로 소장이 막혔다고 알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환자에게 행하는 시술의 목적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지 않은 듯합니다. 작가는 주치의인 듯한 N박사에게 왜 관을 삽입하는 겁니까? 더 이상 살 가망이 없다면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어머니를 괴롭히는 거죠?’라고 물었습니다. “그는 매서운 눈으로 나를 쏘아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전 제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겁니다.’ 그는 문을 밀치면서 들어가 버렸다. () ‘새벽까지만 해도 어머니께서 고작해야 네 시간 정도 사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제가 다시 살려 드린 겁니다.’(36-37)”


과연 N박사는 죽어가는 사람을 되살린 것이 맞았을까요? <아주 편안한 죽음>이라는 이 책의 제목대로 작가의 어머니는 아주 편안한 죽음을 맞은 것일까요? 대퇴골 목 부분의 골절을 입어 입원한 병원에서 뒤늦게 발견된 암으로 인한 소장폐색을 꼭 수술해야 했을까요? 수술 후에 수술부위가 아물지 않아서 고통을 받다가 임종을 맞은 것을 보면, 수술 없이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통증관리나 수액요법 등으로 편하게 해드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환자가 비겁하게 나도 모르게 수술을 하다니!(67)’라고 화를 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수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환자 혹은 환자 가족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 수술을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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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 - 열정적인 합리주의자의 이성 예찬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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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는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과학적 논증을 통하여 증명한 과학자입니다. 아마도 그 논증을 기대하면서 고른 책읽기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은 리처드 도킨스의 두 번째 수필집으로, 30여년 간에 걸쳐 강연회, 행사 개막식, 각종 매체, 심지어는 장례식과 추모회 등에서 이야기한 내용 등에서 고른 41편의 짧고 긴 글들을 8개의 묶음으로 나누어 실었습니다. 내용은 복잡한 진화론에서부터 과학자의 가치관, 종교, 미래 예측, 개인적인 삶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의 원제목은 <영혼 안의 과학(Science in the Soul)>입니다. 이 제목은 마이클 셔머의 책 <과학의 영혼(The Soul of Science)>에서 과학에 영혼을 불어넣은 리처드 도킨스에게 바친다는 헌사를 달았던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옮긴이는 이 책에 묶인 글들은 집필 시점이 30년에 걸쳐 있는 과거의 글들이지만 전혀 낡은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실을 적대시하는 비이성적 사고가 팽배한 탈진실 시대, 새로운 유행병과 기후변화 같은 긴급한 과제에 대처하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는 도킨스 같은 이성의 변호인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지 않을까?(629)”라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세월에 걸쳐 발표한 글들 가운데 일부만을 골라서 책으로 엮어내는 경우에는 읽는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각각의 글을 개별적으로 읽고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할 수도 있겠지만, 책읽기를 산만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느낌은 편집자가 편집자 서문의 마지막 부분에 적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듯하여 아쉽습니다. 바로 이 대목입니다. “이 책에 실린 어느 에세이에 조화를 이루는 부분들은 서로가 존재할 때 번성하고, 여기서 조화로운 전체라는 환상이 생겨난다라고 절묘하게 표현되어 있는 상태를 이 책이 구현한다면, 이 책의 또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31)”


편집을 맡은 질리언 소머즈케일즈는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의 편집을 맡았던 인연이 있다고 합니다. 아마 그런 인연으로 편집자 서문을 적고, 각장의 앞부분에는 해당 장에 실린 글들의 성격을 요약하는 글을 붙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1과학의 가치관()’에 묶인 글들은 이것은 과학을 위한 선언문이자 그 대의명분을 위해 무장하라는 명령이다라고 요약합니다. 상당히 긴 과학의 가치관과 가치관의 과학은 일견해서는 같은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개념의 차이를 분명하게 정리해놓았습니다. , 과학의 가치관에는 과학자들이 가지고 있어야 할 가치관이라는 약한 의미와 과학 지식이 마치 성서라도 되는 양 거기서 직접적으로 어떤 가치관을 유도한다는 강한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가치관의 과학은 우리의 가치관이 어디서 오는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2무자비의 극치에서는 진화론과 관련된 내용들입니다. 도킨스가 어떤 글에서 진화는 무자비의 극치인 자연선택에 의하여 일어난다라고 언급한 데서 가져온 제목으로 보입니다. “그 이론(진화론)이 두 과학자(다윈과 월리스)의 보기 드문 신사적 행동으로 시작되었는지, 그 이론이 어떻게 작동하고 그 힘과 타당성이 어디까지 확장되는지, 그리고 얼마나 발전했고 어떻게 오해되고 있는지 보여준다(166)”라고 요약하였습니다. 진화론의 개념은 다윈과 월리스가 독자적으로 설계했지만, 완성단계에서 월리스가 다윈에게 이론에 대한 자문을 요청하였고, 다윈은 진화론을 두 사람의 공동의 업적으로 하는 신사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미적분의 개념을 누가 처음 완성했는가를 두고 영국이 뉴턴과 독일의 라이프니츠가 오랫동안 시비를 가렸던 것과 대조적이라 하겠습니다. 3부에서 7부까지의 글들은 종교와 신에 관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신의 존재에 관한 과학적 논증이 많이 아쉬웠다는 느낌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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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 - 르네상스 천재들의 치열한 각축전과 그들의 삶
로스 킹 지음, 신영화 옮김 / 도토리하우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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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에서 시스티나 경당을 구경한 것이 벌써 4년이 지났습니다. 바티칸 측은 천장화는 사진을 찍을 수 없도록 금하고 있습니다. 천장화가 그려진 예배당에 들어갔더니 걸음을 옮길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하나 같이 목을 한껏 뒤로 꺾어 천정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겨우 자리를 잡고 고개를 꺾어 천장화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천장화는 생각보다 작았고, 천장이 너무 높아서 그림의 세밀한 점을 구별할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시스티나 성당을 보지 않고서는, 한 사람의 인간이 해낼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상상할 수가 없다”라고 했던 괴테의 심중을 알 듯 말 듯합니다.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을 읽은 것은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대성당의 천장화를 그리게 된 과정을 담았다고 해서였습니다. 스스로를 ‘르네상스 시대 덕후’라고 주장하는 김지윤 박사는 ‘천정화를 둘러싼 거대한 르네상스 시대의 대하드라마’라고 이 책의 성격을 정의합니다. 나아가 저자인 로스 킹의 작품들 가운데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은 ‘치밀한 고증을 거친 역사적 사실의 역동적인 배치는 이 작품에서 가장 빛을 발한다.(5쪽)’라고 정의하였습니다.

 

 

바티칸은 14세기 중반부터 각종 미사와 의전을 마조레 경당에서 치렀는데, 15세기 들어 건물이 노후화되면서 212대 교황 식스투스 4세(Sixtus PP. IV; 재위 1471~1484년)는 마조레 성당을 헐고 새 경당을 지었다. 공사는 1473년에 시작하여 1483년 성모승천대축일에 축성되었다. 경당의 크기는 길이 40.23m 너비 13.41m로 구약성서에 기록된 솔로몬의 예루살렘 성전의 치수에 따른 것이다. 이는 바티칸이 예루살렘을 대신하는 새로운 성전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새로 지은 경당은 교황의 이름을 따서 시스티나 경당(Capella Sistina)이라고 했습니다.

 

 

시스티나 경당 내부의 프레스코 벽화는 1480년, 교황청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으로 라파엘로의 스승 페루지노, 미켈란젤로를 가르쳤던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산드로 보티첼리, 루카 시뇨렐리 등 로렌초 데 메디치가 후원하던 피렌체 화가들을 보내 그렸다. 모세와 예수의 생애에서 공통된 부분을 골라 남쪽과 북쪽 벽에 각각 6개, 동쪽과 서쪽에 각각 1개씩 도합 14개의 성화를 그렸다. 다만 서쪽 벽에 그려진 ‘강에서 발견된 모세’와 ‘그리스도의 탄생’은 미켈란젤로가 ‘최후의 심판’을 그리기 위하여 지워졌습니다.

 

 

시스티나 경당은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를 비롯하여 카펠라 파파리스(Capella papalis), ‘교황의 제식에 참여하는 단체’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예배 장소인데, 미사에는 교황을 비롯하여 추기경, 구죠 등 200여명의 고위 성직자들이라고 합니다.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을 읽어보면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경당의 천장화를 그리게 된 배경부터 모종의 음모가 개입되었다는 주장입니다. 미켈란젤로는 그때까지 프레스코화를 그려본 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제216대 교황 율리우스2세(Iulius PP. II, 재위 1503~1513년)는 미켈란젤로에게 자신의 영묘를 건설하는 일을 맡겼다가 중간에 시스티나 경당의 천장화를 그리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세상사란 참 미묘한 힘이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원래 시스티나 경당의 천정에는 파랑색으로 바탕을 칠하고 금빛별을 그려 넣었던 것인데, 1504년 건물 구조에 문제가 생겨 천정에 금이 갔고, 보수작업을 하던 중에 천장화에 손상이 가해졌다. 교황은 이참에 천장화를 새로 그리기로 하고 미켈란젤로에게 맡겼던 것입니다. 교황은 12사도를 그려달라고 주문했지만, 창세기, 예수의 조상, 예언자와 시빌라, 이뉴디와 메달리온 등에 이르기까지 장대한 내용을 반영하겠다는 미켈란젤로의 구상을 승인하여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경당의 천장화를 그리는 사이에 율리우스2세 교황은 교황청이 권한을 강화하기 위하여 베네티아 공화국, 프랑스 등과의 전쟁에 나서는 등 우여곡절이 이어졌고, 건강상의 문제까지 겹쳐 천장화 작업이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율리우스2세가 죽음을 맞기 전인 1512년 완성하여 교황의 축하미사 뒤에 일반에 공개되었습니다. 시스티나 경당의 천장화의 상세한 설명은 나무위키의 <시스티나 경당; 시스티나 경당 - 나무위키 (namu.wiki)>을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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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넘브라의 24시 서점
로빈 슬로언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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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은 <희귀본 살인사건>과 닮은 듯 사뭇 다른 이야기입니다. 누리망 서점도 아닌 일반 서점이 24시간 문을 여는 사연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의 주인공도 실직하는 바람에 새로이 직장을 구한 재넌이라는 청년입니다. <희귀본 살인사건>의 무대가 되는 갈라진 책등(The cracked spine)’에서는 일반서적도 취급하면서 희귀본을 구해서 인연이 닿는 사람들에게 연결해주는 서점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싼 희귀본을 둘러싸고 일어난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페넘브라 24시 서점의 경우는 그야말로 비밀스러운 데가 많은 서점입니다. 물론 일반서적도 취급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그보다도 뒷방의 서가에 꽂혀있는 뒤쪽 목록과 찾는 사람들이 바로 비밀스러운 존재입니다. 특히나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이 뒤쪽 목록의 책을 살펴보거나 열어보면 안된다는 근무수칙이 있다는 것입니다.


뒤쪽 목록과 그 책들을 읽는 사람들의 비밀을 이 서점에 취직한 재넌이 밝혀낸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줄거리입니다. 알고 보니 이런 서점이 샌프란시스코 외에도 세계 곳곳에 있을뿐더러 그 뿌리가 5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저도 찾아가본 적이 있는 베네치아에 뿌리를 둔 이야기인 것입니다. 15세기 말 베네치아의 알두스 마누티우스는 출판업을 혁신한 인물로 꼽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많이 사용하지 않는 이탤릭체를 개발하는 등 인쇄, 출판과 관련한 혁신적인 일을 많이 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재넌은 예술학교를 졸업하고 구글출신 사장이 경영하는 회사에서 디자인 일을 시작하였지만, 불황을 맞으면서 회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경력도 쌓지 못하고 실업자 신세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찾은 직장이 바로 페넘브라 24시 서점입니다. 주인공이 가진 다양한 인맥을 비롯하여 구글의 지원을 이끌어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면 이야기가 왜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되어야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사회적 분위기를 암시하는 서사구조는 15세기 베네치아에서 시작된 일을 미국 동부의 뉴욕에 있는 회사 페스티나 렌테가 이어받은 것은 전통을 고수하려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과제로 내려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최신의 기법을 반영할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가진 페넘브라씨가 샌프란시스코 서점을 책임진 것도 변화를 주도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했을 것입니다.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의미의 페스티나 렌테(FESTINA LENTE)는 로마 황제 아우구스티누스의 인생문장인 “FESTINA LENTE! Cras ingens iterabimus aequor!(천천히 서둘러라! 그리하면, 내일은 큰 파도를 타리라!)”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궁금했던 점은 페스티라 렌테의 상징인 부러지지 않은 책등은 어떤 단어였을까 입니다. <희귀본 살인사건>의 무대인 ‘The cracked spine’이 갈라진 책등이라는 의미였던 것을 보면 ‘Uncacked spine’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페스티나 렌테에 속한 회원들의 고유번호, 예를 들면 6HV8SQ, 6WNJHY 등은 도서관에서 책을 분류하는 기호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요약을 해보면 베네치아의 출판업자 알두스 마누티우스가 남긴 암호책을 해독하여 영생을 얻기 위하여, 500년의 이어온 고전적인 방식을 고수하려는 코르비나씨와 구글 등 새로운 문제해결방식을 적용하려는 페넘브라씨의 철학이 대결하는 양상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구글의 문제해결방식이나 부록처럼 등장하는 박물관의 유물관리 체계, 그리고 재넌이 해결했다는 알두스 마누티우스의 비밀이 완벽학 이해되지 않은 채 남아있어 조금을 깨름칙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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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심리학 실험실 - 집에서도 할 수 있는 50가지 초간단 심리실험
마이클 A. 브릿 지음, 류초롱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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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심리학 분야가 주목받고 있는 듯합니다. 일상의 긴장으로 인하여 오는 심신의 문제를 심리상담을 통하여 해결하려는 경향을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인 듯합니다. 인간의 심리의 본질을 살펴보려는 다양한 실험들이 있습니다. 이런 실험들은 일정한 조건을 갖춘 장소에서 심리학 전문가들에 의하여 주도되고, 그 결과는 전문적인 학술지에 발표되곤 합니다.

 

<방구석 심리학 실험실>은 기술과 학습의 접목을 고민하는 심리학박사 마이클 A 브릿이 쓴 책입니다. 저자는 뉴욕주립대학에서 심리학박사를 마치고 마리스트대학에서 심리학 종신교수로 일했다고 합니다. 실험수업과 학습과정에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관한 앱을 다수 만들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방구석 심리학 실험실>에서는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심리학 실험 50가지를 소개합니다. 집에서 하는 실험이라서 과학적인 관점에서는 많이 부족한 점이 있겠습니다. 예를 들면, 통제집단이나 공정한 관찰자가 없을 수밖에 없고, 변수가 분명치 않거나 측정되지 않으며, 따라서 통계적으로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합니다. 다만 “(실험과정을) 주의 깊게 관찰함으로써 ‘왜’에 대한 질문에 좀 더 확신을 갖고 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실험에 대하여 설명하기에 앞서 심리학 실험이란 무엇인가를 먼저 설명합니다. 이 책에서도 일부는 소개되어 있는 이상한 연구, 놀라운 연구, 기발한 연구, 중대한 연구의 사례들을 먼저 소개합니다. 이어서 인지부조화, 사회적 역할, 학습된 무기력, 로르샤흐 그림검사, 거짓말 탐지기, 행동수정 등, 심리학 실험의 개념들을 설명합니다. 이어서 사전동의서, 철회의 자유, 사후설명과 후속조치 등 참가자를 존중하기 위하여 지켜야 할 조항들을 설명합니다. 실험으로 인하여 겪을 수 있는 위험과 얻을 수 있는 이득을 고려하여 실험이 윤리적인가를 따져봐야 하고, 심리학 실험의 윤리적 딜레마를 설명합니다.

 

첫 번째 실험은 이반 파블로프가 처음 해본 고전적 조건형성을 살펴보았습니다. 큰 상자 안에 제목이 있고, 그 아래에는 저자 나름대로의 해석을 붙여놓았습니다. 그리고 상자 아래에는 심리실험의 개념, 연구의 이름, 이 실험을 처음 완성한 과학자 혹은 연구자의 이름을 적어놓았습니다. 본문의 첫 부분은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심리실험에 뽑은 배경을 요약해두었습니다. 그리고 원래실험의 개요를 정리해놓았습니다. 이어서 집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실험의 개요를 설명합니다. 준비물, 실험방법을 설명하였는데,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실험을 하여 비교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당연히 실험으로 얻을 수 있는 결과를 적었고, 실험의 의미로 마무리합니다.

 

두 번째 실험인 댄 애리얼 리가 설계한 일관된 우연이라는 실험으로 앵커링 효과를 활용한 “예상보다 돈을 많이 쓰게 되는 이유”와 같은 심리실험은 집에 온 몇 명의 친구들과 함께 해보면 재미있을 내용입니다. 하지만 20명 가까운 참가자가 필요하고 ‘너 진짜 멍청하다’라는 부제가 달린 것처럼 실험의 결과에 따라 참가자들의 감정에 영향을 미칠만한 실험을 집에서 간단하게 하기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억과 관련된 심리실험은 저도 집이나 직장에서 해보려 합니다. 예를 들면, 네 번째 실험인 ‘당신의 기억력은 생각보다 좋다’거나 다섯 번째 실험 ‘목격의 재구성’, 여섯 번째 실험 ‘문턱을 넘으면 까먹기 일쑤’ 등입니다.

조너선 D 스펜서가 쓴 <마테오 리치의 기억의 궁전>과 같은 기억에 관한 책이나 기억력 시합 등의 참가자들이 이야기하는 장소 기억법에 관한 실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장소 기억법을 훈련하는 방법을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보니 기억력을 대상으로 한 실험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써보려 하는 기억에 관한 책에서도 다루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심리학 실험에 관심을 가진 분들도 읽어보시고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실험을 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실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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