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넘브라의 24시 서점
로빈 슬로언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읽은 <희귀본 살인사건>과 닮은 듯 사뭇 다른 이야기입니다. 누리망 서점도 아닌 일반 서점이 24시간 문을 여는 사연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의 주인공도 실직하는 바람에 새로이 직장을 구한 재넌이라는 청년입니다. <희귀본 살인사건>의 무대가 되는 갈라진 책등(The cracked spine)’에서는 일반서적도 취급하면서 희귀본을 구해서 인연이 닿는 사람들에게 연결해주는 서점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싼 희귀본을 둘러싸고 일어난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페넘브라 24시 서점의 경우는 그야말로 비밀스러운 데가 많은 서점입니다. 물론 일반서적도 취급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그보다도 뒷방의 서가에 꽂혀있는 뒤쪽 목록과 찾는 사람들이 바로 비밀스러운 존재입니다. 특히나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이 뒤쪽 목록의 책을 살펴보거나 열어보면 안된다는 근무수칙이 있다는 것입니다.


뒤쪽 목록과 그 책들을 읽는 사람들의 비밀을 이 서점에 취직한 재넌이 밝혀낸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줄거리입니다. 알고 보니 이런 서점이 샌프란시스코 외에도 세계 곳곳에 있을뿐더러 그 뿌리가 5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저도 찾아가본 적이 있는 베네치아에 뿌리를 둔 이야기인 것입니다. 15세기 말 베네치아의 알두스 마누티우스는 출판업을 혁신한 인물로 꼽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많이 사용하지 않는 이탤릭체를 개발하는 등 인쇄, 출판과 관련한 혁신적인 일을 많이 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재넌은 예술학교를 졸업하고 구글출신 사장이 경영하는 회사에서 디자인 일을 시작하였지만, 불황을 맞으면서 회사가 문을 닫는 바람에 경력도 쌓지 못하고 실업자 신세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찾은 직장이 바로 페넘브라 24시 서점입니다. 주인공이 가진 다양한 인맥을 비롯하여 구글의 지원을 이끌어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면 이야기가 왜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되어야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의 사회적 분위기를 암시하는 서사구조는 15세기 베네치아에서 시작된 일을 미국 동부의 뉴욕에 있는 회사 페스티나 렌테가 이어받은 것은 전통을 고수하려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과제로 내려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최신의 기법을 반영할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가진 페넘브라씨가 샌프란시스코 서점을 책임진 것도 변화를 주도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했을 것입니다.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의미의 페스티나 렌테(FESTINA LENTE)는 로마 황제 아우구스티누스의 인생문장인 “FESTINA LENTE! Cras ingens iterabimus aequor!(천천히 서둘러라! 그리하면, 내일은 큰 파도를 타리라!)”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궁금했던 점은 페스티라 렌테의 상징인 부러지지 않은 책등은 어떤 단어였을까 입니다. <희귀본 살인사건>의 무대인 ‘The cracked spine’이 갈라진 책등이라는 의미였던 것을 보면 ‘Uncacked spine’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페스티나 렌테에 속한 회원들의 고유번호, 예를 들면 6HV8SQ, 6WNJHY 등은 도서관에서 책을 분류하는 기호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요약을 해보면 베네치아의 출판업자 알두스 마누티우스가 남긴 암호책을 해독하여 영생을 얻기 위하여, 500년의 이어온 고전적인 방식을 고수하려는 코르비나씨와 구글 등 새로운 문제해결방식을 적용하려는 페넘브라씨의 철학이 대결하는 양상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구글의 문제해결방식이나 부록처럼 등장하는 박물관의 유물관리 체계, 그리고 재넌이 해결했다는 알두스 마누티우스의 비밀이 완벽학 이해되지 않은 채 남아있어 조금을 깨름칙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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