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 - 열정적인 합리주의자의 이성 예찬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1년 4월
평점 :
리처드 도킨스는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과학적 논증을 통하여 증명한 과학자입니다. 아마도 그 논증을 기대하면서 고른 책읽기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은 리처드 도킨스의 두 번째 수필집으로, 30여년 간에 걸쳐 강연회, 행사 개막식, 각종 매체, 심지어는 장례식과 추모회 등에서 이야기한 내용 등에서 고른 41편의 짧고 긴 글들을 8개의 묶음으로 나누어 실었습니다. 내용은 복잡한 진화론에서부터 과학자의 가치관, 종교, 미래 예측, 개인적인 삶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의 원제목은 <영혼 안의 과학(Science in the Soul)>입니다. 이 제목은 마이클 셔머의 책 <과학의 영혼(The Soul of Science)>에서 ‘과학에 영혼을 불어넣은 리처드 도킨스’에게 바친다는 헌사를 달았던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옮긴이는 “이 책에 묶인 글들은 집필 시점이 30년에 걸쳐 있는 과거의 글들이지만 전혀 낡은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사실을 적대시하는 비이성적 사고가 팽배한 탈진실 시대, 새로운 유행병과 기후변화 같은 긴급한 과제에 대처하기 위해 지금 우리에게는 도킨스 같은 이성의 변호인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지 않을까?(629쪽)”라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세월에 걸쳐 발표한 글들 가운데 일부만을 골라서 책으로 엮어내는 경우에는 읽는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각각의 글을 개별적으로 읽고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할 수도 있겠지만, 책읽기를 산만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느낌은 편집자가 편집자 서문의 마지막 부분에 적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듯하여 아쉽습니다. 바로 이 대목입니다. “이 책에 실린 어느 에세이에 ‘조화를 이루는 부분들은 서로가 존재할 때 번성하고, 여기서 조화로운 전체라는 환상이 생겨난다’라고 절묘하게 표현되어 있는 상태를 이 책이 구현한다면, 이 책의 또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31쪽)”
편집을 맡은 질리언 소머즈케일즈는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의 편집을 맡았던 인연이 있다고 합니다. 아마 그런 인연으로 편집자 서문을 적고, 각장의 앞부분에는 해당 장에 실린 글들의 성격을 요약하는 글을 붙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1부 ‘과학의 가치관(들)’에 묶인 글들은 ‘이것은 과학을 위한 선언문이자 그 대의명분을 위해 무장하라는 명령이다’라고 요약합니다. 상당히 긴 ‘과학의 가치관과 가치관의 과학’은 일견해서는 같은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개념의 차이를 분명하게 정리해놓았습니다. 즉, 과학의 가치관에는 과학자들이 가지고 있어야 할 가치관이라는 약한 의미와 과학 지식이 마치 성서라도 되는 양 거기서 직접적으로 어떤 가치관을 유도한다는 강한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가치관의 과학은 우리의 가치관이 어디서 오는지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2부 ‘무자비의 극치’에서는 진화론과 관련된 내용들입니다. 도킨스가 어떤 글에서 “진화는 ‘무자비의 극치’인 자연선택에 의하여 일어난다”라고 언급한 데서 가져온 제목으로 보입니다. “그 이론(진화론)이 두 과학자(다윈과 월리스)의 보기 드문 신사적 행동으로 시작되었는지, 그 이론이 어떻게 작동하고 그 힘과 타당성이 어디까지 확장되는지, 그리고 얼마나 발전했고 어떻게 오해되고 있는지 보여준다(166쪽)”라고 요약하였습니다. 진화론의 개념은 다윈과 월리스가 독자적으로 설계했지만, 완성단계에서 월리스가 다윈에게 이론에 대한 자문을 요청하였고, 다윈은 진화론을 두 사람의 공동의 업적으로 하는 신사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미적분의 개념을 누가 처음 완성했는가를 두고 영국이 뉴턴과 독일의 라이프니츠가 오랫동안 시비를 가렸던 것과 대조적이라 하겠습니다. 3부에서 7부까지의 글들은 종교와 신에 관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신의 존재에 관한 과학적 논증이 많이 아쉬웠다는 느낌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