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찬욱 감독의 2016년작 영화 <아가씨>2018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비평가협회상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였다고 합니다. 제가 영화는 보지 못했습니다만, 이 작품으로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받은 김태리 배우가 출연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열심히 보았던 기억은 있습니다.


마침 읽게 된 영국 작가 새라 워터스의 <핑거 스미스>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원작소설이라고 해서 관심이 가게 되었습니다. 1860년대 영국의 런던의 래트 거리와 런던에서 40떨어진 브라이어를 무대로 전개되는 레즈비언 역사 스릴러소설이라고 했습니다. 런던의 래트 거리는 도둑들의 소굴이었다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브라이어에 사는 젊은 아가씨 모드를 꼬여내는 결혼사기극을 준비합니다. 핑거스미스란 도둑을 의미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속어라고 합니다. 삼촌의 집필을 도와주는 세상물정 모르는 모드가 젠틀먼이라고 부르는 사기꾼 리버스에 홀려서 사랑의 도피행을 하도록 수가 지원하게 된 것입니다.


이야기의 초반에는 래트 거리에 사는 하층민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이어서 브라이어에서는 부자 삼촌과 함께 사는 아가씨를 모시는 과정을 묘사하면서 부자들의 삶을 그려냅니다. 빅토리아시대의 다양한 계층의 영국 사람들이 사는 모습, 그 속에 숨어있는 민낯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무려 832쪽에 이르는 만큼 이야기의 구조가 다양하게 변주됩니다. 변주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 전혀 예상치 않은 반전이 거듭되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그 이야기는 사기꾼들이 사전에 모의한대로 진행이 되어 모드 아가씨와 리버스는 사랑의 브라이어의 성을 빠져나가 사랑의 도피행에 오르고, 근처의 교회에서 결혼식까지 올리는데 성공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모드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이었는데, 그 장면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을 두었던 것입니다.


당시 영국의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은 불과 얼마 전까지 아니면 지금도 어느 정신병원에선가 벌어지고 있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환자 개인의 인권을 짓밟고, 형식적인 치료로 정신과적 문제는 전혀 개선될 것 같지 않은, 그저 정신질환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전근대적 정신의료의 전형을 보는 듯했습니다.


반전이 일어났다는 것은 사전에 독자들에게 알려진 음모와는 다른 새로운 음모가 기획되었다는 것인데, 새로운 음모를 기획한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이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신분이 몽땅 바뀌는, 그러니까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되는 셈입니다. 새로운 음모 속에는 또 다른 사연이 숨어있고, 그런 정황을 알게 된 음모의 희생양들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발버둥이 시작되고 그런 시도가 무산되는 등, 음모의 기획자들의 뜻대로 전개되는 양상입니다. 이 정도가 되면 반전에 새로운 반전이 생긴 셈입니다. 그리고 끝났더라면 주인공을 바꾸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상황을 다시 꼬아서 새롭게 전개시키게 됩니다. 정신병원에 갇혔던 주인공이 탈출에 성공하고 자신을 정신병원에 가두었던 범인을 뒤쫓기 시작합니다.


매사는 사필귀정이라고 했던가요. 결국 음모를 꾸민 장본인들이 살해되거나 처형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서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레즈비언 취향을 살리게 된다는 결말에 이르는 것 같습니다. 모드의 삼촌을 비롯하여 브라이어의 저택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요즘 말로 19금 이야기책을 만들어 은밀하게 유통시키는 사람들이었다는 사실도 특이했습니다. 역시 어느 사회에서나 성에 관한 관심은 은밀하면서도 뿌리가 깊었던 모양입니다.


다만 이야기의 전개가 늘어지는 느낌이라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빠르게 가져갈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만, 중언부언하는 느낌도 없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작읽기에 도전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어쩌면 큰 아이가 히가시노 게이고에 빠져든 이유가 궁금해서인지도 모릅니다. <천공의 벌>676쪽이나 되지만 가벼운 종이를 썼는지 무게감이 그리 부담이 되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쉽게 읽기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일본 사람들의 직업관에 대한 여러 가지 말들이 있습니다. 특히 남자들에 관한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한 우물만 판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과거분사형으로 적은 이유는 일본의 젊은이들도 많이 변하고 있다는 것 같아서입니다. 어떻든 무언가 일을 정하면 일생을 걸고 한 우물만 파듯한다는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천공의 벌>을 보면 한 우물만 파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고민이 읽히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자위대로부터 수주한 새로운 헬리콥터를 시운전하는 날 헬리콥터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 유하라 가즈아키와 야마시타는 각각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시운전을 지켜보기로 합니다. 두 사람이 시운전을 준비하는 사이에 두 아이는 격납고에 스며들고 시운전 예정인 헬리콥터에 탑승해보는데, 기업비밀이라고 할 신형헬리콥터의 보안이 이렇게 허술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야마시타의 아들이 헬기 구경에 정신이 팔린 사이 유하라의 아들은 헬기에서 내리는데, 그리고는 헬기가 혼자서 시동을 걸과 격납고를 빠져나가 이륙하고 어디론가 이동합니다. 모든 것이 자동으로 이루어집니다. 누군가 원격조정을 하는 것입니다. 요즈음 주목받고 있는 자동운전체계가 완성되었나 봅니다. 그렇게 이동한 헬리콥터는 후쿠이현에 있는 신양이라는 중수로 발전소의 상공에 이르러 정지합니다. 그리고 상황이 드러납니다. 전국의 원자력발전소를 폐기하지 않으면 신양 원자력발전소에 헬리콥터를 떨어트려 충동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자칫 단순해질 이야기를 헬기에 어린 아이를 탑승스켜 긴박한 상황을 만들면서, 이 사건이 인류애 차원에서 저질러졌음을-하지만 원자로 폭발이 발전소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물론 지구인 모두에게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이중적인 구조이기는 합니다-보여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읽히기도 합니다. 이야기 초반에는 떨어질 헬기에 타고 있는 야마시타 게이타를 어떻게 구출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지는데, 자위대 구난대의 초인적인 기술과 의지가 결국은 아이를 구출해내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이어서 사건을 일으킨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고, 범인을 쫓는 경찰과 범인이 요구한 사항의 처리방법을 둘러싸고 전문가와 행정가들 사이에 의사결정 과정이 다루어집니다. 한편 원자로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발전소 책임자들과 원자로를 건설한 건설사가 협력하여 대응하는 장면들이 이어집니다.


이야기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인물이 엄청 많아서 이야기의 흐름을 뒤쫓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에서 범인이 사건을 저지르고 경찰이나 탐정 혹은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과는 전혀 다르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물론 범인의 실체와 사건을 통제하는 장소에 접근한 사람은 후쿠이현 경찰 무로부시와 세키네였습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이야기를 끌고가는 역할은 아니고, 반전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 사건과의 연관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직감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을 뒤쫓다가 이룬 성과인 것입니다. 사건현장은 지극히 과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일구어낸 헬리콥터와 원자력발전소인데, 사건을 뒤쫓는 경찰을 여전히 발로 뛰는 모습인 것입니다.


사건을 주도한 사람은 두 명인데 한 사람은 현장을 지키면서 사건을 주도해가지만, 또 다른 한 명은 이야기의 끝에 가서야 정체가 드러나게 됩니다. 두 사람이 사건을 일으킨 이유는 여전히 분명치가 않습니다. 다만 범인으로부터 온 마지막 전언, ‘침묵하는 군중이 원자로라는 존재를 잊게 해서는 안된다. 그 존재를 모른 척하게 해서도 안된다. 자신들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의미를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신의 길을 선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구절의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작가는 일본의 원전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보다는 안전하지만 원전의 위험을 인식할 필요는 있다는데 방점을 찍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 만들어진 위험 - 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당신에게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아오면서 종교에 관심을 가져보라는 권유를 여러 번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직은 자신을 믿어야 할 때라면서 자리를 피하곤 했습니다. 권하시는 분들은 나름 진심을 담아서 권하셨을 터이나, 농담처럼 들렸을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심지어는 가톨릭계통의 대학을 다녔고, 졸업 후에는 산하병원에서 일하면서도 신자되기에 선뜻 나서지 못했습니다. 물론 학교 행사로 미사에 참여하기도 했고, 과행사에서 성가도 부르기도 했습니다. 신을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전제가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성경이나 불경 등 종교의 경전을 열심히 읽어 이해하면 될 것 같은데, 막상 경전을 읽어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종교의 비합리성과 그것이 사회에 끼치는 해악을 역설해온 리처드 도킨스의 <, 만들어진 위험>은 저의 의문을 푸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보니 <만들어진 신>을 먼저 읽었어야 하는데 순서가 바뀐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도 구약성경은 유대 사람들의 역사를, 신약성경은 예수의 삶과 그 이후의 일들을 기록한 역사서라는 생각을 해왔습니다만, 이 책을 읽고서는 그 생각도 버려야 하겠습니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이는 <, 만들어진 위험>에서 도킨스는 신으로부터 벗어나기위한 두 개의 자애물을 돌파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1신이여, 안녕히에서는 성서에 담긴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2진화,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에서는 생명의 복잡성을 바탕으로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창조론과 그의 변형인 시계공과 같은 설계자론의 허구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1부에서는 다양한 성서를 비교해가면서 충돌하는 내용, 종교가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이념에서 일탈하는 요소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성경에 기록된 내용이 사건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경과된 다음에 기록되었다는 점, 따라서 구전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심지어는 의도적으로 왜곡된 내용을 기록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사회관계망을 통하여 막대한 수입을 내는 요즈음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만, 사실이 아닌 내용을 확인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일부러 만들어 퍼트리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도킨스를 이런 세태를 진실이 신발을 신는 동안 거짓말은 지구 반 바퀴를 돌 수 있다라고 했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단순히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사실이고, 인터넷은 그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다. 그리고 소문과 가십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전염병처럼 퍼져나간다. () 악의적 거짓말뿐 아니라, 사실이 아니지만 말하기 즐겁고 재미있는 훌륭한 이야기도 전염성이 강하다.(38)”라고 우려했습니다.


포르투갈의 파티마를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1917년 파티마의 기적이 일어난 곳입니다. 성모발현을 목격한 소녀 루치아는 성모가 약속한 1013일 일어난 기적을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태양이 하늘을 찢고 나와 공포에 질린 군중을 덮칠 것처럼 보였다. 불덩이가 떨어져 그들을 파괴할 것처럼 보일 때 기적이 멈추었고, 태양은 제자리인 하늘로 돌아가 여느 때와 같이 평화롭게 빛났다.(62)” 천체물리학에 대한 기본상식만 가지고 있어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프랑스 수학자 라플라스가 비범한 주장에 필요한 증거의 무게는 그 주장 이상함에 비례해야 한다.(57)”라는 말에 공감하게 됩니다.


2부는 진화론 등 과학적으로 밝혀진 내용을 바탕으로 창조론의 허구를 비판합니다. 옮긴이의 말대로 책을 읽고서, “신을 믿지 않을 이유를 넘어 신이 불필요함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과학이 급속하게 발전해온 유럽사회에서 종교를 가진 사람들 역시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으며, 과학의 발전이 더딘 나라에서는 여전히 종교가 막강한 힘을 가지는 것과 비교된다 하겠습니다.


이 책의 원제 “Outgrowing God”성장해서 더 이상 신을 믿지 않게 된다는 뜻이라는 옮긴이의 설명을 덧붙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 극장 - 언택트 미술관 여행 EBS CLASS ⓔ
정우철 지음 / EBS BOOKS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한폐렴이 도무지 수그러들지 모르는 것은 바이러스가 변화무쌍하기 때문인지 방역당국의 문제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방역도 원칙을 정하고 지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터이나, 방역수칙도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판이니 국민이 당국을 신뢰할 수가 없습니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순간 곧바로 악몽 같은 상황이 거듭되니 양치기 소년이 따로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희망사항은 국민을 속이는 거짓말인 경우도 적지 않은 판입니다.


우한폐렴 사태를 비관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도무지 원칙 없이 적용되고, 끊임없이 연장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지쳐서 아예 사회적 활동을 접어버린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나름대로의 뜻에 따라 활동하고 있어 바이러스 확산에 기여(?)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사회적 활동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한폐렴 사태에서 피해를 줄이는 길인 듯합니다.


어떻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려다 보니 집밖으로 나가는 일을 줄여야하고, 그러다보니 미술관을 찾는 일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미술관이나 영화관을 찾아 예술작품이나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책이나 TV를 통해서 어느 정도의 만족을 얻는 것이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나을 듯합니다.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 극장>도 그런 기획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한국교육방송공사가 편성한 교양강좌에서 언택트 미술관 여행이라는 기획으로 개설하였던 것을 책으로 묶어 냈다고 합니다. 한국교육방송공사가 굳이 언택트라거나 도슨트 라는 단어를 내세운 것이 못마땅하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습니다. 한국교육방송공사가 교육을 내세워 시청료로 운영이 되는 기관이라면 우리말을 우선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우리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언택트는 비대면으로, 도슨트는 해설사로 했어야 할 것입니다.


프리다 칼로의 미술전을 아내와 함께 갔을 때 도슨트라는 직업을 처음 들었습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관람객을 대상으로 전시 내용을 설명하는 전문지식을 갖춘 안내인입니다. 도슨트(docent)가르치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도케레(docere)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영어사전을 보면 시간강사, 안내원이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안내원이라는 우리말로 부르는 것보다는 영어로 직업을 이야기하면 있어 보이기 때문이었을까요? 제 짧은 생각으로 전시품에 관하여 전문적인 내용을 알기 쉽게 관람객에게 설명하는 직업이라면 해설사라고 해도 되지 싶고, 미술관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는 해설사라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땠거나 기다랗게 적은 심기 불편한 이야기는 이만 접겠습니다.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 극장>에서는 19세기 중반에 태어나 20세기 중반에 사망한 구스타프 크림트, 툴루즈로트레크, 알폰스 무하,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그리고 클로드 모네 등 다섯 명의 화가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시간적 제약 때문에 풀어낼 수 없었던 화가들의 더 깊은 이야기를 담았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화가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담긴 일사의 모습, 화가 주변의 사람들, 또 그들의 작품에 대한 저자 나름의 주관적 시선 등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읽은 이가 화가의 삶에 공감하고, 나아가 우리네 삶을 되짚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화가의 인생은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금 아쉬운 것은 동 시대에 활동한 화가들이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다섯 분을 고른 이유가 설명되지 않은 점입니다. 미술에 대한 앎이 짧은 탓인지 알폰스 무하는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다섯 분의 공통점이 무엇인지도 고민을 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다섯 화가들의 다양한 작품들과 작품에 엮인 이야기들을 곁에서 이야기하듯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느낌으로 쉽게 읽혔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코올과 작가들 - 위대한 작가들의 영혼을 사로잡은 음주열전
그렉 클라크.몬티 보챔프 지음, 이재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돌이켜 보면 술을 마셔온 것도 벌써 일 갑자를 넘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마셔온 술 양을 보면 태어나면서 제게 부여된 술독은 이미 채우고도 넘치지 싶습니다. 최근에는 평생 마셔온 술에 관한 이야기를 써볼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술꾼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렉 클라크와 몬티 보챔프가 함께 쓴 <알코올과 작가들>이 눈에 띄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렉 클라크는 미국의 삽화가 겸 작가이며, 몬티 보챔프는 그림 도안가이자 미술감독입니다. 들어가는 글의 말미에 보면, “이 책은 그러니까 엄청나게 멍청한 짓을 동반하는 술과 위대한 문학을 둘러싼 역사에 관한 구상은 스튜디오에서 힘든 한 주를 보내고 조명이 어둑한 바에서 활력을 주는 사이드카 몇 잔을 마신 뒤에 생겨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 술의 뮤즈는 이 책으로 우리를 축복해주었다. 자, 건배!(10쪽)”이라고 적었습니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와인, 맥주, 위스키, 진, 보드카, 압생트, 메스칼과 데킬라, 럼 등 모두 8종류의 술에 관한 역사적 사실은 물론 그 술을 즐겨 마셨던 작가들이 남긴 이야기들을 뽑았습니다. 저자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저는 잡주가(雜酒家)가 분명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나오는 술 종류 가운데 압생트만 빼고는 다 마셔보았습니다. 물론 미국 작가이다 보니 유럽과 미주에서 주로 마시는 술을 고른 것 같습니다. 일본의 청주는 물론 우리나라의 소주나 막걸리는 아마도 그런 술이 있는지도 몰랐을 것입니다. 청주나 소주, 막걸리를 주로 마신 문인들도 분명 있을 터인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이 책의 기획에 따라서 우리나라의 술꾼들이 사랑하는 술과 작가들에 관한 책도 나옴직합니다.

 

압생트 같은 경우는 유럽사회에서 제조가 금지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1988년 유럽공동체가 압생트를 합법적인 술로 규정하면서 제조와 판매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누리망을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수입하고 있어서 구매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은 기념으로 압생트 맛을 볼 기회를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알코올과 작가들>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처럼 술을 즐겨 마시거나 아예 술을 마시지 않은 작가들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그들의 작품 속에서 술마시는 것을 어떻게 표현했는지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작품들 가운데는 일부 읽어본 적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책들도 많아서 찾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잘 알려진 칵테일 말고도 이들 술을 기본으로 혼합주를 만드는 방법까지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맥주 밀크 세이크라는 술도 나옵니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 <통조림 공장 거리>에 나온다고 합니다. “우유를 조금 넣고, 맥주 반병을 넣는 겁니다. 나머지 반명은 잔에 따라서 가져다주세요.(52쪽)” 실제로 70년 뒤에는 밀크 세이크가 식당의 메뉴에도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압생트는 60-70도에 달하는 독주인데, 잔에 압생트를 따른 다음 잔 위에 걸쳐 놓은 전용 스픈 위에 각설탕을 놓고, 차가운 물을 천천히 각설탕 위에 떨어트린다고 합니다. 물이 압생트에 떨어지기 시작하면압생트의 짙은 초록빛이 우윳빛으로 변하고, 보는 각도에 따라서도 색이 다르게 보이는 미학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이재욱 님은 술에 관한 글을 쓰는 수필가라고 합니다. 만화경 같은 술의 세계에 빠져 지낸 지가 오래되었다고 하는데, 주종간의 교류가 활발해지는 요즈음이 추이에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하긴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의 소주가 관심을 받으면서 칵테일로 만들어 마신다고 하니 세계의 벽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나라에만 알려졌던 술들이 수입되어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