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과 작가들 - 위대한 작가들의 영혼을 사로잡은 음주열전
그렉 클라크.몬티 보챔프 지음, 이재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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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술을 마셔온 것도 벌써 일 갑자를 넘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마셔온 술 양을 보면 태어나면서 제게 부여된 술독은 이미 채우고도 넘치지 싶습니다. 최근에는 평생 마셔온 술에 관한 이야기를 써볼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술꾼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렉 클라크와 몬티 보챔프가 함께 쓴 <알코올과 작가들>이 눈에 띄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렉 클라크는 미국의 삽화가 겸 작가이며, 몬티 보챔프는 그림 도안가이자 미술감독입니다. 들어가는 글의 말미에 보면, “이 책은 그러니까 엄청나게 멍청한 짓을 동반하는 술과 위대한 문학을 둘러싼 역사에 관한 구상은 스튜디오에서 힘든 한 주를 보내고 조명이 어둑한 바에서 활력을 주는 사이드카 몇 잔을 마신 뒤에 생겨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 술의 뮤즈는 이 책으로 우리를 축복해주었다. 자, 건배!(10쪽)”이라고 적었습니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와인, 맥주, 위스키, 진, 보드카, 압생트, 메스칼과 데킬라, 럼 등 모두 8종류의 술에 관한 역사적 사실은 물론 그 술을 즐겨 마셨던 작가들이 남긴 이야기들을 뽑았습니다. 저자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저는 잡주가(雜酒家)가 분명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 나오는 술 종류 가운데 압생트만 빼고는 다 마셔보았습니다. 물론 미국 작가이다 보니 유럽과 미주에서 주로 마시는 술을 고른 것 같습니다. 일본의 청주는 물론 우리나라의 소주나 막걸리는 아마도 그런 술이 있는지도 몰랐을 것입니다. 청주나 소주, 막걸리를 주로 마신 문인들도 분명 있을 터인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이 책의 기획에 따라서 우리나라의 술꾼들이 사랑하는 술과 작가들에 관한 책도 나옴직합니다.

 

압생트 같은 경우는 유럽사회에서 제조가 금지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1988년 유럽공동체가 압생트를 합법적인 술로 규정하면서 제조와 판매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누리망을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수입하고 있어서 구매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은 기념으로 압생트 맛을 볼 기회를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알코올과 작가들>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처럼 술을 즐겨 마시거나 아예 술을 마시지 않은 작가들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그들의 작품 속에서 술마시는 것을 어떻게 표현했는지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작품들 가운데는 일부 읽어본 적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책들도 많아서 찾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잘 알려진 칵테일 말고도 이들 술을 기본으로 혼합주를 만드는 방법까지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맥주 밀크 세이크라는 술도 나옵니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 <통조림 공장 거리>에 나온다고 합니다. “우유를 조금 넣고, 맥주 반병을 넣는 겁니다. 나머지 반명은 잔에 따라서 가져다주세요.(52쪽)” 실제로 70년 뒤에는 밀크 세이크가 식당의 메뉴에도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압생트는 60-70도에 달하는 독주인데, 잔에 압생트를 따른 다음 잔 위에 걸쳐 놓은 전용 스픈 위에 각설탕을 놓고, 차가운 물을 천천히 각설탕 위에 떨어트린다고 합니다. 물이 압생트에 떨어지기 시작하면압생트의 짙은 초록빛이 우윳빛으로 변하고, 보는 각도에 따라서도 색이 다르게 보이는 미학도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이재욱 님은 술에 관한 글을 쓰는 수필가라고 합니다. 만화경 같은 술의 세계에 빠져 지낸 지가 오래되었다고 하는데, 주종간의 교류가 활발해지는 요즈음이 추이에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하긴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의 소주가 관심을 받으면서 칵테일로 만들어 마신다고 하니 세계의 벽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나라에만 알려졌던 술들이 수입되어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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