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현재의 시점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동물은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입니다. 우주의 시원이 135억 년 전, 지구가 만들어진 것은 45억 년 전이고 지구상에 생명체가 등장한 것은 38억 년 전입니다. 현생인류의 뿌리가 되는 호모 속이 등장한 것은 250만 년 전인데 현생인류가 등장한 것은 불과 20만 년 전입니다.


20만년이라는 짧은 세월에 현생인류가 지구를 지배하는 위치에 오르는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합니다. 흔히 현생인류의 운명을 바꾼 계기로 1만여 년 전에 시작한 농업혁명, 18세기에 시작한 산업혁명, 그리고 20세기에 시작한 정보혁명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신진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교수는 <사피엔스>에서 현생인류의 운명의 흐름이 바뀌는 혁명적 사건으로 7만 년 전에 인지혁명이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농업혁명과 산업혁명 사이에 15세기의 과학혁명을 추가하였습니다.


하라리교수는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떻게 해서 이처럼 막대한 힘을 얻게 되었는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사피엔스>를 썼다고 했습니다. 저자는 현생인류는 현재 지구라는 행성의 경계를 넘어서려 하고 있고, 핵무기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며 생명체의 형태가 자연선택보다 지적설계에 의하여 결정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지적설계가 생명의 기본 원리가 될 것인가? 호모 사피엔스는 초인에 의하여 대체될 것인가? 하는 의문에 답을 얻기 위해서라고 현생인류가 걸어온 길을 짚어보려 한 것 같습니다.


<사피엔스>는 제1부 인지혁명, 2부 인류의 통합, 3부 인류의 통합, 4부 과학혁명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현생인류도 초기에는 그저 하루살이를 걱정하는 하찮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던 현생인류가 6종의 호모 속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인지혁명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인지혁명은 현생인류가 똑똑해진 시점이 있었다는 것인데, 인지혁명이 있었다는 증거는 분명치가 않다고 합니다저자가 <사피엔스>를 저술하게 된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수렵과 채집으로 연명하던 현생인류는 삶을 바꾸는 도구를 발명하였습니다. 도끼, 배 등 수렵과 어로에 도움이 되는 도구 등입니다. 그리고 이런 도구들을 이용하여 아프리카를 벗어나 세계 각지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이야기한 대약진입니다. 하라리교수는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이 인지혁명의 결과라고 주장합니다. 인지혁명은 아직까지는 확인되지 않은 현생인류의 뇌 안에서 일어난 배선의 변화로 지식의 나무 돌연변이가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 결과 새로운 유형의 언어가 만들어져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서 협동의 긴밀도가 높아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인류의 인지혁명은 신, 국가, 돈 등 형태가 없는 존재들을 만들어냈는데, 이 또한 종교, 정치체계, 교역, 법적 제도 등 협동을 바탕으로 하는 무형의 자산을 이루어냈던 것이라고 합니다. 인류의 삶의 형태를 완전하게 바꾸어놓은 농업혁명에 대한 평가도 달리하는 것 같습니다. 농업혁명으로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확보하는데 성공했지만, 농부는 수렵채집인들 보다 더욱 열심히 일해야 했습니다. 반면 먹거리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건강도 더 나빠졌다는 것입니다. 특히 잉여농산물에 대한 권리는 생산자가 아니라 지배계층의 손에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농업혁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기였다는 것입니다. 농업혁명은 교역망을 확대시키고 제국이 출현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합니다.


과학혁명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성장과 지구화를 불렀고,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확대로 인한 환경파괴를 불렀다고 주장합니다. 과학혁명은 산업혁명, 정보혁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으로 이해되었습니다. 현시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생명공학 혁명이 현생인류의 미래를 달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습니다. 인류는 죽음마저도 극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호주와 뉴질랜드를 여행하면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인류의 대약진을 설명하면서 아프리카 벗어난 현생인류가 호주대륙에 상륙하는 과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책을 읽는 일은 좋은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의 산 동서문화사 월드북 93
토마스 만 지음, 곽복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내의 추천으로 읽은 책입니다. 함부르크 명문집안 출신의 젊은이 한스 카스토르프가 3주일 예정으로 스위스의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촌 요하힘을 찾아갔다가 폐결핵 의심질환으로 무려 7년의 세월을 요양병원에서 보내면서 겪는 심리적 변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토마스 만은 아내 카티아가 폐렴 증상으로 스위스 그라우뷘덴 주에 있는 다보스의 요양소에 입원했을 때 문병을 가서 3주간 머물렀던 체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지어냈다고 합니다. 이야기는 한스가 함부르크를 떠나 다보스의 요양병원에 도착하는 여정을 소개합니다. 독일과 스위스의 경계에 있는 보덴호수를 건너 로스샤하 마을에서 기차를 타고 알프스의 란트크바르트까지 간 다음에 협궤열차 - 아마도 산악열차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를 타고 목적지로 향합니다. 하지만 다보스도르프역에서 베른 주 인터라켄 부근에 있는 슈바르츠호른이 보인다고 적은 것을 보면 이야기에 등장하는 장소가 분명치 않아 보입니다.


산악열차를 타고가면서 보는 풍경을 이렇게 묘사해놓았습니다. “창밖을 보니 기차는 좁은 계곡을 굽이치면서 달리고 있었다. 차량의 앞부분이 보였다. 헐떡이면서 갈색과 녹색과 흑색의 연기 덩어리를 내뿜는 기관차와 그 덩어리가 바람에 펄펄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오른쪽 골짜기에서는 물소리가 요란했고 왼편 바위 사이로는 거무스름한 가문비나무가 돌을 연상케 하는 회색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캄캄한 터널이 몇 개 계속되다가 다시 밝아지면 깊숙한 저 아래로는 촌락이 보이는 넓은 골짜기가 열리곤 했다. 얼마 안가 그것도 닫히고 새로운 골짜기들이 나타나더니, 그 사이사이는 아직 녹지 않고 남은 눈으로 반짝이고 있었다.(15)”


3주일을 예정으로 국제요양원 베르크호프에 도착한 한스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환자들과의 만남을 통하여 병마와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해나갑니다. 요양원은 주로 결핵을 앓는 환자들이 입원하고 있는데, 결핵은 대표적인 소모성질환이지만 당시로서는 치료제가 없어 잘 먹어서 체력을 보충해주고 공기가 맑은 고산지역에 머물면서 쾌유의 기적을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수술로 기흉을 만들거나 사혈 등의 요법을 시행하기도 했지만 치료효과가 분명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환자의 죽음은 입원해있는 환자들에게는 비밀에 붙이는 경향이었던 것 같습니다. 병이 나아서 퇴원하는 환자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닌 듯한데, 대체적으로 죽거나 치료를 중단하고 퇴원하는 것이 요양소를 나가는 일반적인 방식인 것 같습니다.


결국 요양원은 죽음을 기다리는 장소였던 셈입니다. 23살인 한스는 이곳에서 죽음이라는 명제에 처음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선과 사랑을 위해 결코 죽음에 자기 사고의 지배권을 내주어서는 안된다라는 문장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을 대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야기는 요양원에 입원해 있다가 퇴원하여 산아래 마을로 내려간 세템브리니와 한 집에 사는 나프타씨가 등장하면서 기존문명의 해체라는 주제가 등장합니다. 세템브리니씨는 합리주의자이면서도 진보주의를 자처하는 인문주의자로 카스토르프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격려합니다. 나프타는 예수회 신도이며 반자본주의자로 세템브리니와 격론을 벌이면서 카스토르프의 관심을 끌게 됩니다. 두 사람은 종국에는 결투를 벌이게 됩니다. 개인의 죽음이라는 화두를 문명의 죽음으로 발전시키는 대목이라고 합니다.


카스토르프는 러시아에서 온 쇼샤라는 유부녀에게 반하지만 쉽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합니다. 3주 예정으로 요하힘을 찾은 카스토르프는 체온이 올라가는 바람에 요양원에 머물기로 하는데 사실을 쇼샤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보 불구하고 요양원에 머문지 7개월만에 사랑을 고백하지만 쇼샤는 요양원을 떠나기로 합니다. 그녀는 요양원에 돌아오기를 반복하지만 카스토르프의 사랑을 받아주지는 않습니다.


이야기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카스토르프가 요양원에서 내려가 전쟁에 참전하게 되지만 전장에서 유탄에 맞아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가 죽음을 맞는 순간 슈베르트의 가곡 보리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가지에 새겨 놓았노라. 많은 희망을 말들을-’


23살의 젊은이가 요양원에서 보낸 7년의 세월을 죽음으로 정리한 작가는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자네가 겪은 육체와 정신의 모험은 자네를 더욱 단순하게 만들어서, 자네의 육체로는 이처럼 오래 살지 못했을 것을 정신의 세계에서 오래 살게 해주었던 것이다. 자네는 술레잡기로 죽음과 육체의 방종 속에서 예감으로 충만하여 사랑의 꿈이 탄생하는 순간을 체험했다. 이 세계를 덮는 죽음의 향연 속에서, 비 내리는 밤하늘을 태우고 있는 저 끔찍한 열병과 같은 불길 속에서, 그러한 것들 속에서도 언젠가는 사랑이 탄생할 것인가?(917)”


카스토르프가 7년을 보낸 다보스도르프의 베르크호프 요양원은 삶의 복잡다단함을 경험하게 된 마법의 산이었던 것일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랙 스완 - 0.1%의 가능성이 모든 것을 바꾼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차익종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달에 뉴질랜드를 여행하면서 호수에서 노닐고 있는 흑고니들을 만났습니다. 지금까지 만나보았던 고니는 하얀색 깃털을 가지고 있어서 백조(白鳥)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깃털이 하얀 새가 백조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고니라고 부르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고니가 유럽, 아시아, 미주대륙, 그리고 대양주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다만 깃털이 검은 고니는 대양주에서만 살고 있습니다. 유럽 사람들이 대양주에 도착했을 때, 검은 깃털의 고니를 만나고서는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하얀 깃털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던 고니가 검은 깃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월가의 현자라고 하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블랙 스완>의 프롤로그를 이렇게 시작합니다. “서구인이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을 발견하기 전까지 구세계 사람들은 모든 백조는 흰 새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것은 경험적 증거에 의해 뒷받침된 난공불락의 신념이었다. 그런데 검은 백조 한 마리가 두어 명의 조류학자 앞에 홀연히 나타났으니 얼마나 흥미롭고 놀라웠을까. 이 사건에는 조류학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것은 관찰과 경험에 근거한 학습이 얼마나 제한적인 것인지, 우리의 지식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21)”


옮긴이는 원제목의 <블랙 스완>검은 백조로 옮겼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스완을 일반 명사인 백조로 특정하는 오류에서 시작된 노릇이란 생각입니다. 따라서 스완은 고니로 블랙스완은 흑고니로 표현하는 정도가 무난하지 싶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흰색으로만 알아왔던 고니의 세계에 검은 깃털을 가진 흑고니가 등장한 것을 두고 다음과 같은 의미를 부여하였습니다. “첫째, 검은 백조는 극단값이다. 둘째, 검은 백조는 극심한 충격을 안겨준다. 셋째, 검은 백조가 극단값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그 존재가 사실로 드러나면, 인간은 적절한 설명을 시도하여 이 검은 백조를 설명과 예견이 가능한 것으로 만든다.(22)” 즉 희귀성, 극도의 충격, 예견의 소급적용, 등 세 가지를 흑고니의 특성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블랙 스완>에서 검은 고니의 존재에서 찾아낸 세 가지 속성으로 세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특정 사상과 종교가 발흥하는 이유, 역사적 사건들 사이의 역동적 관계,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원리 등등. 특히 2007<블랙 스완>을 발간하고 가진 한 강연에서 앞으로 상상할 수 없는 최악의 파국이 월가를 덮칠 것이라고 경고하여 학계와 금융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그의 경고가 현실로 드러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2007년부터 기미를 보였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20089.11 사건의 충격으로 상황이 악화되면서 대형 대부업체의 파산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월가의 현자라는 별명을 얻게 된 동기입니다. 그리고 블랙 스완은 롱 테일, 티핑 포인트 등과 함께 경제, 경영 분야에서 중요한 신개념의 하나로 꼽히게 되었습니다.


블랙 스완이 부정적인 의미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블랙 스완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정규분포의 극단값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정규분포의 극단값은 양과 음의 양 끝에서 나타나는 것이므로 부정적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고, 긍정적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반적으로 극단값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외면하려 합니다.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있어 평균값을 흔다는 극단값을 제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극단값의 등장에 따른 실패를 방지하기 위하여 저자는 배우는 법을 배우라라고 합니다. 또한 긍정의 효과를 나타내는 극단값이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영탑 하서명작선 57
현진건 지음 / (주)하서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지난 9월 스위스를 여행하면서 마테호른을 바라보는 길을 따라 걷게 되었습니다. 길 중간에 작은 연못이 있어서 마테호른을 연못에 담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연못에 비치는 마테호른에 관한 이야기를 적으면서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 축조에 관한 전설을 찾아보았습니다.


영조 16(1740)에 동은(東隱) 화상이 편찬한 <불국사 고금창기>에 따르면,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은 당나라에서 온 장공(匠工)이란 석공이 축조하였다고 합니다. 누이동생 아사녀가 찾아왔지만 대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빠를 만나지 못한 아사녀가 영지에 가보았는데, 다보탑은 그림자를 보았으되 석가탑은 1년이 넘게 그림자를 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아사녀는 영지에 몸을 던졌다고 합니다.


빙허 현진건은 다보탑과 석가탑 그리고 영지에 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무영탑>을 썼다고 합니다. 다만 시대적 배경을 통일신라로 하고, 아사달과 아사녀는 백제 사람으로 설정하였고, 구슬아기를 중심으로 한 신라 귀족들을 등장시켜 갈등 구조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소략한 이야기를 가지고 삼국 통일 이후의 사회상을 그려냈습니다. 신라귀족 구슬아기가 백제의 석수 아사달을 연모하는 모습에서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이 가능했음을 시사합니다. 그런가하면 아버지 사후에 홀로 남은 아사녀가 주변 남정네의 표적이 된다거나 경주로 남편을 만나러왔다가 뚜쟁이를 만나 곤경에 빠졌을 뿐 아니라 아사달이 신라여인과 정분이 났다는 풍문을 듣고는 그만 영지에 몸을 던지고 말았다는 비극으로 이야기라 마무리됩니다.


<무영탑>1938년부터 1939년 사이에 동아일보에 연재되었습니다. 지금은 일상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우리말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런가하면 다보탑과 석가탑의 제작과정이나 그 모습에 관한 설명도 가슴에 와 닿습니다. 먼저 다보탑의 형태에 관한 구체적 설명도 그렇지만 저것이 돌로 된 것일까. 저것이 단단하고 육중한 돌로 된 것일까. 돌을 어떻게 다루었으면 저다지도 어여쁘고, 아름답고, 빼어나고, 의젓하고, 공교롭게 지어낼 수 있었을꼬(21)”라고 감탄하는 대목이 안성맞춤합니다.


그런가하면 석가탑에 관한 대목도 공감이 갑니다. “층마다 술밋한 돌병풍이 둘리고 그 병풍 네 귀에 접어 넣은 듯한 돌기둥이 한데 어우려져 답신을 이루었는데, 그 거칠 것 없이 쭉쭉 뻗은 굵은 선이 어디인지 장중하고 웅경한 품격을 갖추어 비록 다보탑과 같이 잔재미는 없을망정 그 수법이 범상치 않을 것을 일러준다.(23)”라고 적었습니다.


사실 다보탑보다도 석가탑을 조성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온전한 한 덩이의 돌을 쪼아 탑 한 층을 완성했기 때문입니다. 아사달이 석가탑을 조성하는 장면을 묘사한 대목 가운데 신흥(神興)이 올라 3일을 꼬박 일에 매달리는 대목이 있습니다. “바위덩이에나 지질린 것 같은 답답하고 캄캄한 머리 가운데 뚜렷인 한 가닥 광명이 어릿거린다. 그 실낱같은 빛줄이 차차 굵어지다가 떼구름을 쫓고 햇발이 붉어지듯 갑자기 머릿속이 환해지면 어느 모를 어떻게 갈기고 어디를 어떻게 쪼아야 될 것도 따라서 환해지는 것이었다.(88)”


미국의 콜로라도에 국립공원이 여럿 있습니다만, 브라이스 국립공원은 다보탑처럼 현란하고 절묘하다는 느낌이 드는 반면, 자이언 국립공원은 석가탑처럼 선이 굵은 맛이 있습니다. 브라이스 국립공원이 좋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이언 국립공원이 좋더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브라이스 국립공원이 여성적이라면 자이언 국립공원은 남성적인 멋이 있습니다. 다보탑과 석가탑도 그와 비슷하다는 생각입니다.


스위스 여행기로 돌아가면 알프스를 조성한 장공(匠工)이 있었다면 영감이 떠오르는 순간 정과 망치를 들어 단숨에 마테호른을 지어냈지 싶었습니다. 영지에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았던 석가탑과는 달리 능성 아래 있는 작은 연못에 제 모습을 드리운 것은 다른 점이라 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미나라 경제툰 - 만화로 배우는 돈의 원리 한빛비즈 교양툰 21
무선혜드셋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빛비즈의 교양툰 연작을 읽고 있습니다. 이번에 나온 작품은 <개미나라 경제툰>입니다. ‘만화로 배우는 돈의 원리라는 부제를 보면 이 만화의 내용을 단박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사실 돈의 원리라고 했지만, 30화 가운데 돈과 관련이 된 이야기는 처음 3꼭지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 가정, 사회, 국가, 국제 등으로 범위를 확대해가면서 돈과 관련된 주제들을 만화로 설명합니다. 그것도 사람이 아니라 개미를 등장시켰습니다.


따로 설명이 없어서 왜 개미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개미 사회에서는 각자 맡은 일만 전담하는 분업화가 되어 있기 때문일까 싶기도 한데, 그렇다면 꿀벌도 개미와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니면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자가 아닌 개인들을 개미라고 표현하는데서 착안 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누리망에 연재할 때는 그렇다고 쳐도, 책을 낼 때는 저와 같이 별난 독자를 위해서 기획의도를 알아먹을 정도는 설명해주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떻든 돈이 어떻게 생겨났을까 하는 주제를 1화로 다루었습니다만, 사실 경제의 역사를 거슬러 오르다보면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던 시기에서 쓰고 남은 것을 필요한 것고 바꾸던 물물교환의 시기로 발전하고, 필요한 물건을 사고파는 시기로 발전해온 2화가 앞에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보면 30개의 주제들이 선후를 챙겨본 것 같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나왔으면 디플레이션, 스테그플레이션 등의 순서로 설명되었더라면... 회사도 주식회사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다는 것도 설명이 되었더라면 싶습니다. 사회주의 이야기를 마지막에 두 꼭지나 할애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내용으로 보면 사회주의가 아니라 공산주의를 설명한 듯합니다.


주식의 경우 공매도에 이르기까지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가상화폐에 대한 이야기도 한 꼭지 다루었더라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채권, 심지어는 세금까지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에 대한 이야기가 빠진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한빛비즈의 교양만화 연작을 읽다보면 아쉬운 점만을 콕 집어내게 되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가기 때문일 듯합니다. 하지만 누리망을 통하여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을 책으로 묶어낸 것은 경제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한눈으로 관련 정보를 깨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합니다. 또한 만화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말풍선을 적적하게 활용하여 필요한 사항을 쉽게 설명함으로써 어려운 경제 분야의 개념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출판사의 설명자료에는 거대한 경제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개개인은 개미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개미의 시야는 본인이 마음먹은 만큼 넓어질 수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개미의 시야는 개체가 마음먹은 만큼 넓어지는 것인가요? 사실 확인이 필요한 듯합니다. 사실 경제학은 이론에서부터 실제에 이르기까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개미나라 경제툰>에서는 만화의 특성을 잘 살려서 경제와 관련된 주제를 가볍게 시작하고 있지만 깊이를 더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가 쉽게 이해하면서도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장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작가 선생님, 현기증 나니까 빨리 2권 주세요!“라고 적은 것을 보면 벌써 후속편을 준비하고 계신 모양입니다. 앞서서 빠트린 주제가 있는 듯하다고 설레발을 쳐둔 것이 부끄럽게 되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경제 분야의 무궁무진한 주제들을 이어서 다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본명을 밝히지 않은 작가께서 무선혜드셋이라는 필명을 사용하셨는데, 필명에 대한 설명을 역시 빠트리셨더라구요. 신비주의를 표방하시는 것일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