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산 동서문화사 월드북 93
토마스 만 지음, 곽복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내의 추천으로 읽은 책입니다. 함부르크 명문집안 출신의 젊은이 한스 카스토르프가 3주일 예정으로 스위스의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사촌 요하힘을 찾아갔다가 폐결핵 의심질환으로 무려 7년의 세월을 요양병원에서 보내면서 겪는 심리적 변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토마스 만은 아내 카티아가 폐렴 증상으로 스위스 그라우뷘덴 주에 있는 다보스의 요양소에 입원했을 때 문병을 가서 3주간 머물렀던 체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지어냈다고 합니다. 이야기는 한스가 함부르크를 떠나 다보스의 요양병원에 도착하는 여정을 소개합니다. 독일과 스위스의 경계에 있는 보덴호수를 건너 로스샤하 마을에서 기차를 타고 알프스의 란트크바르트까지 간 다음에 협궤열차 - 아마도 산악열차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를 타고 목적지로 향합니다. 하지만 다보스도르프역에서 베른 주 인터라켄 부근에 있는 슈바르츠호른이 보인다고 적은 것을 보면 이야기에 등장하는 장소가 분명치 않아 보입니다.


산악열차를 타고가면서 보는 풍경을 이렇게 묘사해놓았습니다. “창밖을 보니 기차는 좁은 계곡을 굽이치면서 달리고 있었다. 차량의 앞부분이 보였다. 헐떡이면서 갈색과 녹색과 흑색의 연기 덩어리를 내뿜는 기관차와 그 덩어리가 바람에 펄펄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오른쪽 골짜기에서는 물소리가 요란했고 왼편 바위 사이로는 거무스름한 가문비나무가 돌을 연상케 하는 회색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캄캄한 터널이 몇 개 계속되다가 다시 밝아지면 깊숙한 저 아래로는 촌락이 보이는 넓은 골짜기가 열리곤 했다. 얼마 안가 그것도 닫히고 새로운 골짜기들이 나타나더니, 그 사이사이는 아직 녹지 않고 남은 눈으로 반짝이고 있었다.(15)”


3주일을 예정으로 국제요양원 베르크호프에 도착한 한스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환자들과의 만남을 통하여 병마와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해나갑니다. 요양원은 주로 결핵을 앓는 환자들이 입원하고 있는데, 결핵은 대표적인 소모성질환이지만 당시로서는 치료제가 없어 잘 먹어서 체력을 보충해주고 공기가 맑은 고산지역에 머물면서 쾌유의 기적을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수술로 기흉을 만들거나 사혈 등의 요법을 시행하기도 했지만 치료효과가 분명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환자의 죽음은 입원해있는 환자들에게는 비밀에 붙이는 경향이었던 것 같습니다. 병이 나아서 퇴원하는 환자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닌 듯한데, 대체적으로 죽거나 치료를 중단하고 퇴원하는 것이 요양소를 나가는 일반적인 방식인 것 같습니다.


결국 요양원은 죽음을 기다리는 장소였던 셈입니다. 23살인 한스는 이곳에서 죽음이라는 명제에 처음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선과 사랑을 위해 결코 죽음에 자기 사고의 지배권을 내주어서는 안된다라는 문장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을 대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야기는 요양원에 입원해 있다가 퇴원하여 산아래 마을로 내려간 세템브리니와 한 집에 사는 나프타씨가 등장하면서 기존문명의 해체라는 주제가 등장합니다. 세템브리니씨는 합리주의자이면서도 진보주의를 자처하는 인문주의자로 카스토르프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격려합니다. 나프타는 예수회 신도이며 반자본주의자로 세템브리니와 격론을 벌이면서 카스토르프의 관심을 끌게 됩니다. 두 사람은 종국에는 결투를 벌이게 됩니다. 개인의 죽음이라는 화두를 문명의 죽음으로 발전시키는 대목이라고 합니다.


카스토르프는 러시아에서 온 쇼샤라는 유부녀에게 반하지만 쉽게 사랑을 고백하지 못합니다. 3주 예정으로 요하힘을 찾은 카스토르프는 체온이 올라가는 바람에 요양원에 머물기로 하는데 사실을 쇼샤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보 불구하고 요양원에 머문지 7개월만에 사랑을 고백하지만 쇼샤는 요양원을 떠나기로 합니다. 그녀는 요양원에 돌아오기를 반복하지만 카스토르프의 사랑을 받아주지는 않습니다.


이야기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카스토르프가 요양원에서 내려가 전쟁에 참전하게 되지만 전장에서 유탄에 맞아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가 죽음을 맞는 순간 슈베르트의 가곡 보리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가지에 새겨 놓았노라. 많은 희망을 말들을-’


23살의 젊은이가 요양원에서 보낸 7년의 세월을 죽음으로 정리한 작가는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자네가 겪은 육체와 정신의 모험은 자네를 더욱 단순하게 만들어서, 자네의 육체로는 이처럼 오래 살지 못했을 것을 정신의 세계에서 오래 살게 해주었던 것이다. 자네는 술레잡기로 죽음과 육체의 방종 속에서 예감으로 충만하여 사랑의 꿈이 탄생하는 순간을 체험했다. 이 세계를 덮는 죽음의 향연 속에서, 비 내리는 밤하늘을 태우고 있는 저 끔찍한 열병과 같은 불길 속에서, 그러한 것들 속에서도 언젠가는 사랑이 탄생할 것인가?(917)”


카스토르프가 7년을 보낸 다보스도르프의 베르크호프 요양원은 삶의 복잡다단함을 경험하게 된 마법의 산이었던 것일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