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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완 - 0.1%의 가능성이 모든 것을 바꾼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차익종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달에 뉴질랜드를 여행하면서 호수에서 노닐고 있는 흑고니들을 만났습니다. 지금까지 만나보았던 고니는 하얀색 깃털을 가지고 있어서 백조(白鳥)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깃털이 하얀 새가 백조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고니라고 부르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고니가 유럽, 아시아, 미주대륙, 그리고 대양주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다만 깃털이 검은 고니는 대양주에서만 살고 있습니다. 유럽 사람들이 대양주에 도착했을 때, 검은 깃털의 고니를 만나고서는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하얀 깃털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던 고니가 검은 깃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월가의 현자’라고 하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블랙 스완>의 프롤로그를 이렇게 시작합니다. “서구인이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을 발견하기 전까지 구세계 사람들은 모든 백조는 흰 새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것은 경험적 증거에 의해 뒷받침된 난공불락의 신념이었다. 그런데 검은 백조 한 마리가 두어 명의 조류학자 앞에 홀연히 나타났으니 얼마나 흥미롭고 놀라웠을까. 이 사건에는 조류학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것은 관찰과 경험에 근거한 학습이 얼마나 제한적인 것인지, 우리의 지식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21쪽)”
옮긴이는 원제목의 <블랙 스완>을 ‘검은 백조’로 옮겼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스완을 일반 명사인 백조로 특정하는 오류에서 시작된 노릇이란 생각입니다. 따라서 스완은 고니로 블랙스완은 흑고니로 표현하는 정도가 무난하지 싶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흰색으로만 알아왔던 고니의 세계에 검은 깃털을 가진 흑고니가 등장한 것을 두고 다음과 같은 의미를 부여하였습니다. “첫째, 검은 백조는 ‘극단값’이다. 둘째, 검은 백조는 극심한 충격을 안겨준다. 셋째, 검은 백조가 극단값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그 존재가 사실로 드러나면, 인간은 적절한 설명을 시도하여 이 검은 백조를 설명과 예견이 가능한 것으로 만든다.(22쪽)” 즉 희귀성, 극도의 충격, 예견의 소급적용, 등 세 가지를 흑고니의 특성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블랙 스완>에서 검은 고니의 존재에서 찾아낸 세 가지 속성으로 세계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특정 사상과 종교가 발흥하는 이유, 역사적 사건들 사이의 역동적 관계, 인간의 삶을 관통하는 원리 등등. 특히 2007년 <블랙 스완>을 발간하고 가진 한 강연에서 “앞으로 상상할 수 없는 최악의 파국이 월가를 덮칠 것”이라고 경고하여 학계와 금융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그의 경고가 현실로 드러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2007년부터 기미를 보였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2008년 9.11 사건의 충격으로 상황이 악화되면서 대형 대부업체의 파산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저자가 ‘월가의 현자’라는 별명을 얻게 된 동기입니다. 그리고 블랙 스완은 롱 테일, 티핑 포인트 등과 함께 경제, 경영 분야에서 중요한 신개념의 하나로 꼽히게 되었습니다.
블랙 스완이 부정적인 의미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블랙 스완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정규분포의 극단값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정규분포의 극단값은 양과 음의 양 끝에서 나타나는 것이므로 부정적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고, 긍정적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반적으로 극단값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외면하려 합니다.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있어 평균값을 흔다는 극단값을 제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극단값의 등장에 따른 실패를 방지하기 위하여 저자는 ‘배우는 법을 배우라’라고 합니다. 또한 긍정의 효과를 나타내는 극단값이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