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게 나이 드는 법 - 일상에 유쾌하고 소소한 행복을 선사하는 32가지 노년의 지혜
버나드 오티스 지음, 박선령 옮김 / 검둥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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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되어 상세한 진찰을 받는 중입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이곳저곳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이번에는 조금 심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전부터 쥐고 있던 화두가 우아하게 나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품위 있게 나이 드는 법>은 그런 화두에 걸 맞는 책읽기였습니다.


일상에 유쾌하고 소소한 행복을 선사하는 32가지 노년의 지해라는 부제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자는 65년에 걸쳐 식품 공급시설 기획과 홍보 관리를 하면서 자문도 하는 버나드 오티스씨입니다. 부인이 별세한 뒤에는 요양원에 거처하면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머리말 같은 헌사에서는 아내 안나에 대하여 감사하는 뜻을 절절하게 담았습니다. ‘시작합니다에서는 여든다섯이 되어 이 책을 쓰게 된 사연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내가 바라는 대로 이 일을 잘해낸다면, 여러분은 내가 인생 여정이라고 부르는 노화 과정에 대해 유용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거이다. 이 통찰력을 이용하면 졺은 독자들은 적절한 미래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좀 나이가 든 독자들은 노화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얻을 것이다.(15)”


그는 독자들에게 몇 가지 당부하는 것들을 나열하고는 이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기 바란다. 내 얘기가 매우 유익하고 고무적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라고 장담했습니다. 실제로 책을 읽는 이에게 노년을 행복하게 사는 비법을 조언하는 데 있어 가르치려들지 않고 농담을 섞어가면서 조곤조곤 속삭이듯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어 책읽기에 저절로 빠져드는 느낌입니다.


중간 중간에 유명 인사들의 금언을 인용해놓았고, 적당한 지점에 만담들을 늘어놓아 숨을 돌릴 여유도 만들어놓았습니다. 예를 들면 마흔은 청춘의 노년이고, 쉰 살은 노년의 청춘이다라는 빅토르 위고의 말을 인용하였는데, 지은이 자신의 나이를 고려한 듯 그렇다면 쉰 살 이후의 모든 순간은? 시간과의 싸움이다라는 대응구를 붙이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제 처지가 바로 이와 같을 듯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로사라는 사인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만, 미국의 경우는 부고 기사 중에 과로사로 사망했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해서 의아했습니다. 저는 아직 현업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만, 직장에서 은퇴했다고 해서 삶에서 은퇴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건강하자는 내용의 글에 크게 공감하면서도 제 현실이 조금은 답답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셰익스피어의 희곡 <뜻대로 하세요>에 나오는 인생의 일곱 가지 단계는 제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길어서 의아해졌습니다. 아무래도 저가가 원전에 나오는 대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놓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독후감을 쓰기 위하여 목차를 뒤적이면서 찾아낸 구절이 크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가족들은 당신이 아프다는 사실에 상처받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자신과 나누지 않으려고 하는 것에 상처받는다는 대목입니다. 저는 오늘 검진에서 이상소견이 나왔다는 사실을 형제들에게 알렸습니다. 그리고 이상소견이 나온 검사를 해볼 것을 권했습니다. 물론 아내에게도 알렸고, 정밀검사를 할 계획도 알렸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알릴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해놓았던 일들을 조금씩 정리해두곤 했습니다만,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놓았던 것들을 빨리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지금 해야 할 일이라고 조언한 유산상속 계획, 의료기록의 통합 정리, 가족들의 병력 정리 등의 일을 서둘러야 하겠습니다.


저자가 정리해놓은 32가지나 되는 노년의 지혜를 품위 있게 나이 드는 방법일 뿐 아니라 우아하게 죽음을 맞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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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산책자 - 강상중의 도시 인문 에세이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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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떠난 뒤로는 서울의 옛 도심에 갈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도심은 물론 변두리의 걷기 좋은 길을 따라 걸으면서 서울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조만간 서울 도심걷기에 다시 나설 것 같기도 합니다. 산책 삼아 도심을 걷는다면 일상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코에는 학회와 출장 때문에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전철과 걸어서 도시를 구경한 적도 있습니다. 확실히 도쿄와 서울은 닮은 듯하면서도 다른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도쿄 산책자>는 도쿄를 방문한다면 유념해서 볼만한 것이 있을까 싶어서 고른 책읽기였습니다.


책을 쓴 강상중 교수는 규슈의 구마모토 현에서 태어난 재일 한국인 2세로 세이가쿠인대학 교수입니다. 젊어서는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하여 고민을 했는데, 21살이 되던 해 한국을 방문하면서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저자가 서울을 찾았을 무렵, 저 역시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저자의 눈에는 서울이 도쿄의 어두운 그림자로 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지하철1호선 공사가 막 시작되는 등 서울은 역동적인 도시였습니다.


필자가 도쿄에 처음 가본 것은 2003년 무렵이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거품경제가 막바지에 올라있던 시절이고, 사람들은 여유가 넘쳐흘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거품경제가 무너지고 지진과 쓰나미 등의 재해가 덮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도쿄 산책자>에서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도쿄의 옛 모습을 되살려보고, 또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았다고 합니다. 저자는 도쿄의 깊숙한 면모를 살펴보기 전에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젊었을 적에 고민했던 정체성의 문제를 짚었는데, “인간 누구나 다양한 가능성을 숨기고 있는 보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감이 없음을 부정하기 않아도 됩니다. 그것을 그것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입니다.(27)”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곳이 바로 도시라는 것입니다. 타자와의 교류를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게 된다는 것인데, 도시란 바로 그런 타자를 만나는 장소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시는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은 도쿄에 가본 것도 몇 번 되지 않는데다가 업무 차 간 것이라서 제대로 구경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메이지신궁 정도를 제외하고는 저자가 찾아간 곳이 모두 생소한 까닭에 저자가 느낀 점에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도시를 들여다보는 방법을 배운 것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학생 때는 야간 침대열차를 타고 집에 다녀오고는 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여행은 흔히 인생의 전기가 되기도 하고,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것은 여행이 사람을 순수하게 보는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46)”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쇼와 중기까지 활동한 철학자 미키 기요시(三木淸)가 쓴 인생론 노트(人生論 -)(1947)에서 읽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함께 여행을 떠나세요라는 대목을 기억해냈습니다. 누구의 말인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오래 전부터 들어 알고 있던 말입니다.


저보다는 연배가 조금 있으신 편입니다만, 시대적 배경이 거의 비슷한 까닭인지 인용하는 것들이 익숙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일본적인 것들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살아온 배경의 차이 때문인지 금세 와 닿지 않는 부분도 없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특정한 장소로부터 떠올리는 생각들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은 접근방식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산책삼아 길을 나섰다기보다는 우연한 일로 가본 곳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놓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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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에 취하다 매드 포 여행서 시리즈
손대현.장희정 지음 / 조선앤북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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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는 매사를 빨리빨리 처리하는 편이었습니다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삶이 단순해지고, 매사가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입니다. 그러다보니 느린 삶에도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슬로시티에 취하다>를 읽게 된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습니다. 이 책은 한국슬로시티본부 위원장인 손대현교수와 사무총장인 장희정교수가 함께 썼습니다. 2010년에 열린 국제슬로시티 시장 한국총회의 개최에 즈음하여 슬로시티운동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들이 서문에 요약해놓은 이 책의 얼개를 옮겨놓으면, “<슬로시티에 취하다>는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슬로시티란 무엇인지 설명하고, 2장에서는 슬로시티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만들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3장에서는 그 마을에 가고 싶다를 테마로 국내의 국제슬로시티를, 4장에서는 매력이 아니라 마력이다는 이름으로 국외의 국제슬로시티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전통 발효식품의 왕국인 한국에 대해 조목조목 살펴본다.


슬로시티 운동은 1986년 미국의 맥도날드 햄버거가 이탈리아 로마에 매장을 연 것에 대하여 반발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저항운동에서 시작되었다. 199910월 그레베 인 키안티의 파올로 사투르니니 전 시장을 비롯한 몇몇 시장들이 모여 달콤한 인생의 미래를 염려하는 치따슬로(Cittaslow), 즉 슬로시티 운동을 출범시켰다고 합니다. 슬로시티운동의 핵심은 슬로푸드 먹기와 느리게 살기라고 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조사를 해보았더니 202212월 기준 33개 국가의 287개 마을이 국제슬로시티연맹에 가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가입했으며 2022년까지 신안, 완도, 장흥, 담양, 하동, 예산, 전주, 상주, 청송, 영월, 제천, 태안, 영양, 김해, 서천, 목포, 춘천 등 17개 시,군이 가입되어 있다고 합니다.


슬로시티의 철학은 자연+전통+공동체를 통한 상생과 조화로 행복에 이르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지속발전이 가능하게 하려면 자연과 전통문화를 보호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제슬로시티연맹게 가입하면 인증서를 받게 되는데, 그 인증서에는 이런 시가 쓰여 있다고 합니다. 슬로시티운동의 진수가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시간의 의미를 되찾은 / 호기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로 / 생명의 삶이 숨 쉬는 고장 / 마당과 극장과 가게와 다방과 식당 / 영혼이 깃든 장소들이 가득하며 / 온화한 풍경과 숙련된 장인들이 사는 고장 / 계절의 변화가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며 / 맛과 영양 의식의 자발성이 존중되며 / 산물의 자연성에 율동, 리듬에 맞춰 / 여전히 느림을 알며 / 사람들이 살아가는 고장/ -2007121일 그레베 인 키안티


느림의 미학을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여 설명하고 있어서 느림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는 걷는다. 고로 존재한다. 나의 마음은 언제나 나의 다리와 함께 한다라는 말을 인용했는데, 어디에서 가져온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나는 걷는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채은 다닐로 자넹이 쓴 책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아직 손주를 보지 못해서 실감이 덜한 것도 사실입니다만, 구글을 이끄는 에릭 슈미트 회장이 펜실베니아 대학의 졸업식에서 졸업생에게 한 축사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합니다. “그 어떤 것도 손자가 첫 발걸음을 땔 때 손을 잡아주는 기쁨을 대신할 수 없다. 컴퓨터를 끄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면 우리 주위에 인간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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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견문록
김영찬 지음 / 김&정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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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는 스위스 일주여행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던 까닭에 읽어보기로 한 책입니다. 2005년에 출간되었으니 꽤나 오래된 정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책을 쓴 이가 저와 비슷한 세월을 살아온 탓인지 공감이 가는 내용이 적지 않아 편하게 읽었습니다.


저자는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면서 독일을 학생, 연수원, 혹은 주재원 등 다양한 신분으로 8년 가까이 머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경험한 독일, 독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독일 견문록>에 담았습니다. 저는 국제회의, 조사, 여행 등의 목적으로 독일을 네 차례 방문했습니다만, 독일을 제대로 느낄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설명하는 독일, 독일 사람에 대한 내용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저자가 이 책에 담고 싶었던 내용은 책을 펴내며의 모두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외국에서 산다는 것이 삶을 경험하는 것이라면 독일에서의 생활은 제대로 된 외국생할이었다. 조용함, 느림, 참을성 있게 기다리기, 10시반에도 훤한 여름날의 산책, 남녀가 같이 하는 목욕탕, 저녁 8시가 되면 문을 닫는 상점들, 시속 200가 넘게 달려본 고속도로, 드넓은 상점 매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종업원, 사람이 사는 방식에 이렇게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을까.(4)”


1부와 2부에서는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겪은 독일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가를 주로 설명했습니다. 3부에서는 저자가 몸담고 있는 은행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4부에서는 1990103일 동독과 서독이 재통일된 시기를 전후하여 독일에서 살았던 저자가 느낀 독일의 통일에 따른 여러 문제점들을 짚었습니다.


저 역시 독일이 통일된 후에 유럽에서 열린 학회에서 만난 독일 사람들이 남북한의 통일에 대한 우려를 이야기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자가 짚어놓은 것처럼 많은 독일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통일에 따른 후유증을 심각하게 겪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남북한의 통일에 대하여 감성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외세에 의하여 분단된 만큼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독일보다 갈라져 살아온 날이 오래된 만큼 남북한이 사뭇 달라진 점도 많기 때문에 풀어야 할 문제도 많은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대비하지 않은 채 통일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진다면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합니다. 독일의 통일 사례를 연구하여 적절한 대응방안을 미리 마련해두어야 할 것입니다.


저자는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인용하면서 독일에서의 삶은 한국에서보다 한두 박자 느리게 돌아간다라고 정리했습니다만, 느리게 살아가는 것은 독일 뿐 아니라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의 삶이 느리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다만 독일 사람들은 자신들을 느리다고 흉을 보면 느리지만 확실하다(langsam aber sicher)’라도 대답한다고 합니다.


독일에 볼 것이 많지 않다고 하는 사람에 대하여 저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역사적으로 독일이 영국이나 프랑스 이탈리아에 비해 부국이 아니었고 화려한 건축물을 많이 남긴 절대왕정이 없었던 점, 그리고 2차대전 말기에 무차별 대공습을 받아 많은 문화유산이 파괴된 점 등의 이유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와 같이 볼거리들이 몰려있지 않고 제한된 시간에 둘러보기에는 너무 떨어져 있다는 데 원인이 있다(141)”


저자의 말대로 화려하거나 거창한 유적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 그 나라의 대표적 유물을 찍고 수 개국을 날아다니는 여행을 하다보면 그런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독일 일주 여행을 선택하기를 잘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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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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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강렬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위험한 독서>는 소설가 김경욱님의 다섯 번째 단편집이자 아홉 번째 책입니다. 등단 15년째가 되는 서른여덟에 발표한 작품이니 한창 때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로서는 작가의 작품으로는 처음 읽었습니다.

표제작 위험한 독서로부터 마지막 황홀한 사춘기까지 모두 8편의 단편을 담았습니다. 독서치료, 태란(殆亂, terror), 작가수업, 문제풀이 방송, 결혼, 기러기 아빠, 대리모, 기숙학원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저도 책읽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독서치료를 주제로 한 위험한 독서를 읽을 때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니나 게오르게의 <종이약국>을 읽고서 치료목적의 책읽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책읽기를 통하여 해답을 찾아내는 것인데,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상황에 맞춤한 책을 추천하는 독서치료사라는 직능군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독서치료사의 입장에서 세상 사람을 분류한 대목이 흥미롭습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 책을 안 읽는 인간과 책을 못 읽는 인간.(12)” 그런데 안 읽는못 읽는의 조작적 정의가 분명치가 않습니다. 안 읽는 인간은 책읽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이르는 것으로 이해가 되었습니다만, 못 읽는 인간은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가 말하는 대로 읽고는 싶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거나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사람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작가는 먼저 화자가 독서치료사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사례를 인용하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독서치료에 대한 개념이 정리되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 단편에서 중심이 되는 사례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를 회고하는 형식으로 설명합니다. 책읽기의 조언 상대는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필요이상으로 정신적 긴장을 느끼는 여성이었습니다. 새 신발이 어색해서 낡은 구두신기를 고집하고, 심지어는 남자친구가 친한 친구와 외도를 한다는 것을 알고서도 관계를 이어가는 식입니다. 7년을 사귄 남자친구는 연인이 혼전순결을 고집하는 것에 질려하는 듯합니다.


화자는 상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황에 맞는 책들을 추천해주었고, 내담자는 화자가 추천해주는 책을 열심히 읽었다고 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변화가 생겼습니다. 내담자는 날로 화사해졌다고 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쉽게 적응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과정의 마지막 단계는 화자가 청한 저녁식사였습니다. 당연히 술이 곁들여졌는데 종국에는 선생님을 읽고 싶어요라고 속삭이게 되었고, 두 사람은 여관에 갔다고 합니다. 다음날 아침 내담자는 이젠 남자친구와 헤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적은 쪽지를 남겼습니다. 내담자가 다시 화자를 찾지 않은 듯합니다. 치료사는 내담자와 반드시 지켜야 할 선이 있습니다. 그런데 화자는 그 선을 지키지 못한 것 같습니다. 치료사로서의 자질이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저도 몇권의 책을 낸 작가입니다만, 문학작품을 써볼 엄두는 내지 못해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작가수업을 주제로 한 천년여왕의 전개는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지난해에는 새 책을 쓸 시간이 없어서 금년에는 책을 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책을 쓸 수 있는 시간을 따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만, 이 이야기의 화자처럼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시골로 거처를 옮기기까지 할 생각은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화자의 아내는 책읽기의 내공이 깊어서 화자가 완성해낸 이야기들이 언젠가읽은 이야기와 비슷한 느낌이라는 비판을 아끼지 않습니다. 과연 화자는 작가로 등단이 가능할까요?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지어낸 이야기들이 참신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말미에 붙인 평론을 읽다보면 김경욱 작가님은 기계적으로 이야기를 지어낸다고 한 대목이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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