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견문록
김영찬 지음 / 김&정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는 스위스 일주여행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던 까닭에 읽어보기로 한 책입니다. 2005년에 출간되었으니 꽤나 오래된 정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책을 쓴 이가 저와 비슷한 세월을 살아온 탓인지 공감이 가는 내용이 적지 않아 편하게 읽었습니다.


저자는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면서 독일을 학생, 연수원, 혹은 주재원 등 다양한 신분으로 8년 가까이 머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경험한 독일, 독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독일 견문록>에 담았습니다. 저는 국제회의, 조사, 여행 등의 목적으로 독일을 네 차례 방문했습니다만, 독일을 제대로 느낄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설명하는 독일, 독일 사람에 대한 내용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저자가 이 책에 담고 싶었던 내용은 책을 펴내며의 모두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외국에서 산다는 것이 삶을 경험하는 것이라면 독일에서의 생활은 제대로 된 외국생할이었다. 조용함, 느림, 참을성 있게 기다리기, 10시반에도 훤한 여름날의 산책, 남녀가 같이 하는 목욕탕, 저녁 8시가 되면 문을 닫는 상점들, 시속 200가 넘게 달려본 고속도로, 드넓은 상점 매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종업원, 사람이 사는 방식에 이렇게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을까.(4)”


1부와 2부에서는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겪은 독일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가를 주로 설명했습니다. 3부에서는 저자가 몸담고 있는 은행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4부에서는 1990103일 동독과 서독이 재통일된 시기를 전후하여 독일에서 살았던 저자가 느낀 독일의 통일에 따른 여러 문제점들을 짚었습니다.


저 역시 독일이 통일된 후에 유럽에서 열린 학회에서 만난 독일 사람들이 남북한의 통일에 대한 우려를 이야기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자가 짚어놓은 것처럼 많은 독일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통일에 따른 후유증을 심각하게 겪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남북한의 통일에 대하여 감성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외세에 의하여 분단된 만큼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독일보다 갈라져 살아온 날이 오래된 만큼 남북한이 사뭇 달라진 점도 많기 때문에 풀어야 할 문제도 많은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대비하지 않은 채 통일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진다면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합니다. 독일의 통일 사례를 연구하여 적절한 대응방안을 미리 마련해두어야 할 것입니다.


저자는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인용하면서 독일에서의 삶은 한국에서보다 한두 박자 느리게 돌아간다라고 정리했습니다만, 느리게 살아가는 것은 독일 뿐 아니라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의 삶이 느리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다만 독일 사람들은 자신들을 느리다고 흉을 보면 느리지만 확실하다(langsam aber sicher)’라도 대답한다고 합니다.


독일에 볼 것이 많지 않다고 하는 사람에 대하여 저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였습니다. “역사적으로 독일이 영국이나 프랑스 이탈리아에 비해 부국이 아니었고 화려한 건축물을 많이 남긴 절대왕정이 없었던 점, 그리고 2차대전 말기에 무차별 대공습을 받아 많은 문화유산이 파괴된 점 등의 이유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와 같이 볼거리들이 몰려있지 않고 제한된 시간에 둘러보기에는 너무 떨어져 있다는 데 원인이 있다(141)”


저자의 말대로 화려하거나 거창한 유적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 그 나라의 대표적 유물을 찍고 수 개국을 날아다니는 여행을 하다보면 그런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독일 일주 여행을 선택하기를 잘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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