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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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강렬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위험한 독서>는 소설가 김경욱님의 다섯 번째 단편집이자 아홉 번째 책입니다. 등단 15년째가 되는 서른여덟에 발표한 작품이니 한창 때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로서는 작가의 작품으로는 처음 읽었습니다.

표제작 위험한 독서로부터 마지막 황홀한 사춘기까지 모두 8편의 단편을 담았습니다. 독서치료, 태란(殆亂, terror), 작가수업, 문제풀이 방송, 결혼, 기러기 아빠, 대리모, 기숙학원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저도 책읽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독서치료를 주제로 한 위험한 독서를 읽을 때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니나 게오르게의 <종이약국>을 읽고서 치료목적의 책읽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책읽기를 통하여 해답을 찾아내는 것인데,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 상황에 맞춤한 책을 추천하는 독서치료사라는 직능군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독서치료사의 입장에서 세상 사람을 분류한 대목이 흥미롭습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 책을 안 읽는 인간과 책을 못 읽는 인간.(12)” 그런데 안 읽는못 읽는의 조작적 정의가 분명치가 않습니다. 안 읽는 인간은 책읽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이르는 것으로 이해가 되었습니다만, 못 읽는 인간은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가 말하는 대로 읽고는 싶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거나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사람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작가는 먼저 화자가 독서치료사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사례를 인용하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독서치료에 대한 개념이 정리되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 단편에서 중심이 되는 사례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를 회고하는 형식으로 설명합니다. 책읽기의 조언 상대는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필요이상으로 정신적 긴장을 느끼는 여성이었습니다. 새 신발이 어색해서 낡은 구두신기를 고집하고, 심지어는 남자친구가 친한 친구와 외도를 한다는 것을 알고서도 관계를 이어가는 식입니다. 7년을 사귄 남자친구는 연인이 혼전순결을 고집하는 것에 질려하는 듯합니다.


화자는 상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황에 맞는 책들을 추천해주었고, 내담자는 화자가 추천해주는 책을 열심히 읽었다고 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변화가 생겼습니다. 내담자는 날로 화사해졌다고 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쉽게 적응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과정의 마지막 단계는 화자가 청한 저녁식사였습니다. 당연히 술이 곁들여졌는데 종국에는 선생님을 읽고 싶어요라고 속삭이게 되었고, 두 사람은 여관에 갔다고 합니다. 다음날 아침 내담자는 이젠 남자친구와 헤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적은 쪽지를 남겼습니다. 내담자가 다시 화자를 찾지 않은 듯합니다. 치료사는 내담자와 반드시 지켜야 할 선이 있습니다. 그런데 화자는 그 선을 지키지 못한 것 같습니다. 치료사로서의 자질이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저도 몇권의 책을 낸 작가입니다만, 문학작품을 써볼 엄두는 내지 못해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작가수업을 주제로 한 천년여왕의 전개는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지난해에는 새 책을 쓸 시간이 없어서 금년에는 책을 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책을 쓸 수 있는 시간을 따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만, 이 이야기의 화자처럼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시골로 거처를 옮기기까지 할 생각은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화자의 아내는 책읽기의 내공이 깊어서 화자가 완성해낸 이야기들이 언젠가읽은 이야기와 비슷한 느낌이라는 비판을 아끼지 않습니다. 과연 화자는 작가로 등단이 가능할까요?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지어낸 이야기들이 참신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말미에 붙인 평론을 읽다보면 김경욱 작가님은 기계적으로 이야기를 지어낸다고 한 대목이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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