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생존전략 - 일본의 요양병상 재편정책에 대한 8가지 처방전
대한노인병학회.대한요양병원협회 옮김 / 장솔출판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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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대한요양병원협회의 봄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학술대회에 가면 전문가들의 발표를 통하여 최근 소식이나 연구동향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관련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학술대회에 참석하여 얻은 성과에는 일본만성기의료협회에서 발간한 <요양병원 생존전략>을 구할 수 있었던 것도 포함됩니다.

우리나라가 많은 영역에서 일본의 것들을 참조해왔던 것처럼 의료제도, 특히 노인의료제도의 경우 일본의 제도를 참고하고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것은 일본은 노령화가 가장 먼저 시작된 나라이며 이에 대한 대책도 이미 다양하게 시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2008년 우리나라에서 시행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일본에서 2000년에 시행된 개호보험을 참고한 것입니다. 2019년 들어 가시화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사업 역시 일본의 지역포괄케어 제도를 참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역포괄케어 제도에서 추진하는 2025모델은 주민의 건강을 병원 완결형에서 지역 완결형으로 이행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라고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노인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역 전체가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역포괄케어에는 치료뿐 아니라, 보건서비스, 건강증진, 재가 케어·재활·복지, 개호서비스 등을 모두 포함하는데, 이는 시설 케어와 재가 케어를 연계하고 지역주민까지도 참여하여 사는 곳에서의 모든 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전인적 의료 케어를 말합니다.

생각해보면 의료전달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커다란 변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변화를 앞두고 있는 일본의 요양병원들이 모여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그런 모임에서 발표된 8개 요양병원의 대표들의 대안을 엮을 것이며, 대한요양원협회와 대한노인의학회가 주관하여 이를 번역하여 소개한 것입니다.

읽다보니 일본의 보험제도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 의원 등 의료기관의 종별구분에 따라서 수가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병동 종별에 따라서 운영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일반병동, 노인요양병동, 회복기 재활병동, 호스피스 병동, 치매치료병동, 치매요양병동 등 병동의 종류와 기능별로 각각의 시설기준과 인력기준 수가를 정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동일 기관에서도 다양한 의료수요에 맞출 수 있도록 병동을 구성하여 환자의 치료에 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책의 번역을 감수한 남상요교수의 ‘일본 노인의료·요양제도의 개요’를 시작으로 하여, 8개의 일본의 유수한 요양병원을 경영하시는 분들이 내놓은 지역포괄케어에 대한 다음과 같은 전략을 소개합니다. 1. 도시형 케어 믹스 전략, 2. 소규모 병원의 샷건 포메이션 전략, 3.개호 요양형 노인보건시설 신설 전략, 4. 고도만성기의료 특화 전략, 5. 만성기 대형병원 운영 전략, 6. 재택지원형 의료거점 추진 전략, 7. 재활 기능으로서의 특화 전략, 8. 대규모 다기능 의료복지복합체 운영 전략 등입니다.

커뮤니티케어의 도입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의 사정이 일본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본 대한요양병원협회에서도 일본에서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이를 참조하기 위하여 이 책을 번역하여 소개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하고 있는 요양병원에서의 의료의 질평가 역시 제도의 변화에 따라서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입원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Service)의 내용, 입원환자의 안전(Safety), 입원환자가 느끼는 만족도(Satisfaction) 등 3S에 중점을 둔 평가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현재 몇몇 선도적 역할을 하는 요양병원에서는 급성기병원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환자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환자 안전에 관하여는 하인리히 법칙을 적용하여 근접오류건을 철저하게 보고하도록 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심각한 안전사고를 사전에 예방토록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요양병원 생존전략


일본 만성기의료협회 편

대한노인병학회와 대한요양병원협회 편역

남상요 감수

255쪽

2019년 03월 25일

장솔출판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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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이들 - 느린 학습자와 발맞춰 걷기 휴먼테라피 Human Therapy 83
박찬선.장세희 지음 / 이담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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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있을 때 학생 강의를 해보면 같은 수업을 들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수업에 대한 이해에서 차이가 있더라는 기억이 분명 있습니다. 그때는 수업에 대한 몰입도의 차이일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의과대학생들이라면 수업을 이해하는 정도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까지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학생들의 지능에서도 차이가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요즘의 학교에서는 보통 아이들과 다르다고 해서 쉽게 왕따를 당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때는 학생들 사이의 학습 성취의 차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른 분야에서 장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같이 어울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이들>은 흔히 IQ라고 하는 지능지수가 전체 아이들의 평균치에 미치지 못하는 아이들의 특성과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보살펴서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경계선 지능이라 함은 ‘경계선 지적 기능(Borderline Intellectual Function, BIF)’이라고 미국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DSM)-VI에 분류된 것으로 표중화 지능검사에서 IQ 70~80 사이에 속하는 아동들로 정의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IQ 70~79 사이의 지능을 나타내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늦되는 아이, 답답한 아이, 공부를 못하는 아이, 눈치 없는 아이’라고 생각하던 아이들이 이 범주에 속합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들은 분명 학습장애나, 정신지체라고 할 수 없으며,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와는 다른 독특한 인지와 정서, 행동, 사회성의 발달 과정을 보인다고 하겠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기관에서는 마침 ADHD를 어떻게 치료하는지에 대하여 평가가 필요한지 검토하고 있어서 이 책을 읽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동안 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동들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쉽지가 않았기 때문에 부모와 교사는 물론 심지어는 심리치료사, 언어치료사, 소아정신과의사들까지도 혼란스럽게 만들어왔습니다. 이 책을 쓴 저자들은 아동심리와 교육을 전공하고 일찍부터 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동들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제대로 이끌어 정상적인 어른으로 자라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왔다고 합니다.

저자들은 오랜 기간을 통해 쌓아온 자신들의 경험을 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동을 가진 부모와 이런 아동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과 공유하고자 이 책을 썼던 것이고, 이번에 이를 보완하여 개정판을 내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이 책은 크게 경계선 지능의 본질을 이해하는 부분과 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동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를 담은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경계선 지능 알아보기’에는 1. 경계선 지능이란 무엇일까?, 2. 경계선 지능 아동의 성장과 발달 특성, 3. 경계선 지능을 어떻게 진단할까?, 4. 경계선 지능 아동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 등을 담았고, 2부 ‘경계선 지능을 가진 아이와 함께 걷기’에는 5. 인지능력 향상시키기, 6. 꾸준한 학습지도가 필요한 이유, 7. 자신감과 사회성을 높이는 신체활동, 8. 모든 발달 영역을 자극하는 독서활동, 9. 정서적 유연성과 성취감을 주는 미술활동, 10 사회성 지도, 어떻게 해야 할까?, 11. 어른들의 역할 등을 다루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학습장애, 학습부진, 지적장애 그리고 ADHD 등과의 차이도 분명하게 밝혀 돌봄의 방식을 달리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아동들을 돌보고 지도하는데 있어 꼭 이해할 필요가 있는 사항들도 적절하게 정리하고 있는데, 가장 관심이 클 부모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또 이런 아동들을 직접 교육하는 교사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따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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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국에서 일한다
김응삼.김민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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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담 북스가 기획출간하고 있는 ‘해외 취업/이민 생존기’에 관한 책으로, 독일과 뉴질랜드에 이어 중국편이 나왔습니다. 중국편의 특징은 중국에서 자리 잡고 있는 분의 추천을 받아 가족들과 함께 이주한 경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도 ‘헬조선’을 탈출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외취업을 언급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가 잘 나갈 때도 외국에서 자리 잡는 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굳이 그런 표현까지 써야 하나 싶습니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중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이미 자동차유통분야에서 쌓은 상당한 경력을 인정받아 취업에 성공한 사례이며, 가족과 함께 이주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점이 기왕의 시리즈와의 차이점 같습니다. 더하여, “중국 취업경로 및 절차, 현지 업체 근무 시 고려사항, 급여 및 계약조건, 집구하기부터 체류 등록, 자녀 교육, 언어 문제 등 현지 생활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까지 담고 있어 중국 취업을 고려하고 있는 분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최근에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관계가 원만하지는 않은 것도 중국 취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중국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서 많은 것들이 좌우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별 문제가 없던 것들이 훗날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중국 취업을 권하는 까닭은 중국 사회가 매우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중국 취업을 장밋빛으로만 포장하지는 않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이유 때문에 중국에서의 생활은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된다고 강조합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는 다른 점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던 것들을 해결하는데 상당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공공기관이 관료적이고 불친절하다고 불평했었는데 중국 공공기관의 서비스를 경험을 하다보면 한국의 참 친절하고 처리도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152쪽)”라는 부분을 읽으면서 해외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는 이야기가 중국에서도 통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혹시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적었다가 중국에서 생활하시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해보았습니다.

중국에서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경우도 설명하고 있는데, ‘중증 치료가 필요하다면 중국에서 보험을 찾을 것이 아니라 한국으로 가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는 설명에서는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오히려 내국인들보다 조건이 좋은 것 아닌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틀린 것은 아니지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는 아직까지는 건강한 편으로, 오랫동안 보험료를 내고 있지만, 실제로 병원을 찾는 일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외국인의 경우 짧은 기간 보험료를 내고는 많은 비용이 들어야 하는 진료를 받는 경우도 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료조사를 충실하게 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유일한 옥의 티라고 하면 중국의 의료체계를 설명하는데 있어, 중국의 전통의학을 전공한 의사와 현대의학을 전공한 의사를 중의(中醫)와 양의(洋醫)라고 각각 표현한 것은 옳지 않은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이를 각각 중의(中醫)와 서의(西醫)라고 구분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한의계에서 현대의학을 지칭할 때 관례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를 끌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저자와 공저자가 집필에 참여한 것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설명은 따로 하지 않았지만, 공저자가 아드님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중국의 교육제도 부분을 담당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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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발견 - 미칠수록 행복해지는 12명의 취향저격자들
이봉호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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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제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근래 들어 우리사회 구성원들은 타의반 혹은 자의반으로 개성이 사라지고 획일화되어 온 것 아닌가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라서 개성보다는 다소 약한 듯하지만 개인의 취향이 존중받기를 바라는 생각을 적었을 것으로 기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자 역시 들어가는 글에서 “자신만의 단단한 취향을 가진 이에 대해서 편견을 가진 사회는 위험하다”면서 “오로지 평균치의 정서와 인성, 폭력적인 문화만을 강요하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저자 자신을 포함하여 12명의 취향 저격자들의 취향, 책읽기, 희귀음반수집, 마라톤, 공포영화, 블로그 글쓰기, 소설쓰기, 바둑, 로봇수집, 술 마시기, 책편집, 의사, 장서 모으기 등을 소개합니다. 사실은 취향 저격자들을 소개한다면서 저자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취향을 가까운 사람의 것과 엮고 있어서 ‘작가의 취향이 참 다양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른 말로 하면 오지랖이 넓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취향이라는 것도 뜯어놓고 보면 취미활동에 가까운 것들이 많아서 누군가로부터 ‘별나다’라는 시선을 받기보다는 ‘대단하다’라는 찬탄을 받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 역시 ‘영화감상이라는 행위는 호사취미가 아닌 가볍고 부담 없는 취향에 속한다(76쪽)’라고 적은 것을 보면, 취향은 사회의 편견에 맞서는 행위라기보다는 취미에 가까운 개념으로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다만 직업으로서가 아닌 취미, 즉 아마추어로서는 고수급이라 할 취미일 것 같습니다. 어느 분의 경우는 직업의 범주이기 때문에 취미나 취향이라 할 수 없지 않을까 싶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에 블로그하는 사람들이 하도 많기 때문에, 블로그 글쓰기를 취향이랄 것도 없지 않나 싶었습니다. 저자의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책읽기를 기반으로 하는데 년간 200-300권의 책읽기를 20년 넘게 해왔다고 합니다. 이만한 책읽기를 하려면 당연히 속독이 필수였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독서취향이 속독이라고 해서 정독을 평가절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24쪽)”라는 저자의 주장이 거꾸로 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정독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속독이야말로 좋은 독서습관이 아니라고 본다는 것입니다. 혹여 속독이 취향을 주장하시는 저자가 오히려 편견을 가진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는 살아오면서 자신에 맞는 일을 찾아 다양한 도전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을 요약하면 “하나를 해도 ‘제대로 미친 듯이’가 내가 지향하는 인생관(62쪽)”라고 밝힌 것처럼 파고들었기 때문에 다양한 ‘취향’이 생긴 것 아닐까요?

취향에 대한 편견을 경계한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저자 역시 일정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도 있었습니다. “나보다 오랜 세월을 살았던 세대를 경계하는 편이다. 그들의 지혜보다는 고정관념이 불편했고, 나이로 고참 행세를 하려 드는 고루한 사고방식이 피곤했으며, 독재 시대를 살면서 내면화된 순응적인 태도가 현기증을 불러일으켰다.(155쪽)”라는 대목인데, 어쩌면 ‘경계하는 편이라는’이라는 표현에 대한 저의 과민반응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누군가에 대하여 대립각을 세우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를 닮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저자의 연배가 분명치는 않으나 ‘50세에 이르자 본격적으로 시간이 두려워졌다’라고 적은 것을 보면 50대에 이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는 비슷한 이유로 나라는 인간과 거리 두기에 골몰하고 있겠지 싶다.’라는 저자의 의구심이 현실이 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쉬워지는 것은 나름대로의 특별한 취미활동을 만들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고수급의 취미를 의미하는 취향이 아니더라도 나름대로의 삶을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서의 취미활동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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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사막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김정완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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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배운 사하라사막이나 고비사막은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만,  미국의 솔트레이크나 페루의 아이타스카 그리고 아랍에미레이트의 작은 규모의 사막에서 황량함을 맛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막막함을 느낄 만한 거대한 사막에는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사막에서의 체험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생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에 사막을 만나지 않았더라면>에서 무언가를 만날 것으로 기대한 이유입니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11년 전부터 3년2개월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살아낸 김정완님의 삶을 기록한 것입니다. 2008년 영국인과 재혼하고 남편과 함께 리야드에서 십접살림을 차리게된 사정을 털어놓지는 않아 속사정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혼을 하고 두 아이들을 떨궈 놓고 한국을 떠나야했던 아픔이 있었던 듯합니다. 특히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고 의논할 가까운 이가 없어 상처는 더 아팠던 모양입니다.

초혼인 영국남자를 만나 결혼에 이른 사정도 짐작할 수 없도록 눙치는 것을 보면 상당히 내성적이고 강하게 자신을 보호하는 편 같습니다. 저자가 이혼을 하게 된 시기가 언제인 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만, 우리 사회에서도 이혼이 남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눈치를 보지 않게 된 것은 벌써 오래 전의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품위와 위엄마저 도매금으로 몰수해가던 시선과 매일 부대끼던 삶이었다는 고백이 쉽게 와닿지 않는 듯합니다.

아직까지도 중동국가에서의 생활이 어떤지 상세하게 소개한 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내국인들과 외국인들 사이에 차별하는 경향이 분명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상황은 상상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그런 나라에서의 삶이 우리나라에서 얻었던 마음의 상처를 씻는 기회가 되었다는 설명도 쉽게 공감되지 않았습니다. 어떻든 리야드에 와서 사는 다양한 외국인들과 관계를 맺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는 것인데 인도, 필리핀 등 아시아국가나 아프리카에서 온 비전문직 노동자들이 당하는 비인간적인 처우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느낌이었습니다.

글을 읽을 때는 전후맥락을 파악하려 노력을 합니다만, 본문 중에 나오는 두 아들과의 관계와 후기에서 언급한 두 아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아리송합니다. 자신에 관한 기본적인 이야기는 두루뭉술하게 피하고 풀어낸 새로운 삶에 관한 이야기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리야드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 드는 일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라고 다 같은 외국인은 아니라는 차별된 생각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그리고 사우디 정부가 금하는 바이지만 외국근로자들끼리 교류하는 활동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어느 정도까지 허용이 가능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붉은 사막에 다녀오면 신발도 양말도 모두 붉은 모래입니다, 제 속의 아집과 자기연민도 부정적인 감정도 함께 털어지기를 바라며 신발을 바닥에 탁탁 쳐댔습니다. 저는 모래 한 알도 삼키지 못하는데 언덕은 모든 모래를 품고 불평불만마저도 감싸주는 것 같아 이곳이 좋았고 사우디를 떠날 때 마지막으로 붉은 사막에 들러 사우디의 모래와 작별하였습니다(276쪽).”라고 적은 부분이야말로 저자의 진솔한 마음이 담겨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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