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사막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김정완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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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배운 사하라사막이나 고비사막은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만,  미국의 솔트레이크나 페루의 아이타스카 그리고 아랍에미레이트의 작은 규모의 사막에서 황량함을 맛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막막함을 느낄 만한 거대한 사막에는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사막에서의 체험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생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에 사막을 만나지 않았더라면>에서 무언가를 만날 것으로 기대한 이유입니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11년 전부터 3년2개월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살아낸 김정완님의 삶을 기록한 것입니다. 2008년 영국인과 재혼하고 남편과 함께 리야드에서 십접살림을 차리게된 사정을 털어놓지는 않아 속사정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혼을 하고 두 아이들을 떨궈 놓고 한국을 떠나야했던 아픔이 있었던 듯합니다. 특히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고 의논할 가까운 이가 없어 상처는 더 아팠던 모양입니다.

초혼인 영국남자를 만나 결혼에 이른 사정도 짐작할 수 없도록 눙치는 것을 보면 상당히 내성적이고 강하게 자신을 보호하는 편 같습니다. 저자가 이혼을 하게 된 시기가 언제인 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만, 우리 사회에서도 이혼이 남의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눈치를 보지 않게 된 것은 벌써 오래 전의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품위와 위엄마저 도매금으로 몰수해가던 시선과 매일 부대끼던 삶이었다는 고백이 쉽게 와닿지 않는 듯합니다.

아직까지도 중동국가에서의 생활이 어떤지 상세하게 소개한 분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내국인들과 외국인들 사이에 차별하는 경향이 분명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저자가 소개하는 상황은 상상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그런 나라에서의 삶이 우리나라에서 얻었던 마음의 상처를 씻는 기회가 되었다는 설명도 쉽게 공감되지 않았습니다. 어떻든 리야드에 와서 사는 다양한 외국인들과 관계를 맺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는 것인데 인도, 필리핀 등 아시아국가나 아프리카에서 온 비전문직 노동자들이 당하는 비인간적인 처우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느낌이었습니다.

글을 읽을 때는 전후맥락을 파악하려 노력을 합니다만, 본문 중에 나오는 두 아들과의 관계와 후기에서 언급한 두 아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아리송합니다. 자신에 관한 기본적인 이야기는 두루뭉술하게 피하고 풀어낸 새로운 삶에 관한 이야기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리야드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 드는 일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라고 다 같은 외국인은 아니라는 차별된 생각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그리고 사우디 정부가 금하는 바이지만 외국근로자들끼리 교류하는 활동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어느 정도까지 허용이 가능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붉은 사막에 다녀오면 신발도 양말도 모두 붉은 모래입니다, 제 속의 아집과 자기연민도 부정적인 감정도 함께 털어지기를 바라며 신발을 바닥에 탁탁 쳐댔습니다. 저는 모래 한 알도 삼키지 못하는데 언덕은 모든 모래를 품고 불평불만마저도 감싸주는 것 같아 이곳이 좋았고 사우디를 떠날 때 마지막으로 붉은 사막에 들러 사우디의 모래와 작별하였습니다(276쪽).”라고 적은 부분이야말로 저자의 진솔한 마음이 담겨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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