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대붕 이야기‘ 의 주인공이 메추라기가 아닌 대붕인 것은 확실하다. 현실 세계로부터 속박되어 있지만 스스로는 자유롭다고 착각하고 있는 메추라기는 분명 일상적인 우리들의 모습을 반영하고있다. 그러나 메추라기와 달리 대붕은 현실 세계로부터 비약하여 이세계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고도를 확보하고 있는 철학자, 즉 장자 본인을 상징한다. 자신의 삶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을 때 우리는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법이다. 이 점에서 볼 때 메추라기보다대붕이 자유롭다는 것은 누구에게라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이러니하게도 스스로를 자유롭다고 간주하는 것은 오히려 대붕이 아니라 메추라기들이다.

그러나 대붕은 단순히 거대한 바람만을 기다리는, 다시 말해 바람에철저히 의존하기만 하는 그런 존재가 결코 아니다. 대붕은 자신의 온힘을 다해서 구만리 상공으로 비약하려고 매번 끊임없이 시도하고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순간 대붕 스스로 구만리 높이로 올라서야만 비로소 그는 자신의 밑에 바람을 둘 수 있다. 따라서 곤(銀)이라는물고기에서 붕(鵬)이라는 새로의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대붕이라는 새가 가지는 상승과 비약에의 의지라고 말할 수 있다. 계속된실패와 좌절에도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날고자 하는 의지를 관철시킬 때 비로소 어느 순간 대붕은 구만리 높이로 우뚝 올라설 수 있는것이다. 그리고 오직 이런 경우에만 대붕은 자신을 떠받치는 바람을타고, 모든 것을 조망할 수 있는 자리에 올라서게 될 것이다. 장자의대붕은 모든 자잘한 것들을 한꺼번에 날려 버릴 바람을 타고 유유히푸른 하늘을 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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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를 만들 때 사용되는 물레는 흙덩어리와의 소통을 상징한다. 아름다운도자기를 만들려면, 우리는 제일 먼저 물레의 중심에 흙덩어리를 얹어야만 한다. 만약 중심이 아닌 가장자리에 흙덩어리를 얹었을 경우, 그것은 물레가 회전하자마자 바로 땅바닥에 나뒹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물레의 중심은 항상비워져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흙덩어리가 물레의 중심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장자가 마음을 물레에 비유하며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것도이런 이유에서이다. 타자와 소통하여 새로운 연대를 구성하기 위해서 우리의마음도 물레처럼 비워져 있어야만 한다.

타자와 마주쳐야 비로소 판단중지가 발생하고, 판단중지가 일어나야 우리는 비로소 타자와 마주칠수 있기 때문이다. 장자는 이것을 양행 (兩行)이란 개념으로 명료화한다. 다시 말해 타자성 그리고 판단중지와 관련된 두 가지 원리(兩는 함께 적용될 [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타자로 경험된 원숭이들의 분노를 즐거움으로 바꾸기 위해서,
저공은 그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제안한다. 그런데 원숭이들이 수용한 저공의 제안은 ‘옳다[是]라는 원숭이들의 생각에근거해서 구성된 것이다. 역으로 거절당한 저공의 다른 제안들은 원숭이들이 그르다‘ [非]고 생각했던 것에 따라서 구성되었다. 그렇다면 저공이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제안들을 부단히 제공할 수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그 제안들을 옳은 것으로 확증하는 것은 원숭이들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장자는 이것을 인시 (因是)라는 용어로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이 개념은 곧 타자가 옳다고 하는 것을 따른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타자의 반응은 우리로 하여금 불가피한 판단중지의 상태에 놓이도록 만든다. 판단중지의 상태가 중요한 이유는 저공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타자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마음 상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옳다는 판단을 중지해야만 우리는 타자의 움직임에 맞게 자신을 조율하는 섬세한 마음을 회복할 수 있다. 계속된거부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제안을 원숭이들에게 제안하기 위해서, 저공은 부단한 판단중지의 상태를 견뎌낼 수 있어야만한다. 그리고 부단한 판단중지의 상태, 즉 이런 불편한 상태에서 편안해 할 수 있어야 비로소 원숭이들과의 소통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

이렇게 조삼모사 이야기‘ 후반부에서 장자가 강조한 ‘양행의실천 원리는 "옳고 그름‘ 으로써 대립을 조화시키고 자연스런 가지런함에 편안해 한다"는 두 가지 내용으로 간명하게 표현된다. 옳고그름에 관한 타자의 판단에 근거함으로써 우리는 타자와의 대립과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인시‘ 의 의미이며 결국 타자성의 원리를 함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옳고 그름의 특정한 사태는타자의 결에 따라 언제든 민감히 반응할 수 있는 마음의 태도를 필요로 한다. 장자는 이런 마음이 자신의 판단을 비워 두는 것, 즉 부단한판단중지의 사태로부터 가능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원리,즉 타자의 시비 판단에 따르는 것과 자신의 판단을 중지함으로써 마음을 비워 두는 것은 상호 필수불가결한 원리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장자는 두 가지 원리의 병행인 ‘양행‘을 강조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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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리라이팅 클래식 4
강신주 지음 / 그린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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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기운을 내뿜는 것을 바람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일어나지않으면 그뿐이지만, 일어나기만 하면 모든 구멍이 성난 듯이 울부짖는다. 너는 무섭게 부는 바람소리를 듣지 못하였는가? 높고 깊은 산이 심하게 움직이면 백 아름이나 되는 큰 나무의 구멍들, 마치 코처럼, 입처럼, 귀처럼, 병처럼, 술잔처럼, 절구처럼, 깊은 웅덩이처럼, 좁은 웅덩이처럼 생긴 구멍들이 각각 물 흐르는 소리,화살 나는 소리, 꾸짖는 소리,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 울부짖는 소리, 아우성치는 소리, 탁하게 울리는 소리, 맑게 울리는 소리 등 온갖 소리를 낸다. 앞의 것들이 우우 하고 소리를 내면 뒤의 것들은 ‘오오‘ 하고 소리를 낸다. 산들 바람에는 작은 소리로 대답하고, 거센 바람에는 큰 소리로 대답한다. 그러다가 사나운 바람이 가라앉으면 모든 구멍들은 고요해진다. 너는 저 나무들이 휘청휘청하거나 살랑살랑거리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는가? —「제물론」

장선생님(莊子)이라고 불리는 장주(莊周)의 사유는 무엇보다도먼저 바람에 대한 사유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 세상에는 너무도많은 바람들이 존재한다. 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구멍들이 동시에존재하고 있다. 여기에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람소리가 가지는 존재론적 위상이다. 바람소리는 누가 가지고 있는가? 바람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리인가? 아니면 구멍들이 가지고 있는 소리인가? 사실 바람소리는 바람들이 가지고 있는 소리도, 혹은 구멍들이가지고 있는 소리도 결코 아니다. 그것은 바람과 구멍의 예기치 않은마주침에서, 다시 말해서 다양한 강도와 방향을 가진 바람 그리고 다양한 모양과 깊이를 가진 구멍 사이의 우연한 마주침에서 만들어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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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어도 인간 삶의 양상은 비슷하기 때문에 고대의 지혜에서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르침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아무것도 없다면 진정으로 얻게 될 거대한평안 속에서 쉬면 되고,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한다면 영혼이다시 새롭게 살아나갈 테니 말이다.

행복이 영원하지 않다는 인식은 역설적으로 지금 눈앞에놓인 행복을 더 소중히 여기고 즐기게 해줍니다. 반대로 그런행복이 당연해지는 순간 수많은 소소한 기쁨이 더 이상 대단치 않은 것이 되어버리죠. 또 미래에 대해 겸손하고 신중한 태도를 취하면 온갖 갈망과 기대 앞에서도 겸허해집니다. 인생이늘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잖아요. 언제든지 힘든시간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인식해야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을 현상 그대로 받아들이고 미리 대비도 할 수 있습니다. 준비된 사람은 결코 흔들리지 않아요.

달라지고 싶다면 손에 쥐고 있던 낡은것들을 놓아주고, 때로는 꽤 오랫동안 사랑했고 나의 모든을 걸었다고 표현할 법한 것까지 내려놓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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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큰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조그만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아침에 일어나 낯선 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든지길을 가다 담장 너머 아이들 떠들며 노는 소리가 들려 잠시발을 멈췄다든지매미 소리가 하늘 속으로 강물을 만들며 흘러가는 것을 문득느꼈다든지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남의 이야기, 세상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우리들의 이야기, 서로의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지나간 밤 쉽게 잠이 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든지하루 종일 보고픈 마음이 떠나지 않아 가슴이 뻐근했다든지모처럼 개인 밤하늘 사이로 별 하나 찾아내어 숨겨놓은 소원을 빌었다든지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실은 우리들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우리는잘 알아요.
그래요, 우리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오래 헤어져 살면서도 스스로행복해지기로 해요. 그게 오늘의 약속이에요.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십일월이다.
더 여유 있게 잡는다면십일월에서 십이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나무들이 깨금발을 딛고 선 등성이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황토 흙의 알몸을좋아하는 것이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낙엽 져 나무 밑둥까지 드러나 보이는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굽은 길은 굽게 가고곧은 길은 곧게 가고막판에는 나를 신고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제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물총새, 쪽빛 날갯짓도 보았으므로

놓일 곳에 놓인 그릇은 아름답다.
뿌리 내릴 곳에 뿌리 내린 나무는 아름답다.
꽃필 때를 알아 피운 꽃은 아름답다.
쓰일 곳에 쓰인 인간의 말 또한 아름답다.

때로 내 눈에서도소금물이 나온다.
아마도 내 눈 속에는바다가 한 채씩 살고 있나 보오.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아름다워졌습니다.

하루의 좋은 시간을다른 곳에 다 써 먹고창문에 어둠 깃들어서야그댈 생각해낸다그댈 생각하고그대에게 편지를 쓴다.
너무 섭섭히 생각 마시압,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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