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기운을 내뿜는 것을 바람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일어나지않으면 그뿐이지만, 일어나기만 하면 모든 구멍이 성난 듯이 울부짖는다. 너는 무섭게 부는 바람소리를 듣지 못하였는가? 높고 깊은 산이 심하게 움직이면 백 아름이나 되는 큰 나무의 구멍들, 마치 코처럼, 입처럼, 귀처럼, 병처럼, 술잔처럼, 절구처럼, 깊은 웅덩이처럼, 좁은 웅덩이처럼 생긴 구멍들이 각각 물 흐르는 소리,화살 나는 소리, 꾸짖는 소리,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 울부짖는 소리, 아우성치는 소리, 탁하게 울리는 소리, 맑게 울리는 소리 등 온갖 소리를 낸다. 앞의 것들이 우우 하고 소리를 내면 뒤의 것들은 ‘오오‘ 하고 소리를 낸다. 산들 바람에는 작은 소리로 대답하고, 거센 바람에는 큰 소리로 대답한다. 그러다가 사나운 바람이 가라앉으면 모든 구멍들은 고요해진다. 너는 저 나무들이 휘청휘청하거나 살랑살랑거리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는가? —「제물론」
장선생님(莊子)이라고 불리는 장주(莊周)의 사유는 무엇보다도먼저 바람에 대한 사유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 세상에는 너무도많은 바람들이 존재한다. 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구멍들이 동시에존재하고 있다. 여기에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람소리가 가지는 존재론적 위상이다. 바람소리는 누가 가지고 있는가? 바람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리인가? 아니면 구멍들이 가지고 있는 소리인가? 사실 바람소리는 바람들이 가지고 있는 소리도, 혹은 구멍들이가지고 있는 소리도 결코 아니다. 그것은 바람과 구멍의 예기치 않은마주침에서, 다시 말해서 다양한 강도와 방향을 가진 바람 그리고 다양한 모양과 깊이를 가진 구멍 사이의 우연한 마주침에서 만들어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