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를 만들 때 사용되는 물레는 흙덩어리와의 소통을 상징한다. 아름다운도자기를 만들려면, 우리는 제일 먼저 물레의 중심에 흙덩어리를 얹어야만 한다. 만약 중심이 아닌 가장자리에 흙덩어리를 얹었을 경우, 그것은 물레가 회전하자마자 바로 땅바닥에 나뒹굴게 될 것이다. 그래서 물레의 중심은 항상비워져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흙덩어리가 물레의 중심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장자가 마음을 물레에 비유하며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것도이런 이유에서이다. 타자와 소통하여 새로운 연대를 구성하기 위해서 우리의마음도 물레처럼 비워져 있어야만 한다.

타자와 마주쳐야 비로소 판단중지가 발생하고, 판단중지가 일어나야 우리는 비로소 타자와 마주칠수 있기 때문이다. 장자는 이것을 양행 (兩行)이란 개념으로 명료화한다. 다시 말해 타자성 그리고 판단중지와 관련된 두 가지 원리(兩는 함께 적용될 [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타자로 경험된 원숭이들의 분노를 즐거움으로 바꾸기 위해서,
저공은 그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제안한다. 그런데 원숭이들이 수용한 저공의 제안은 ‘옳다[是]라는 원숭이들의 생각에근거해서 구성된 것이다. 역으로 거절당한 저공의 다른 제안들은 원숭이들이 그르다‘ [非]고 생각했던 것에 따라서 구성되었다. 그렇다면 저공이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제안들을 부단히 제공할 수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그 제안들을 옳은 것으로 확증하는 것은 원숭이들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장자는 이것을 인시 (因是)라는 용어로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이 개념은 곧 타자가 옳다고 하는 것을 따른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예측할 수 없는 타자의 반응은 우리로 하여금 불가피한 판단중지의 상태에 놓이도록 만든다. 판단중지의 상태가 중요한 이유는 저공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타자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마음 상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옳다는 판단을 중지해야만 우리는 타자의 움직임에 맞게 자신을 조율하는 섬세한 마음을 회복할 수 있다. 계속된거부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제안을 원숭이들에게 제안하기 위해서, 저공은 부단한 판단중지의 상태를 견뎌낼 수 있어야만한다. 그리고 부단한 판단중지의 상태, 즉 이런 불편한 상태에서 편안해 할 수 있어야 비로소 원숭이들과의 소통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

이렇게 조삼모사 이야기‘ 후반부에서 장자가 강조한 ‘양행의실천 원리는 "옳고 그름‘ 으로써 대립을 조화시키고 자연스런 가지런함에 편안해 한다"는 두 가지 내용으로 간명하게 표현된다. 옳고그름에 관한 타자의 판단에 근거함으로써 우리는 타자와의 대립과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인시‘ 의 의미이며 결국 타자성의 원리를 함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옳고 그름의 특정한 사태는타자의 결에 따라 언제든 민감히 반응할 수 있는 마음의 태도를 필요로 한다. 장자는 이런 마음이 자신의 판단을 비워 두는 것, 즉 부단한판단중지의 사태로부터 가능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원리,즉 타자의 시비 판단에 따르는 것과 자신의 판단을 중지함으로써 마음을 비워 두는 것은 상호 필수불가결한 원리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장자는 두 가지 원리의 병행인 ‘양행‘을 강조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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