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행복할 수는 없다. 기쁨과 희망 못지않게 슬픔과 절망또한 나를 성찰하고 행복을 꿈꾸게 하는 삶의 중요한 요소신
다. 이렇듯 균형을 찾고 유지하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종종 우리는 균형 찾기에서 오류에 빠져든다. 일과 사생활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이슈가 되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일하는 시간도 쉬고 있는 시간도 모두 삶의 시간이라는 점이다.

이들에게 공정은 딱 자신을 위한 장치이다. 자신만의 공정을외치는 사회에서 타인의 행운이나 행복은 불공정한 눈엣가시일수밖에 없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오래된 속담이 있긴 하지만 요즘은 그런 분위기가 더 강해진 것 같다. 공정은 중요하게 다뤄야 할 주제지만 그 범위가 개인 혹은 특정 집단에게만국한된다면 그 사회는 결코 진정한 공정에 도달할 수 없다.

공정성에 대한 외침은 질투에서 기인한다. 사회에서 고용의안정성은 중요한 문제이고 비정규직 철폐는 여전히 유효한 목소리지만, 내가 아닌 남에게 돌아가는 일은 다른 문제인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입장이 뒤바뀐다면 "누군가의 공정을 해치는 일이니 나는 거절하고 비정규직으로 남겠다"고 할 수 있을까?

공정성은 중요한 이상이고, 사회는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공정성 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인생의 불공평함을 이해하고 그 분별력을 내가 아닌 모두를 위해 발휘하면좋겠다. 공정성은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는 무기도 아니고 나의단점을 감추는 방패도 아니다.

만일 사회가 공정하면 나는 분명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초원에서 태어난 얼룩말이 이렇게 항변한다면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왜 사자가 나타나면 나는 도망가야해? 나는 사바나가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제 사자가 달려들더라도 더 이상 도망가지 않고 너만큼 내 생명도 소중하다고, 우리는 공정해야 한다고 따질 거야."
나 역시 공정한 사바나를 보고 싶지만, 이러한 얼룩말의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이어질지는 굉장히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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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불 선진국 - 연대와 공존, 사회권 선진국을 위한 제언
조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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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학자로 살다가 잠시 관직을 맡고는 ‘위리안치籬安置’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홀로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봅니다. 관직을 맡았던 동안 읽지 못한 책을 읽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귀양지 강진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폐족으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밖에 없다." 그리고 그동안 정리하지 못한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씁니다. 그래야만 200여 년 전 손암 정약전의 말처럼, 무서운 ‘흑산黑山이 희미하지만 빛이 있는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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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의 《시모키타자와에 대하여》라는 책을 읽다가 엄마에게 전하고 싶은 구절을 읽었다. 끝이 뭉툭해진 연필로 힘주어 줄을 긋고 여러 번 소리내 읽어보았다. 처음엔 당신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같았고, 다음엔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세 번째엔 앞으로도우리는 이렇게 살아가자는 다짐 같았다. 그 구절을 여기에옮겨 적는다.
선택할 수 없었던 인생을 꿈꿀 수는 없다.
하지만 선택할 수 없었던 인생이 내게 미소를 지어 줄 때,
언제든 그 인생에 부끄럽지 않게 존재할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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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무관심 - 함께 살기 위한 개인주의 연습
한승혜 지음 / 사우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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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그 심리적효과는 엄청나다. 17~35세의 모든 사람이 출산에 묶일 수 있다는 사실이 이곳에서는 다른 세계의 여성들처럼 생리적, 육체적으로 완전히 출산에 묶일‘ 일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부담과 특권을거의 동등하게 나누어 가지며, 모든 이가 선택에 대한 똑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러므로 다른 세계의 남성들처럼 홀가분하고 자유로운 남성들도 없다.
- 어슐러 르 귄, 《어둠의 왼손》

이처럼 《어둠의 왼손은 성차가 존재하는 세계의 사람이 성차가 없는 곳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통해 성별에 투영된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을 자연스레 깨우쳐준다. ‘여성스러움‘ 혹은 ‘남성스러움‘이란 무엇인지, 사실상 그런 특성이 존재하기나 하는지, 성욕은 또 무엇인지, 개인의 성향과 성차를 어디까지 구분 지을 수있는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함께, 무척 흥미로운 작품으로나 역시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나도 진작 물어볼걸, 잠깐 기다리다 소식이 없으면 말을 붙여볼걸. 왜 바보처럼 가만히 있었을까.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던 걸까. 물론 답은 알고 있다. 혹여라도 ‘무례하고 무지한 아시아인‘으로 보일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차별과 혐오의 시선을 감당하기 싫었던 것이다. 결국서양에서 소수자의 위치에 놓인 ‘아시아인인 나는, 시간을 거슬러돌아가더라도 똑같이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는 서양인들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를 의식하지 않고 마음껏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 설사 에티켓이나 매너에 어긋난 행동을 하더라도 단순한 문화 차이로 용인될 수 있다.
는 것이, 부정적인 피드백이나 반응을 그저 흘려 넘기고 쓸데없는피해의식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잘못된 행동을 한 누군가가 그저 이상한 ‘개인‘으로 남을 뿐 집단 전체로 묶이지 않으리라는 것이, 물론 서양인이라고 모두가 자유롭지는 않을 테지만,

본인들이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나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내가 궁금한 건 왜 굳이 거리에서남들 다 보는 곳에서 저런 행동을 하느냐는 거지." "자기가 성폭력 피해자면 피해자지 왜 굳이 저런 이야기를 만날 하고 다니지?"
"이혼했다고 난 특별히 편견 없어. 근데 왜 굳이 저런 말을 해서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해?" "여성 인권이 더 열악한 거 잘 알겠는데, 그걸 왜 티를 못 내서 안달이야?"

이와 같이 소수자, 마이너적인 정체성을 전면 부정하지는 않되, 티 내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을 ‘커버링‘이라고 부른다. 커버링은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의 저서 《낙인》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요약하자면 "어떤 낙인이 찍힌 사람들이 그 낙인이 두드러져 보이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행위를 이야기한다.

이 역시 전형적인 커버링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는 한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위치에 이르러서도 낙인과 전형성을 피하기 위해, 그것을 감추기 위해 애쓰지 않을 수 없었다는 지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만약 김대중 대통령이 영남 출신이었을 경우,
그리고 홍어를 좋아했을 경우에는 오히려 아무런 부담 없이 먹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영남인에게 홍어는 전혀 낙인이 아니기때문이다. 오히려 미각이 세련되었다고 추앙받았을지도 모른다.그러나 똑같은 음식과 똑같은 기호식품이 호남인에게는 다르게다가온다. 일종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낙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칭찬이란 결국 누군가의 고유성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과 비교하여 더 낫고 못하고, 더 열등하고 우월하고를 가리는 게 아니라, 그가 어떤 측면에서 남과 다른지’, 어떤고유성‘을 가졌는지 알아보는 것이 진정 좋은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애정을 바탕으로 상대를 지켜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이다. 굳이 순위를 매겨 남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우리는 음주운전을 하다 사람을 다치게 하면 어떤 일이 닥칠지 안다. 물론 강력한 규제가 있어도 잘못된 판단으로, 호기심으로, 혹은 한순간의 충동을 억누르지 못해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런 경우 법에 의해 감옥에 가고,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고, 손해 배상을 해야 하고, 직장을 잃거나 인생이 망가질 위험에 처하는 등 강한 책임을 지게 된다. 음주운전을 ‘실수‘라고하여 받아주는 경우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음주운전을 할수 있는 기회가 있거나 그럴 만한 충동이 들더라도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자제하면서 산다.

성폭력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는, 우리 모두와의 거리가 그다지 멀지않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거기 따르는 강력한 책임을 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설사 그럴 만한 ‘기회’가 오더라도 한순간의 호기심이나 충동으로 ‘실수’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아이들이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보호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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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제니 오델 지음, 김하현 옮김 / 필로우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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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삶을 더 알아차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 되고자 하거나 더 큰 생산성을 갖추기 위함이 아니다. 그저 ‘알아차림‘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삶을 경험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삶을 더 알아차려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삶을 경험하는 것이 우리의권리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장소에서 사색하는 것, 새들의 세계를 알아차리는것, 아무것도 할 필요 없이 그저 앉아 있는 것. 이러한 크고 작은 퇴거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알아차린다. 인식이 확장되면 더 많은 것들을 온전히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트라이앵글 소리 정도로 들리던 세상이 실은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합주였음을 깨닫게 된다.

소셜미디로 대표되는 관심경제는 인간의 관심을 희소한 재화로 취급한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마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앱을 열고 타임라인을 훑는다. 이를 피드라고 부르는 것도 당연하다. 타임라인이 말 그대로 내 의식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제니 오델의 취미인 ‘새 알아차리기‘는 의식의 경로를 바꿔우리의 주변 환경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려는 행위다. 새를 알아차림으로써 우리가 위치한 시간과 공간을 주의 깊게 관찰하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에 가서 사색하는 것, 새들의 세계를 알아차리는 것, 아무것도 할 필요 없이 그저 앉아 있는 것. 이러한 크고 작은 ‘퇴거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알아차린다. 인식이 확장되면 더 많은 것들을 온전히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트라이앵글 소리 정도로 들리던 세상이 실은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합주였음을 깨닫는다. 작가는 이 삶의 여백을 지키는 데에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의 현실판 같은 사실이다. 보통 ‘쓸모없는나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는 이 이야기에는 수령과 키가 어마어마한나무를 본 목수가 등장한다(한 판본에서 이 나무는 잭런던과 비슷하게 생긴졸참나무다), 그러나 목수는 가지에 옹이가 많아 목재로는 가치가 떨어지는 무가치한 나무‘라며 그냥 지나친다. 그로부터 얼마 후, 이 나무는목수의 꿈에 등장해 이렇게 묻는다. "저 유용한 나무들과 나를 비교하느냐?" 그리고 목수에게 과일나무와 목재용 나무는 결국 베인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옹이가 많은 것은 내게 아주 쓸모가 많다. 내게 다른 쓸모가 있었다면 내가 이만큼 크게 자랄 수 있었겠느냐?" 나무를 오로지목재로만 바라보는 인간이 만든 쓸모와 가치의 구분을, 이 나무는 완강히 거부한다. "곧 죽게 될 쓸모없는 인간이여, 사물이 사물을 비난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자네는 내가 쓸모없는 나무라는 것을 어떻게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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