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제니 오델 지음, 김하현 옮김 / 필로우 / 202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삶을 더 알아차려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 되고자 하거나 더 큰 생산성을 갖추기 위함이 아니다. 그저 ‘알아차림‘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삶을 경험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삶을 더 알아차려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삶을 경험하는 것이 우리의권리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장소에서 사색하는 것, 새들의 세계를 알아차리는것, 아무것도 할 필요 없이 그저 앉아 있는 것. 이러한 크고 작은 퇴거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알아차린다. 인식이 확장되면 더 많은 것들을 온전히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트라이앵글 소리 정도로 들리던 세상이 실은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합주였음을 깨닫게 된다.

소셜미디로 대표되는 관심경제는 인간의 관심을 희소한 재화로 취급한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마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앱을 열고 타임라인을 훑는다. 이를 피드라고 부르는 것도 당연하다. 타임라인이 말 그대로 내 의식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제니 오델의 취미인 ‘새 알아차리기‘는 의식의 경로를 바꿔우리의 주변 환경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려는 행위다. 새를 알아차림으로써 우리가 위치한 시간과 공간을 주의 깊게 관찰하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에 가서 사색하는 것, 새들의 세계를 알아차리는 것, 아무것도 할 필요 없이 그저 앉아 있는 것. 이러한 크고 작은 ‘퇴거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알아차린다. 인식이 확장되면 더 많은 것들을 온전히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트라이앵글 소리 정도로 들리던 세상이 실은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합주였음을 깨닫는다. 작가는 이 삶의 여백을 지키는 데에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의 현실판 같은 사실이다. 보통 ‘쓸모없는나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는 이 이야기에는 수령과 키가 어마어마한나무를 본 목수가 등장한다(한 판본에서 이 나무는 잭런던과 비슷하게 생긴졸참나무다), 그러나 목수는 가지에 옹이가 많아 목재로는 가치가 떨어지는 무가치한 나무‘라며 그냥 지나친다. 그로부터 얼마 후, 이 나무는목수의 꿈에 등장해 이렇게 묻는다. "저 유용한 나무들과 나를 비교하느냐?" 그리고 목수에게 과일나무와 목재용 나무는 결국 베인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옹이가 많은 것은 내게 아주 쓸모가 많다. 내게 다른 쓸모가 있었다면 내가 이만큼 크게 자랄 수 있었겠느냐?" 나무를 오로지목재로만 바라보는 인간이 만든 쓸모와 가치의 구분을, 이 나무는 완강히 거부한다. "곧 죽게 될 쓸모없는 인간이여, 사물이 사물을 비난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자네는 내가 쓸모없는 나무라는 것을 어떻게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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