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학자로 살다가 잠시 관직을 맡고는 ‘위리안치籬安置’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홀로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봅니다. 관직을 맡았던 동안 읽지 못한 책을 읽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귀양지 강진에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폐족으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밖에 없다." 그리고 그동안 정리하지 못한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씁니다. 그래야만 200여 년 전 손암 정약전의 말처럼, 무서운 ‘흑산黑山이 희미하지만 빛이 있는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