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있는 사람들의 흰 손이 있고, 몽상하는 사람들의 섬세한손이 있다. 그런데 다른 한 편에는 손이라고는 아예 없는 사람들, 황금도 잉크도 박탈당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사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글을 쓰는 것이다. 오직 그 때문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요컨대 타자를 지향하는 글이 아니라면 흥미로운 글일수 없다. 글쓰기는 분열된 세상과 끝장을 보기 위한 것이며, 계급체제에 등을 돌림으로써 건드릴 수 없는 것들을 건드리기 위한 것이다. 그 사람들은 결코 읽지 않을 한 권의 책을 바로 그들에게 바치기 위해서이다.

더 많이 읽을수록 아는 건 점점 더 적어진다.
이 사람들이 작가와 서점, 출판사, 인쇄소를 먹여 살린다.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위대한 책이든 나쁜 책이든 신문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읽는다. 굶주린 사람에게는 그것들 모두가 양식이 되어준다. 요컨대 한쪽에는 아무것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읽기가 전부인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는 수많은 경계가 있다. 돈도 그 중 하나이다.
그런데 책을 읽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경계는 돈의 경계보다 더 폐쇄적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모든게 부족한 반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겐 결핍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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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누군가가 고통의 문제에 답을 청해 올 때, 정답을 말해 준다고고통이 없어지진 않는다. 희한하게도 고통은 멋지게 설명될 때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아파할 때 절감되는 것이다. 사랑이 고통을 분담해 주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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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가운데로 나아갔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던 자신이 물속에서 살아나려고 발버둥치는 것에 스스로 놀랐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면 지쳐서 온몸이 놀싹(노곤)했다. 오랜만에 수면제 없이도 잠들게 되었다. 물질하는 동안에는 온갖 잡념이, 자신을 괴롭히던나쁜 생각이 다 지워졌다. 장사 욕심을 내려놓으니 그동안 자신을 해코지했던 사람들, 꿈속에서도 미워했던 이웃들이 다 용서되고 마음이 절로 편해졌다.

"물질하는 날에는 오늘은 뭘 잡게 될까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요. 세상에 그 어떤 직업이 매일매일 기대를 갖고 하루를 시작할수 있게 만들까 싶어요. 나갈 때마다 바다는 늘 상태가 다르고, 잡히는 물건도 다르지요. 늘 똑같은 날이 없는 해녀라는 직업이 나는정말 좋아요."

나이든 해녀 삼촌들은 자신의 직업을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쓰는 고달픈 직업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젊은 해녀 김재연은 하루의 출발이 늘 설레는 직업‘이라고 말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어느 쪽에방점을 찍느냐가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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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 - 숨으로 인생을 헤쳐온 제주해녀가 전하는 나를 뛰어넘는 용기
서명숙 지음, 강길순 사진 / 북하우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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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해하는 자기에게 가게에놀러왔던 한 할머니가 누추하지만 자기네 집에서 자겠느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너무나도 고마워서 염치불구하고 선뜻 응했더니 할머니는 쌀가마니를 쟁여둔 방을 미안해하면서 내주신 뒤에 삶은 고구마를 내주고다음날에는 아침까지 차려주었다. 할머니가 차려준 아침상은 세상에서먹은 아침 중에 가장 맛난 성찬이었다. 그녀의 글은 이렇게 끝났다.
"길도 아름다웠지만 사람이 더 마음에 남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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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의자를 치우지 않는 건
그가 다시 돌아오리라고 믿어서가 아니다.
그건 어느 한 사람만이 앉아주기를 원하는
빈 의자의 권리를 지켜주고 싶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내가 아니라
물건이 더 아프게 그를 기억한다.
그래서 우리도 멈추어버린 사랑을
쉽게 추월할 수 없는지 모른다.



살 만해지면 너무 조금 남아 있는 것.

흔적

지울수록 더 또렷해지는 것.

착각

방 안이 자꾸만 어두워진다.
촉수가 더 높은 전구로 전등을 바꾼다.
방 안은 거짓말처럼 밝아진다.

위로

그는 내게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
나도 무슨 위로를 해주어야 하는지 벌써 알고 있다.
위로를 주고 위로를 받으면서 우리는 음모한다.
진실은 더 이상 돌아보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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