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리라이팅 클래식 4
강신주 지음 / 그린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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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기운을 내뿜는 것을 바람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일어나지않으면 그뿐이지만, 일어나기만 하면 모든 구멍이 성난 듯이 울부짖는다. 너는 무섭게 부는 바람소리를 듣지 못하였는가? 높고 깊은 산이 심하게 움직이면 백 아름이나 되는 큰 나무의 구멍들, 마치 코처럼, 입처럼, 귀처럼, 병처럼, 술잔처럼, 절구처럼, 깊은 웅덩이처럼, 좁은 웅덩이처럼 생긴 구멍들이 각각 물 흐르는 소리,화살 나는 소리, 꾸짖는 소리,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 울부짖는 소리, 아우성치는 소리, 탁하게 울리는 소리, 맑게 울리는 소리 등 온갖 소리를 낸다. 앞의 것들이 우우 하고 소리를 내면 뒤의 것들은 ‘오오‘ 하고 소리를 낸다. 산들 바람에는 작은 소리로 대답하고, 거센 바람에는 큰 소리로 대답한다. 그러다가 사나운 바람이 가라앉으면 모든 구멍들은 고요해진다. 너는 저 나무들이 휘청휘청하거나 살랑살랑거리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는가? —「제물론」

장선생님(莊子)이라고 불리는 장주(莊周)의 사유는 무엇보다도먼저 바람에 대한 사유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 세상에는 너무도많은 바람들이 존재한다. 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구멍들이 동시에존재하고 있다. 여기에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람소리가 가지는 존재론적 위상이다. 바람소리는 누가 가지고 있는가? 바람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리인가? 아니면 구멍들이 가지고 있는 소리인가? 사실 바람소리는 바람들이 가지고 있는 소리도, 혹은 구멍들이가지고 있는 소리도 결코 아니다. 그것은 바람과 구멍의 예기치 않은마주침에서, 다시 말해서 다양한 강도와 방향을 가진 바람 그리고 다양한 모양과 깊이를 가진 구멍 사이의 우연한 마주침에서 만들어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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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어도 인간 삶의 양상은 비슷하기 때문에 고대의 지혜에서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르침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아무것도 없다면 진정으로 얻게 될 거대한평안 속에서 쉬면 되고,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한다면 영혼이다시 새롭게 살아나갈 테니 말이다.

행복이 영원하지 않다는 인식은 역설적으로 지금 눈앞에놓인 행복을 더 소중히 여기고 즐기게 해줍니다. 반대로 그런행복이 당연해지는 순간 수많은 소소한 기쁨이 더 이상 대단치 않은 것이 되어버리죠. 또 미래에 대해 겸손하고 신중한 태도를 취하면 온갖 갈망과 기대 앞에서도 겸허해집니다. 인생이늘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잖아요. 언제든지 힘든시간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인식해야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을 현상 그대로 받아들이고 미리 대비도 할 수 있습니다. 준비된 사람은 결코 흔들리지 않아요.

달라지고 싶다면 손에 쥐고 있던 낡은것들을 놓아주고, 때로는 꽤 오랫동안 사랑했고 나의 모든을 걸었다고 표현할 법한 것까지 내려놓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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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큰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조그만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아침에 일어나 낯선 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든지길을 가다 담장 너머 아이들 떠들며 노는 소리가 들려 잠시발을 멈췄다든지매미 소리가 하늘 속으로 강물을 만들며 흘러가는 것을 문득느꼈다든지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남의 이야기, 세상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우리들의 이야기, 서로의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지나간 밤 쉽게 잠이 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든지하루 종일 보고픈 마음이 떠나지 않아 가슴이 뻐근했다든지모처럼 개인 밤하늘 사이로 별 하나 찾아내어 숨겨놓은 소원을 빌었다든지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실은 우리들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우리는잘 알아요.
그래요, 우리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오래 헤어져 살면서도 스스로행복해지기로 해요. 그게 오늘의 약속이에요.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십일월이다.
더 여유 있게 잡는다면십일월에서 십이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나무들이 깨금발을 딛고 선 등성이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황토 흙의 알몸을좋아하는 것이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낙엽 져 나무 밑둥까지 드러나 보이는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굽은 길은 굽게 가고곧은 길은 곧게 가고막판에는 나를 신고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제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물총새, 쪽빛 날갯짓도 보았으므로

놓일 곳에 놓인 그릇은 아름답다.
뿌리 내릴 곳에 뿌리 내린 나무는 아름답다.
꽃필 때를 알아 피운 꽃은 아름답다.
쓰일 곳에 쓰인 인간의 말 또한 아름답다.

때로 내 눈에서도소금물이 나온다.
아마도 내 눈 속에는바다가 한 채씩 살고 있나 보오.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아름다워졌습니다.

하루의 좋은 시간을다른 곳에 다 써 먹고창문에 어둠 깃들어서야그댈 생각해낸다그댈 생각하고그대에게 편지를 쓴다.
너무 섭섭히 생각 마시압,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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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마법처럼 서로 다른 생각을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맨스플레인 mansplain‘이란 용어를 유행시키며(사실 그녀가 만든 용어는 아닌데, 여성 독자들이여, 이미 알고 있었다면 내가 이렇게 굳이 설명하는 아이러니를 부디 용서하기 바란다) 더욱 유명해진 리베카 솔닛은 저서 『걷기의 인문학』에서 훨씬 더 시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걷기의 리듬은 생각의 리듬을 만들어내고 풍경을 지나쳐가는 일은 일련의 생각을 지나쳐가는과정과 반향하거나 그것을 자극한다."

느리게 걷기가 중요하다. 오늘날 우리는 속도와 생산성,
무엇보다 바쁘기 being busy‘에 중독된 상태다. 바쁜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며 중요한 사람이란 환상에 사로잡혀 자만을 감추려는 시늉도 없이 바쁨busy-ness‘을 과시한다.

소심한 본성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모욕감을 느낄 때 조금더 침착해지는 법을 이후 배웠다. 모욕은 주는 쪽과 받는 쪽으로 나뉜다. 전자에 대해서는 통제권이 없으나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한 것이라면 얼마큼 통제가 가능하다. 스토아철학에는 바위를 모욕해보라‘는 금언이 있다. 무슨 소리를한들 바위는 꿈쩍도 안 한다.

공동체란 본질적으로 좀 지저분하고 번거로운 법이다. 생활환경을 통제할 자본이 있을 때 우리가 먼저 하는 일은 타인들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는 것이다. 그들이 우리의 소중한 생활공간에 접근하고 값비싼 자동차를 만지고 귀찮게 말걸기를 원치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유대의 상실이다. 아현동 옛 주민들에겐 선택의 여지조차 주어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생각하면 정신을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의사결정에 좋은 약이고("나이 여든이 되어 여생이 얼마 안 남았을 때 지금 내가 무엇을 했기를 원할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게끔 한다. 일상의 근심은 대부분 사소한 것임을 떠올리게 해 큰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볼수 있게 한다. 우리가 백 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백 년후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임을 떠올려보면 겸손해진다. 장 폴사르트르는 죽음을 알 때 우리는 인습과 한낱 따분한 실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필사적인 창조성이 자극될 수 있다고했다. 스토아학파는 우리 자신뿐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도 묵상할 것을 권면한다.

바보는 삶이 본질적으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똑똑한 사람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무의미하다.
는 걸 알면서도 나름의 방식대로 살며 즐긴다. 무의미하게진정하고 무의미하게 즐거운 삶을 사는 것이 내게는 가장 이상적이다.

문제의 핵심은 이제 우리에겐 더이상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속할 공동체가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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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지혜란, 그가 살면서 훌륭한일을 해 왔다거나, 어떤 업적을 쌓았다 해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일생의 잘잘못을 평가해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평생 우여곡절을 거듭하며 엮어 온 삶의 가장 귀한 진실을 대하는 자유로움에서 생겨난다. 그 진실과 의미를 나는 어떻게 얻고 발견하는가? 따라서, 인생의 백미러를 통해 지난날을 바라보는 이 진실한 관상의 시선이야말로노년기에게 주어진 특권이요 선물이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의 속도가 더 빠르게 느껴지는데,
이에 반해 몸동작이나 사고의 흐름은 더 느려진다. 따라서 후기 성인기에는 삶의 속도를 조절하는 법을 새로 배워 익히는 것이 주요 과제이다. 이른바 ‘속도 줄이기‘가일상에서 필요한 것이다. 오랜 세월 일정한 활동을 해 오다가 새 활동으로 바뀔 때, 어떤 책임이나 역할을 맡았다가 새 역할로 바뀔 때, 주위 환경이나 가족의 여건 및자기 건강 조건이 전과 달라질 때는 ‘속도 줄이기‘가 필수적이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은 노년기를 다음과같이 규정했다. "나이 들어 가는 것은 포기해 나가는 시간이다. 오래된 친구들, 역할들, 한때 의미 있게 했던 일들이나, 심지어 생애 마지막 단계에 다가오는 예상 못한도전들에 순응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들도 다 내어놓는 시간이다."

오늘의 나는 이제껏 살아온 나에 비하면 가장 늙었지만, 앞으로 살아갈 나에 비해서는 가장 젊다. 그러므로 지나간 것에는 ‘잘 가!’, 새로 올 것에는 ‘어서 와!‘ 하고 기쁘게 말할 수 있으려면, 이제껏 달리던 속도를 차차 줄여 가며, 다가올 시간을 위해 숨 고르기를 잘해야한다.

"전능하신 분께서 내게 큰일을 하셨도다!‘ 오래 살수록 더욱 확고해지는 것은 생生은 하느님의 선물이라는것이다. 그래서 그 선물은 내가 하느님을 찬양하며 죽도록 이끈다. 우리는 생의 선물과 함께 형언할 수 없이 많은 선물을 받은 것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 우리가 숨쉬고 있는 공기, 우리를 따뜻하게 하는 태양, 우리가 먹는 음식, 우리가 자라난 가정, 자매 수녀들의 아낌없는 보살핌…

모든 것은 하느님의 선물이어라. 그분은 나를 사랑해 주셨고, 나와 함께 즐기셨고, 시련을 주셨고, 내 모습에도 관여하지 않고 나를 거룩하게 만드셨도다. 그분은 나에게 의무감을 주셨고, 참게 해 주셨고, 주님의 위대한 이름을 노래하는 기쁨과 나의 모든 부족함과 약함전부를 초월하게 하셨도다. 그러므로 내 영혼이 주님 안에서 기뻐하며, 나의 구원자이신 하느님 안에서 기쁨으로 생동하도다."

연수 첫머리에는 ‘노화의 심리와 영성‘ 강의가 있었는데, 참석자들은 강의에 앞서 둘씩 짝지어 앉아 ‘내가 나이가 들어 가는구나.‘ 하고 알아차린 순간의 경험을 나누었다. ‘할머니 수녀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성당계단을 오르며 무릎이 더 뻐근하다고 느꼈을 때‘, ‘젊은자매들과 대화가 안 통한다고 느꼈을 때에 나이가 들었음을 알았다며, 그때 속마음이 어땠는지도 섬세하게 나누었다.

놀랍게도 성경에는 나이 든 이에 대한 표현이 무척 많았고 의미도 다양했다. 저마다 감동받은 구절은 달랐지만, 모든 구절이 나이 듦에 대해 깊이 숙고하도록 초대하는 것만 같았다. 또한 서로 나눔을 하는 동안 상대의 얼굴에서 기쁨이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나이 들어 가는 나를 알아차린 내면의 반응을 진솔하게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 유사한 점도 발견하고 또성경 구절에서 희망을 보기도 했다.

노년학자 장 뤽 에튀는 ‘잘 나이 들어 가기‘ 개념을 몇가지로 설명하면서, ‘잘 나이 들기는 ‘기분 좋게 나이 들어 가기‘라고 결론 지었다. 또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이 드는 자신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 아름답게 나이 들고자 한다면,
먼저 자기 나이를 잘 받아들여야 한다.

말이 중간중간 끊어졌으나 그래도 충분히 알아들을수 있었다. 그런데 옛일을 이야기하는 로레트 수녀의 미소가 너무 고와 "미소가 참 아름답네요."라고 말했더니,
로레트 수녀는 조금도 주저 없이 "미소는 나의 소명이지요."라고 답하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100세가 되어도 소명을 생각할 뿐 아니라 미소까지도 ‘소명‘으로 여기다니….

프란치스코 교황은 저서 『세월의 지혜 에서 노인들은
"세월을 견뎌 냈을 뿐 아니라, 자신이 경험한 모든 것에대한 감사를 마음속에 간직해 온 사람들"이라고

"여기서 (노년기 잉태의) 생물학적 사실 여부를 밝히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이사악의 출생은 생물학이나 안정적인 후손 유지, 또는 혈통 계승을훨씬 뛰어넘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여기서는 영적이고종교적인 풍요를 암시한다."(노년을 위한 마음 공부」, 131쪽).
그는 성경에서 ‘나이 많은 이가 아이를 낳는다는 것을구세사에서 ‘새로운 인간이 탄생한다.‘라는 뜻으로 보았다. 그렇다면 앞의 질문은 ‘노년기에 어떻게 영적 잉태와출산을 할 수 있까?‘로 되물으며, 나이 들어 가는 우리를 더 깊은 신앙생활로 초대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프랑스의 한 무명 시인이 쓴 ‘태어나는 용기를Oser naitre‘이라는 시는, 우리 모두가 눈에 보이는 겉모습이 아닌, 되어야 할 내면의 모습으로 태어나려는 바람을지녔다고 노래한다. 각 사람이 날마다 똑같은 모습으로 사는 것 같지만, 엄밀히 보면 누구에게나 ‘오늘의 나는 더 이상 어제의 내가 아니다. 그러므로 만일 누군가가 ‘지금의 내가 어제와는 다르네.‘ 하고 알아차린다면그는 지금 새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 누군가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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