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출신 재즈 트럼페터 아르투로 산도발의 일대기를그린 영화 리빙 하바나)에서, 그는 디지 길레스피와 순회공연을하던 도중 미국으로 망명한다. 물론 영화니까 그렇겠지만 공연을마치고 미국대사관으로 가는 그의 손에 들린 건 트럼펫이 든 가축케이스 달랑 하나. 나는 그 장면을 보고 한 사람의 직업적 인생이가죽 케이스 안에 가뿐하게 다 들어가는 데에 큰 감명을 받았다.
그것 하나만 있으면 어디에 떨어지든 다시 그걸로 돈을 벌고 생활을 일구어나가게 되는 것이다. 아, 멋지다! 나도 저런 걸 하나 가져야겠군 하고 생각한 나는 카피라이터로서 나의 직업적 정체성을

배움을 청하지 않았는데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뭔가를 가르치려 들 때, 꼰대가 탄생한다. 배움을 청하지 않았는데도 자기가 남자라는 이유로 여자에게 뭔가를 가르쳐주려 할 때, 맨스플레인(mansplain)이 시작된다. 세상에는 하늘 같은 선배만큼이나하늘 같은 후배도 많은 법이다. 진실로 배우려는 사람은 후배뿐아니라 말 못하는 아기나 반려동물의 행동에서도 깨달음을 얻는다. 배움은 지금도 온갖 방향으로 흐른다. 언제 어디서나 귀 기울이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래요. 새끼를 보면 좀 나아요
지금껏 너무도 많은 생명이 아파하고 떠나가는 걸 지켜봐온사람의 말이었다. 헛헛한 마음을 다스리고 새 생명이 태어나는걸 오랫동안 지켜봐온 사람의 말이었다. 새끼를 보면 좀 나아요.
그 말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원장님께 꼭 말씀드리고 싶다. 아마기억도 못 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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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 있는 초소형 독립공화국우주피스가 그런 곳이었다. 리투아니아어로 ‘강 건너편이라는 이름처럼, 빌넬레강 너머에 자리한 예술인 공동체다.
1997년 4월 1일에 만우절 농담처럼 우주피스는 독립을 선포했다. 우주피스에는 계절마다 색이 바뀌는 네 개의 국기와 국가, 고유의 헌법과 화폐가 있다. 대통령이 있고 내각이수립돼 있으며, 물론 군대도 있다. 열두 명의 군인은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600명이나 되는 대사들도 활약중인데 대표하는 분야가 좀 이상하다. 고양이 대사, 개 대사, 바람 대사등등이니, 현재 공화국 대통령은 로마스 릴레이 키스로 시인이자 음악가, 영화감독이다. 대통령 스펙이 이 정도라면 말다하지 않았나.

오랫동안 유대인이 모여 살던 이곳은 유대인 대부분이 나치에게 학살당한 후 버려진 땅이 되었다. 폐허가 된 동네를 찾아온 이들은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린 이들이었다.
몸을 파는 여자와 집 없는 남자와 약에 중독된 청춘 남녀가수도와 전기가 끊긴 집들을 차지했다. 리투아니아가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1991년 무렵, 이곳은 빌뉴스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평범한 이들이 발길을 끊은 곳에패기 넘치는 이들이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잃을 것 없어 두려울 것도 없는 가난한 예술가들이었다. 대부분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했다(7000명 남짓한 주민 중1000명이 자신의 직업을 예술가라고 밝힌다). 그들이 주축이되어 우주피스 공화국을 선포하고 20년이 지난 지금, 우주피스는 리투아니아의 청년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지역이되었다. 예술가와 보헤미안의 아지트가 되어 정기적인 패션축제, 시의 밤, 음악 콘서트와 전시회가 1년 내내 열리는 인기 지역으로 떠올랐다.

제1조. 모든 국민은 빌넬레 강변에 살 권리가 있고, 빌델레강은 국민 곁에 흐를 권리가 있다.
제5조, 누구나 개성적일 권리가 있다.
제8조, 누구나 익명의 보통의 존재가 될 권리가 있다.
제10조. 모든 국민은 고양이를 사랑하고 돌볼 권리가 있다.
제11조. 모든 국민은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개를 돌볼 권리가 있다.
제13조, 고양이는 집사를 사랑할 의무는 없으나 필요한경우 집사에게 협조해야 한다.
제20조. 누구도 폭력을 사용할 권리가 없다.
제32조. 모든 국민은 그들의 자유에 대한 책임이 있다.

‘행복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사랑할 권리‘와 더불어사랑받지 않을 권리‘도 주어진다. 침묵할 권리‘가 인정되고울 수 있는 권리’와 ‘두려워하지 않을 권리‘가 받아들여지지만 권리를 거부할 권리‘와 ‘가끔은 의무를 자각하지 않을 권리‘ 역시 부여된다. 모든 것을 의심할 권리도 있으며 실수할권리’와 ‘게으를 권리도 누릴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내 가슴짜릿해졌다. 나야말로 이 공화국에 어울리는 시민이라는확신과 함께. 내 인생은 온갖 실수와 게으름의 환상적인 컬래버레이션에 다름 아니니.

우주피스 공화국의 국가 이념은 헌법 마지막 부분인39조부터 41조까지에 명시되어 있다. "싸우지 않고, 이기지않고, 항복하지 않는다." 이게 말이 되냐 싶은 사람은 공화국 시민이 될 자격이 없다. 우주피스가 나를 흔든 건 바로이 조항에 깃든 "있는 그대로의 나와 당신"을 인정하는 태도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이매진〉의 유토피아는 만우절 헛소리에 불과할 테니. 이곳에서 산다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 멋대로 사는 삶이 보장될것 같았다. 그 무엇도 아닌 나 자신으로 끝까지 남을 수 있을 것 같아 가슴이 뛰었다. 이 공화국이 법률적 효력을 갖고

아, 무엇보다 할일 없이 삶을 낭비할 권리도 넣고 싶다.
10년 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숙소에서 한국인 자매를 만났다. 그곳에 석 달째 머무르면서 구슬을 꿴다고 했다. 그들은하루종일 외출도 하지 않고, 탱고도 보러 가지 않고, 그저구슬만 꿰고 있었다. 그때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여기까지 와서 구슬을 꿰고 있는지 의문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통과해야만 하는 어떤시기가 있고, 그 통과의 방식이 쉽게 공감받기 힘들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구슬을 꿰며 시간을 소진해야 하는 어떤 시기를 통과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뭐 하는 거야. 집에 있겠다, 이럴 거면, 한 번뿐인 인생을 저렇게 낭비하고 싶을까?‘ 타인의 이런 시선 따위와는 상관없이. 그러니빈둥거리고 인생을 탕진할 권리도 헌법에 명시해야겠다.

20년의 나이 차를 넘어 나는 그를 벗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렇게 인연을 이어갈 수 있는 건 우리 안의 순수한마음, 소년·소녀다움‘이 살아 있기 때문 아닐까. 사소한 일이나 우연한 만남에 온전히 기뻐하고 감탄하는 마음 말이다.
자신의 생각에 동의해주고 그것으로 다른 이와 이야기를나누고 또 글로 옮기는 누군가를 봤을 때 선생님은 즐겁게만남을 청하셨다. 내가 공감을 표현하니 소년처럼 "고마워요!"라고 외치셨다.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을 것 같은 문제에 좌절하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겠다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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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바다는아직 건너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아이는아직 태어나지 않았다.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아직 살아보지 못한 날들이다.
그리고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말은아직 내가 하지 못한 말이다.
「파라예를 위한 저녁 9시에서 10시의 시 : 1945년 9월 24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우리의 고유한 희망의 원리를 다시금 사유해야 하고 그 사유는 예전이 지금을 만나서 우리의 장래 자체를 위한 어떤 형식이 마련되는 하나의 미광, 하나의 섬광, 하나의별자리를 만드는 형식을 거쳐 진행되어야 한다.
- 『반딧불의 잔존」, 조르주 디다-위베르만의 』.

자연 속에서 먹고사는 것이 힘들지 않은 개체는 없습니다.
자연은 투쟁하지만 정도를 넘어서진 않습니다. 인간만이 그정도를 넘어섭니다. 호랑이도 자기 가족들까지만 돌봅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끝없이 연을 만들고 자기 밑으로 들어오라 하고 자자손손 영원히 끝없이 뭔가를 누리려고 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행복해하면서 노동하는 방법은 있습니다. 격분하지 않고 극단으로 가지 않으면서 예의를 갖추고 바른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바른말을 하면서 어울려 사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 해답은 자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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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찾아오는 손님을 볼 때마다 요즘 젊은이들이라는 표현에 담긴 편협함을 확인하게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은 다 다르다. 간단히 정의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서도,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서도 감정의 결과 그 결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복잡한 존재다. 어떤 상황에서는그 사람이 지닌 가장 선한 본성이 온전히 드러나고, 어떤 사람 앞에서는 가장 나쁜 습속이 새어나오기도 한다. 나는 상대의 가장 아름다운 면을 끌어내는 사람이고 싶다, 그런 상황을 만들어주는 어른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내 말에 희은 선생님은 이렇게 답하셨다. "누구에게도 어디에도 기대지 마시고…… 남희 선생님께 기대는 많은 이들을기억해주셔요." 이런 고통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삶이 마지막 순간까지 이렇게 나를 쥐고 흔들 거라는 생각에, 어쩐지 안심이 되었다. 체념 비슷한 안도였다. 쉰을 넘겨도 인생은 여전히 어렵고 쓸쓸하지만, 아마도 인생은 마지막까지 그럴 것이다. 하지만 제자리였다고, 뒷걸음질에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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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결국 바닥에 굴러떨어지는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거였다. 바닥이 없기를 바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바닥을 어떻게 이해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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