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처음 읽었을 땐 노인과 바다, 그리고 청새치만 눈에 들어왔더랬다. 노인이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1851)에 나오는 이슈메일, 그러니까 바닷속에 수장된 피쿼드호의 유일한 생존자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이슈메일이 나이 들어 다시 바다로 나가 또 한 번의 사투를 벌이는 것 같았달까. 하지만 이번에 다시 읽으니 바다나 청새치보다는 소년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우리의 도시에서는 이제 아무도 거창한 감정을 품지 않게 되었다. 모든 사람은 단조로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이젠 끝날 때도 되었는데" 하고 시민들은말하곤 했다. (199쪽)

허무와 부조리, 패배감, 부질없음 같은 생각에 빠지기엔 남사스러워진 나이가 된 것만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모두 물리쳐버릴 만큼 긍정적이 된 것도 아니다. 외려 부정적인 생각들을 긍정하게 되었달까. 삶은 부조리하고 허무하며누구에게나 패배감을 안겨줄 뿐이니 부질없이 애쓸 필요 없다는 생각도 삶에는 필요할 테니까. 인용문처럼 거창한 생각 같은 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그저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가끔씩 "이젠 끝날 때도 되었는데" 하고 혼잣말을 하게만드는 것, 그것도 삶의 한 단면 아니겠는가. 그러니 페스트와 싸우는 ‘코로나 19와 싸우는 엄청난 적과 싸우고 있다는생각은 버려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는 오래 버틸 수 없을 테니까. 물론 마스크는 꼭 쓴 채로 버텨야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탄이나 벼락이 집을 무너뜨리듯이사물에 대한 우리의 관념을 관통하는 그런 관계들말이다. 독특한 궤적과, 우리의 물질세계를 녹이고태우고, 변덕 부리듯 존중하기도 하는 천진하고기이한 이행을 볼 때, 다시 말해 우리의 기대를,
우리 정신의 구성을 저버리는 이행을 볼 때 벼락은그런 예기치 않은 관계를 예시해주는 좋은 예다.
우리는 현실을 앞지르고 연장하는 버릇이 있다.
평평한 땅을 보고 반대편들을 상상하지 못하는사람들처럼. 그러나 현실은 우리의 예견을 농락한다.
어쩌면 바로 그래서 그 예견들이 언제나 틀리는지모른다.
우리는 찾고, 대략 큰 선들을 짐작한다. 하지만자연에는 선이 없기에 연장이 담보되지 않는다.
자연은 하나의 텍스트여서 체념하고 그저 한 자 한 자해독해야만 한다. 그러고 나면 남는 건 철학이다.

속된 상상은 속된 진실을 속된 거짓으로 바꿔놓을뿐이며, 결과도 결실도 득 될 것도 없이 부조리 속으로점점 멀어지는 과장이고 증식일 뿐이다.
그러나 그 부조리는 내가 매일 보는 것을 전혀 다르게보게 해주기에 나를 풍요롭게 채운다.

만나는 어려움 하나하나 작은 기념물을 세울 것.
각 문제마다 작은 사원을 세울 것.
풀기 힘든 수수께끼마다 비석을 세울 것.

인간적이라는 건 각자 안에 모두가 있고, 모두 안에각자가 있다고 막연히 느끼는 것이다.
내가 이쪽에 속할지 혹은 반대쪽에 속할지는 그무엇도 입증해주지 못한다. 형리 안에 희생자가 있고,
희생자 안에 형리가 있으며, 무신자 속에 신자가,
신자 속에 무신자가 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갈만한 이유가 있다. 어쩌면 그 변화의 힘이 진짜 나의본질인지 모른다.

나쁜 순간들은 그렇지 않은 순간들이 보여주지 않는무언가를 가르쳐준다.
정말 절대적으로 나쁜 순간들은 포착할 게 아무것도없는 순간들, 우리가 정신의 하늘로 가져갈 만한 어떤것도 포착할 수 없는 순간들이다.

희망은 사람을 살게 하지만 팽팽한 밧줄 위에서살게 한다.

어떤 보석, 어떤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삶의 순간은그 순간을 잃었을 때 고통을 감수할 만큼 가치 있을까?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봤자 내겐 아무소용없는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유는 없다.
있다면 오직 한 가지
네가 너라는 사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가득한 것이다
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

여행

떠나 온 곳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생각은 언제나 빠르고
각성은 언제나 느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광활한 대기가 내 책을 펼쳤다가 덮고
파도가 바위에서 솟구치며 산산이 부서진다!
날아가라, 나의 현혹된 페이지들이여!
부수어라, 파도여! 흥겨운 물살로 부수어라
돛배들이 모이를쪼고 있던 저 평온한 지붕을!
「해변의 묘지」에서

30년 전에 본 그 풍경을 떠올리며「해변의 묘지를 오늘 다시 읽어보니 "심연(바다) 위에태양 하나 머물 때" "시간은 반짝이고, 꿈은 앎이 된다"는시구도 와락 다가온다.

나는 나 자신이 믿기 힘들 만큼 사교적이라는 걸 안다.
그리고 믿기 힘들 만큼 혼자라고 느낀다."

하나의 텍스트에 진짜 의미란 없다. 작가의 권위도없다.
일단 발표되고 나면 텍스트란 저마다 자기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욕설에도 찬사에도 휘둘리지 않는 이들,
어조, 권위, 폭력, 모든 외적인 것에 동요하지 않는이들을 위해서만 글을 쓰고 작업할 것.
똑똑한‘ 독자를 위해 글을 쓸 것.
과장에도 어조에도 압도되지 않는 이를 위해,

당신의 생각대로 살든지 아니면 그 생각을
파괴하거나 거부할이를 위해 당신이 그 생각에 대한
전권을 부여할 이를 위해. 건너뛰고, 지나가고,
따라가지 않을 권리를 소유한 이, 반대로 생각할 권리를,
믿지 않을 권리를, 당신의 의도에 동조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 이를 위해."

자신의 어리석음, 타인들의 어리석음 어리석음은계획, 예측, 사회적 및 가족적 드라마 등, 삶의 온갖사건과 조합에서 긍정적이고 확실한 요인으로간주되어야 한다.
어리석음을 믿고 제 몫을 보태야 한다.
인간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하며,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말아야 한다. 가장 고심해서 행하는 행동이, 심지어가장 행복한 행동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보기만 해도그것을 ‘우연‘의 산물로 분류할 수 있고, 또 그래야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을 재형성하는 데에는 두 가지 근본적인 힘이작용한다. 하나는 세계가 점점 더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시위들이 입증하듯이, 이제 사람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전에 없던 속도로 접촉하고 친분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좀 더 근본적인세계화 현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세계 각국의 경제와 운명은 상호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우리 세계는 점점 더 연결되고 있지만 동시에 극명히 분열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지만, 매우 비슷한사람 나이, 부, 교육 수준, 젠더는 물론 신념이나 의견이 비슷한 사람들과 더 어울리려는 경향이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새로운 친구나 지인을 찾도록 도와주고 뉴스를 추천하는 알고리듬은 보통 우리를 비슷한 사람들과 짝지어주고 우리의 취향 및 의견과 가장 잘 맞는 매체나 뉴스를 연결해주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교류하려는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성향을 더욱 강화한다.

네트워크의 분열은 인간이 학습하는 방식에서 생기는 편향을 더욱 악화시킨다. 우리는 여러 친구에게 같은 정보를 들으면 그 정보가 진실이라고 강하게 확신하는 성향이 있다. 친구들 모두가 동일한 정보원에서 정보를 얻었을 수 있음에도 말이다. 네트워크가 더 많이 분열될수록 이러한 편향은 증폭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사람들이 말하는 ‘메아리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친구와 지인이 일반 대중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시스템적인차원에서 보통의 사람들과 다를 수 있다.

"1492년에 시작된 세계화1.0 때 세계의 크기는 대형에서 중형으로 축소되었다.
다국적기업이 등장하기 시작한 세계화2.0 때는 중형에서 소형이 되었다. 그리고 2000년 즈음 시작된 세계화3.0 때 세계는 소형에서 초소형이 되었다."
- 토머스 프리드먼(《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 《와이어드》와의 인터뷰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 방식과 네트워크의 양상이 계속 변해왔다 해도그중 많은 부분은 오래 지속되고 예측도 가능하다. 이와 같은 인간 네트워크에 대해 이해하고 변화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세계에대한 많은 질문에 답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질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같다. 네트워크에서 각 행위자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그들의 영향력과 힘을 어떻게 결정하는가? 친구들에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의견을형성할 때 우리는 어떤 체계적인 오류를 범하는가? 금융 전염은 어떻게시작되고 독감의 확산과 어떤 점에서 다른가? 사회적 네트워크의 분열은 불평등과 계층 간 비유동성, 양극화를 어떻게 악화시키는가? 세계화는 국가들 사이의 갈등이나 전쟁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

인간 행동을 이해하려는 목적에서 네트워크를 기술하는 것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네트워크의 몇몇 핵심 특성들은 인간이 왜 그런행동 양상을 보이는지에 대해 놀라운 통찰을 제공한다. 둘째 이러한 특성들은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정량화가 가능하다. 셋째 인간 활동에서나타나는 규칙성은 네트워크가 독특한 특성을 가지도록 이끈다. 예컨대인간 사이에서 형성된 네트워크는 주위의 다른 링크link나 노드node와무작위로 연결된 네트워크와 쉽게 구분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