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처음 읽었을 땐 노인과 바다, 그리고 청새치만 눈에 들어왔더랬다. 노인이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1851)에 나오는 이슈메일, 그러니까 바닷속에 수장된 피쿼드호의 유일한 생존자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이슈메일이 나이 들어 다시 바다로 나가 또 한 번의 사투를 벌이는 것 같았달까. 하지만 이번에 다시 읽으니 바다나 청새치보다는 소년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허무와 부조리, 패배감, 부질없음 같은 생각에 빠지기엔 남사스러워진 나이가 된 것만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모두 물리쳐버릴 만큼 긍정적이 된 것도 아니다. 외려 부정적인 생각들을 긍정하게 되었달까. 삶은 부조리하고 허무하며누구에게나 패배감을 안겨줄 뿐이니 부질없이 애쓸 필요 없다는 생각도 삶에는 필요할 테니까. 인용문처럼 거창한 생각 같은 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그저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가끔씩 "이젠 끝날 때도 되었는데" 하고 혼잣말을 하게만드는 것, 그것도 삶의 한 단면 아니겠는가. 그러니 페스트와 싸우는 ‘코로나 19와 싸우는 엄청난 적과 싸우고 있다는생각은 버려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는 오래 버틸 수 없을 테니까. 물론 마스크는 꼭 쓴 채로 버텨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