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반대편에는 또 하나의 진실이 있다. 인간은 진실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하루하루 땅을 딛고 살아가듯 진실의 기반 없이 인간은 삶을 펼칠 수 없는 동물이다. 매번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거대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시포스처럼 인간은그러므로, 진실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낫고, 누가 낫지 않고를 따지지 않는 일이다. "넌 진실을 말할 자실을 정확하게자신의 진실을 끝없이 밀어 올리려 한다.
격이 없어." 이런 말이 나오는 순간 진실은 폭력이 된다. "우리가 말하는 진실은 틀릴 수 없어." 이렇게 믿는 순간 진실은도그마가 된다. 십계명에 열한 번째 계명을 붙인다면 이것이다. "너 자신의 진실을 사랑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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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이른바 ‘기자 정신‘이란 걸 앞세우게 된 걸까.
기사를 쓰다 보면 그 정도 일은 생길 수 있다.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일을 할 수가 없다. 눈을 질끈 감고 지나가야 할 때도있는 거다. 그렇게 스스로를 타이르며 ‘기자‘가 돼갔다. 그때나는 내가 해야 할 일만 보일 뿐, 사람은 보이지 않게 된 걸까.

케빈 카터(Kevin Carter)라는 사진작가가 있었다. 그는 굶주림에 죽어가는 아프리카 소녀와 그 옆에서 소녀가 죽기를 기다리는 독수리의 모습을 촬영했다. 기아 문제의 심각성을 알린 카터의 사진은 퓰리처상을 받았다. 촬영 후 카터는 독수리를 멀리 쫓았지만 그는 거센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왜 그 아이를 곧바로 구하지 않았느냐." "사진을 찍는 게 아이보다 중요했느냐." 그는 괴로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베네딕토 16세도 프란치스코 앞에서 고해성사를 한다. 그는자신이 아동을 추행한 사제를 방치했다고 고백한다. 역설적으허름한 옷을 입은 클레오도, 사제 옷을 입은 두 교황도 그안에 있는 것은 사람이다. 두 교황이 클레오보다 낫고 클레오가 두 교황보다 못한 게 아니다. 그들 모두 신(神) 앞에서, 인간 앞에서 같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는 사람로 두 교황은 잘못을 범하지 않음이 아니라 잘못을 있는 그대로 고백함으로써 ‘교황다움‘을 드러낸다.
이것은 무슨 시적인 은유 따위가 아니다. 0.01 퍼센트의비유도 없는 사실이다.
후배 기자에게서 들은 얘기다. 국내 대회는 물론 국제 대회에서 계속 1위를 달렸던 한 태권도 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놓쳤다. 후배 기자는 그에게 심경을 물었다.
"이번에 한번 졌다고 실망하지는 않습니다. 괜찮은 사람이되는 과정에 태권도도 있는 거니까요."
후배는 그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친구 말처럼 괜찮은 사람이 되는 과정에 기자도 있는것 아닐까요? 그런데 나는 삶까지도 기자스럽게 살고 있는 거아닌가, 하는 부끄러운 마음이…."
직업이 전부는 아니다. 좋은 사람이 되는 과정에 직업도 있는 것이다. 직업은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방편일 뿐이다. 삶을직업에 맞추는 게 아니라 직업을 삶에 맞춰야 한다.

재판 없는 처형은 없다는 규범을 법률가들이 따랐다면, 동의없는 수술은 없다는 규정을 의사들이 받아들였다면, 노예 노동금지를 기업가들이 지지했다면, 살인과 관련된 서류 작업의 처리를 관료들이 거부했다면, 나치 정권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잔혹 행위를 실행에 옮기기가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다.
스나이더는 ‘단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는 말 따위는 하지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좋은 사람은 결코 ‘명령에 따랐을뿐‘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양심이 직업윤리의 핵심이니까.

중요한 것은 분명한 자기 기준이다. 자기 기준이 있는 사람은 어디를 가든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아무리 힘 있는 사람이뭐라고 압박해도, 내 자신의 욕망이 뭐라고 유혹해도, 때로는흔들리면서도, 가야 할 길을 간다. 중간에 경로를 이탈하더라도 내비게이션이 다시 경로를 재설정하듯이, 자기 기준만 잃지 않으면 끝내 목적지에 도착한다.
자기 기준은 어떻게 세울 수 있을까. 내가 지켜야 할 삶의원칙들을 하나씩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그 원칙이란 것이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다. 동백의 원칙인 술만 판다‘, ‘노 매너에 노 서비스’, ‘반말 하면 나도 반말‘처럼 단순하고 명료하면 된다. 단순하고 명료해야 하는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급할때 건너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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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정적인 지점에서 나를 믿어달라.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이원적 사고방식과 집착을 끊어버리는 데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큰 사랑의 길과 큰 아픔의 길이 그것이다. 이 둘은 어떤 방법으로도 프로그램화될 수 없고 이해될 수 없으며 자기 뜻을 세워 실천할 수도 없다. 사랑과 아픔에는 특별한 기술이 없고 정해진 형식도 없다. 사랑과 아픔 자체가 선생이고 제가 정한 때에 제가 정한 방식으로 사랑과 아픔을 가르친다. 하지만 당신이 만일 나와비슷한 사람이라면, 아픔을 겪은 후 새롭게 변화된 몸으로 고래 배 속에서 나오는 쪽보다 머리로 배우는 쪽을 선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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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거울을 보고 오늘 누구와 어울려 다녔는지 생각해보자. 무슨 일에 흥분하고 어떤 일에 목소리를 높였는지 떠올려보자. 우리가 보라는 아니더라도, 선이나 지아도 아니었을가능성이 크다. 우린 보라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 누군가를향해 손가락질했던 보라의 일당이었는지 모른다. 그 일당을부르는 이름이 바로 ‘우리들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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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에 쓴 『루킬리우스에게 보내는 도덕 서한은 시칠리아의 행정장관이었던 루킬리우스라는 젊은 친구에게 보내는 서한 형식을 띠고있는데, 실제로 주고받은 편지가 아니라 출판을 염두에 두고 편지 형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낸 글로, 상대의 반응을 예상하며 마치 대화를주고받는 듯한 문체를 구사한다. 그 가운데 이 책에 실은 편지에서는 특히 학문에 대한 세네카의 스토아적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당시 교양있는 지식인이라면 기본으로 갖춰야 할 학식으로 여겨졌던 자유학문artes liberales에 대한 세네카의 생각은 남다르다. ‘자유‘라는 단어가 들어간다고 해서 자유로운 학문인 것이 아니며, 그것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자유‘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지혜와 덕을 추구하는 철학이야말로 진정 자유로운 학문이며, 자유학문은 그 공부를 위한 기초를닦는 과정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스토아철학자인 그가 말하는 자유란어떤 부침에도 흔들리지 않고 덕을 추구할 수 있는 정신의 자유를 의미할 것이다. 공부를 하는 목적에 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글이다.

오디세우스가 헤매며 다닌 지역들이 어디인가?"라고 묻기보다, 차라리 우리 자신이 어느 때든 길을 잃지 않도록노력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그가 거친 파도에 시달렸던 바다가 이탈리아와 시칠리아 사이의 바다인지 아닌지, 혹은 우리가 아는 세상을 벗어난 곳인지(사실 우리가 아는 좁은 범위 안에서는 그렇게 오래 헤매 다니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에 관한 강의를 듣고 있을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네. 우리 역시 매일같이 우리를 이리 밀치고 저리 던지는 정신의 폭풍우를 만나며, 오디세우스를 불행으로 몰아 갔던 그 경솔에 끌려다니지않는가. 우리의 눈을 유혹하는 아름다움이나 우리를공격하는 적들은 한 번도 부족한 적이 없으니 말일세.

나를 함정에서 안전하게 보호할 것들은 이미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네. "내일이 결코 나를 속이지 않을거라니요? 무엇이든 나도 모르게 벌어지는 일은 나를속이는 것이지요." 나로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지만,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는 안다네. 이로 인한 불안감은 전혀 없으며, 다가올 미래를 그 모습 그대로 가만히 기다리지. 조금이라도 혹독함이 줄어든 미래라면 그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할 작정이네. 내일이나에게 친절하다면 그야말로 일종의 속임수일 테지만,
나는 거기에도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일어날 수 있음을 알고, 언제나 좋은 일만 일어나지는않는다는 것도 아니 말일세. 나는 언제든 좋은 일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듯이 언제든 나쁜 일을 맞이할 준비도 되어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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