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 디지털 인프라를 둘러싼 국가, 기업, 환경문제 간의 지정학
기욤 피트롱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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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부퍼탈 연구소는 우리의 소비 방식이 함축하는 물질적 파급효과를 계산하는 독창적인 방식(1990년대에 소속 연구원들이 개발한 방식이다)을 제시했다. 이름하여, 서비스 단위당 투입된 물질 MIPS: Material Input Per Serviceunit, 즉 하나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자원의 총량을가리킨다.

1990년부터 벌써 MIPS는 다른 접근법을택해야 했다. 어떤 한 사물로부터 배출되는 물질에 의해 발생하는 환경 훼손에 관심을 갖는 대신 그 사물의 제조 과정에 투입되는 물질들의 영향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사물로부터 나오는 것보다 사물 제조 과정에 들어가는 것을 보자. 관점의 완전한 전복이었다.
구체적으로, MIPS는 한 벌의 의류, 오렌지 주스 병, 카펫, 스마트폰 등의 제조와 사용, 재활용 등의 과정에서 동원되고 이동하게 되는자원의 총체를 평가한다. 그러니 모든 것이 다 검토의 대상이 된다.

이쯤에서 당신도 이해할 것이다. ‘저탄소‘로 만족하는 것으로는 친환경주의자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저탄소‘에 ‘저자원‘이 더해져야 한다. 약간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우리를 에워싼 기술이 드러나지 않고, 휴대하기 간편하며, 가벼울수록 우리 실존이 남기는 물질적 부담은 어마어마해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단지소형화된 세계의 영향을 탐사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작고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 것들을 살펴볼 의무도 있다.
페어폰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아녜스 크레페는 "사람들은 입만 열면 애플에 대해서 이야기할 뿐, 반도체 칩 제조업체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면서 안타까워한다. 사실 반도체 칩이야말로 환경적19으로나 사회적으로 거대한 난맥상의 한 중심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오늘날 스마트폰마다 들어 있는 컴퓨터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제작된 최고 컴퓨터보다 그 성능이 100배는 향상되었다"고, 장-피에르콜랭주가 설명한다. TSMC에서 일했던 이 전직 엔지니어는 "그토록고성능 컴퓨터가 고작 셀카 찍는 데에나 사용되고 있으니 약간 씁쓸한 건 사실"이라고도 덧붙인다."

집적회로 제작을 위해 500가지 단계를 거치려면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하청 업체들(많을 땐 최대 1만 6000개)이 개입하게 된다. 한마디로세계화를 단 하나의 물품으로 요약해보라고 한다면 의심할 여지없이반도체 칩이 대표로 뽑힐 것이다. 이렇게 상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수정광산은 십중팔구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을 것이고, 규소 판은 일본에서 생산될 겁니다. 사진석판 기구는 네덜란드가 담당하고, 세계 최대 진공펌프 제조업체는 오스트리아에 있으며, 볼베어링은 독일에서제조됩니다. 원가 절감을 위해서 반도체 칩은 분명 베트남에서 메인보드에 조립될 테고요. 조립이 끝나면 중국의 폭스콘 그룹으로 보내져아이폰에 탑재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최적화하기 위해서 TSMC 그룹은 과거에 이탈리아와 스코틀랜드 대학들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을 사용했죠. "30이런 식의 물자 보급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어마어마한 에너지 소비를 야기한다"고, 카린 사뮈엘이 탄식한다.

웹은 멈추지 않고 기능해야 하며, 항상, 늘, ‘하이퍼-대기적hyperdisponible‘이어야 한다. 인명이나 국가의 안위가 달려 있을 때 의료 데이터나 군사 데이터로의 접근은 자명하다. 하지만 인터넷상에서 서핑을 계속하는 수십억명의 네티즌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그것과는 다르게 힘든 일이다. 인터넷에서는 태양이 절대 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웹을 만끽하기 위해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대다수 네티즌들에게 참을 수 없는 일이기때문이다. "1990년대 말엔 웹사이트의 초기화면이 8초 안에 떠야 했죠." 데이터센터연구소 대표 필리프 뤼스가 기억을 더듬는다. "오늘날엔 0.8초 안에 초기화면이 완전히 뜨지 않으면 사람들은 다른 인터넷플랫폼으로 가버립니다." 한마디로, 우리는 현재의 논리에서 순간의논리로 넘어간 것이다." 이와 같은 즉각성의 독재는 실시간으로 실제장애물을 분석해야 하는 커넥티드카, 마이크로세컨드 단위로 작업을

누구나 하루 동안 그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저장공간(메일함, 구글 드라이브, 드롭박스...)을 청소하여 자신들의 생태발자국을 줄이는 것이다. "필요 없는 메일들이며 오래된 사진, 휴대폰에 저장된 동영상 등, 뭐가 되든 상관없다"고, 우리가 2020년 여름에 탈린에서 만났을 때 안넬리 오흐브릴은 열거했다. 안넬리 오흐브릴이 제일중요하게 생각하는 타깃은 데이터 저장 플랫폼 아이클라우드Cloud,이는 애플이 판매하는 디지털 기기(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와 연계되어 있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사람들이 아이클라우드를 마치 휴지통처럼 사용하면서 거기에 저장해둔 내용물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곤 하죠.월드 디지털 클린업 데이에 호응한 많은 참가자들조차도 이 서비스가얼마만큼의 에너지를 소비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식이 없었어요

다. "제일 중요한 건 얼마만큼의 기가바이트를 절약했느냐가 아니라이러한 행사를 통해서 사고방식이 바뀌는 것"이라고 이 열성적인 에스토니아의 활동가는 강조한다. 65

보다 평범하게 우리 모두는 얼핏 보기에 지극히 사소해 보이는 일상속 몇 가지 행동들을, 앉은 의자에서 일어날 필요도 없이 따라할 수있으며, 게다가 엄청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와이파이를 통해서 동영상을 감상한다면 4G를 통해서 볼 때보다 23배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집을 나서면서 셋톱박스(참고로 셋톱박스는 대형냉장고만큼이나 전기를 잡아먹는다)를 끄는 것도 에너지 절약의 한 방편이다

구글을 통하지 않고 웹사이트에 접속해도 전기를 아낄 수 있다. 검색엔진을 통한 검색을 한 번 할 때마다 전구를 1~2분 동안 켜놓을 때만큼의 전력이 소비된다. 영화 한 편을 고화질이 아닌 저화질로 보면에너지 소비가 4~10배 줄어든다. 더구나 7000만 명의 네티즌이 화질을 낮추어서 동영상을 감상한다면 매달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350만 톤 줄일 수 있는데, 이는 미국 석탄 생산량의 6퍼센트에해당된다.

" 우리가 사생활을 존중하는 서비스 쪽으로 옮겨 탄다면 역시 데이터 ‘원천징수‘를 제한할 수 있으며, 따라서 에너지 먹는 하마인 데이터 저장도 제한할 수 있다. 그러려면, 가령 메시지 애플리케이션 시그널signal 68과 올비드olvid‘‘를 이용하고, 이메일 계정은 프로톤메일ProtonMail‘에 만들며, 비용이 몇 유로 정도 들거나 기부금을 약간 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나 전자 파운데이션E-Foundation‘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라

검색을 위해서라면 덕덕고DuckDuckGo‘2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미국에서 만들어진 이 검색엔진은 사용자들이 실행한 검색 내역을 저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언은끝도 없이 이어질 수 있으며, 그만큼 우리 각자가 아주 구체적이고 간단한 방식으로 보다 깨끗하고 간소한 인터넷을 위해 얼마나 슬기롭게행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신성한 원칙은 문제 삼지 않더라도, 우리는 실제로 소비한데이터의 용량에 비례하는 요금제를 강제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73볼 수 있을 것이다. 대다수 이용자들에게 최소한의 접근을 보장해주면서 가장 많은 소비를 하는 이용자들에게는 차등적으로 비싼요금을 물게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요금 정책은 우리 각자가 알아서 데이터 소비를 절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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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멸종 -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
이정모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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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는 새로운 생명의 등장이죠. 새로운 생명이 등장하려면 누군가 그 자리를 비켜주어야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멸종이라고 합니다. 흔히 멸종이라고 하면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새로운 생명 탄생의 찬란한 시작이기도 합니다. 책 제목을 찬란한 멸종이라고 지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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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군가 ‘귀가 밝다‘고 말한 것은 그가 ‘특정한 저것의소리를 듣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가 ‘스스로 듣는다‘는 것을의미한다. 내가 누군가 ‘눈이 밝다‘고 말한 것은 그가 ‘특정한저것의 모양을 본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가 ‘스스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릇 스스로 보지 않고 저것을 보는 경우나 스스로 얻지 않고 저것을 얻는 경우는 다른 사람이 얻으려는 것을 얻음이지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음이 아니며, 다른 사람이 맞다고하는 것에 맞추려 함이지 자신이 맞추어야 할 것에 맞추는 것이 아니다.
「변무」

남이 저 소리를 들어보라고 했지만 무슨 소리인지 식별하지 못한사람‘이나 ‘저 소리를 스스로 막연히 듣고 무슨 소리인지 식별한사람 중에 누가 더 귀가 밝은지 고민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장자는 나머지 두 경우를 놓고 저울질했던 것 같습니다. ‘남이저 소리를 들어보라고 해서 무슨 소리인지 식별한 사람‘과 ‘저소리를 스스로 막연히 들었지만 무슨 소리인지 식별하지 못한 사람‘ 중에는 어느 쪽이 귀가 밝다고 할 수 있을까요? 장자는 후자의 손을 들어줍니다. 왜일까요? ‘남이 저 소리를 들어보라고 해서 무슨 소리인지 식별한 사람‘은 남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막연한 소리조차 듣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에 반해 ‘저 소리를 스스로 막연히 들었지만 무슨 소리인지 식별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텐트에 함께 있던 지인의 귀를 이용해무슨 소리인지 바로 식별할 수도 있고, 아니면 날이 밝은 뒤 캠핑장을 살펴보고 늦게나마 무슨 소리인지 식별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명‘, ‘눈이 밝다‘는 의미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만의 생각에 불과하다‘는 자각은 ‘타자들은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안다는 것과 동시적입니다. 장자에서꿈의 모티브가 등장할 때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이 점입니다.

당연히 천하 안은 삶을 보존하는 문명이고 천하 바깥은 삶을 기약할 수 없는 야만이라는 이데올로기적 협박은 그들에게 먹히기 힘들었습니다. 복종은 지배자의 말을 듣지 않으면죽을 수 있다는 협박이 제도화되고 내면화되어야 가능합니다.
나보다 힘이 센 누군가가 우리 목을 조르며 "죽을래, 아니면 살래!"라고 협박합니다. 이런 협박을 무력화시키는 방법, 복종의강요를 좌절시키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그래, 죽여라!" 복종하는 삶을 영위하느니 자유로운 죽음을 결연히 선택하는 순간, 그누구도 우리를 복종시킬 방법은 없습니다.

두 번의 협박, 아니 반복적인 협박은 천하에 포획된 정착민적 삶을 사는 이들에게 통하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정착· 농경생활은 영토가 탄생의 기반이 되는 겁니다. 정착지를 떠나서는 죽을 것 같고, 지배에 복종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천하에 머물면 살 수 있을 것 같고, 복종을 감내하면 살 수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들을 생사관(生死)에 가두어버리면서정착민들은 피지배계급이 되고 맙니다. 이제 복종하는 삶이 죽음보다 불행한 삶이라는 호소도 피지배계급의 귀에는 들어오지않습니다. 이미 그들은 죽음의 공포에 깊이 사로잡혀 있으니까요. 자유의 길은 복종을 거부하면, 혹은 정착지를 떠나서는 죽을 수도 있다는 꿈에서 깨어나야만 시작될 수 있습니다. 생사관이 몽각관이기도 한 이유입니다. 바로 여기서 천하 내부와 천하외부가 공존했던 진나라와 그곳의 삶이 상징적 힘을 갖습니다.

천하를 상대화할 수 있는 역사적 상상력이 주는 힘이라고 해도좋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죽음을 감내하는 자유인의 투쟁은 여유를 갖게 됩니다. 국가를 미련 없이 떠나는 길도 있다는 걸 아는 순간, 복종에서 벗어나려는 투쟁은 자유가 아니면 죽음이라는 거친 이분법의 절박감과 긴장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진나라라는 역사적 상징은 생사관과 몽각관을 통과하는 데 경쾌함과 여유를 제공합니다. 생사관과 몽각관을 천하의 변경 진나라 위에 놓는 예민한 문학적 감각! 장자가 일급의 지성인 이유입니다.

자신이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건 항상 그것이 나만의 꿈이 아닌지 의심하라는 겁니다. 친구를만날 때, 애인을 만날 때, 고양이를 만날 때, 꽃을 만날 때, 늑대를만날 때, 바람을 만날 때, 매번 우리는 개운치 않게 생각하고 개운치 않게 행동해야 합니다. 깔끔한 분류와 명확한 가치평가는국가의 꿈이니까요. 대붕은 바람이 충분히 모여야 날 수 있는 법입니다. 작은 꿈에서 깨어나는 경험이 충분히 쌓여야 합니다. 생사관과 몽각관을 가볍게 날아 넘어갈 수 있는 대붕이 되려면 말입니다. 대붕이 되어 관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게 비상할 때,천하는 아주 협소한 세계라는 것이 분명해질 겁니다. 장자의 말대로 "단지 크게 깨어날 때만 우리는 큰 꿈을 꾸었음을 알게 되니까요.

이야기를 마치며 장자는 자신이 꾸었던 큰 꿈, 가위눌리면서도 깨기 힘들었던 그 지독한 악몽을 분명히 합니다. 바로 국가주의입니다. "그렇지만 어리석은 자들은 자신들이 깨어있다고 생각하고 분명하게 아는 듯 ‘왕이구나! 목축민이구나!‘라고 말하는데, 고루하기만 하구나!" 마지막까지 장자는 진나라를역사적 상징으로 쓰는 노련함을 보여줍니다. 왕과 농민이 아니라 왕과 목축민으로 지배와 복종 관계를 묘사하니까요. 농민과달리 목축민은 언제든 영토국가를 떠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자들의 큰 꿈에도 자유의 실마리를 새겨 넣었던 철학자, 바로 장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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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일은 그냥 사는 것뿐 아니라 우리가 수혜자이자 피해자이자 목격자인 삶이란 사태를 바라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읽고 쓴다.

안 좋은 일 때문에 놀랄 때마다, 놀라는 자신을 보고 한번 더 놀란다. 삶에 이토록 은연중 기대하는 것이 많았다니!

애타게 바라는 것은 대개 오지 않기에, 삶은 기다림의연속이다. 관건은 무엇을 기다리느냐는 것이다. 무엇을 기다리느냐에 따라 기다리는 동안 하는 일이 달라지고, 기다리는 동안 하는 일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사람 인생이 달라진다. 가장 한심한 것은 남을 흠잡고 싶어서 남이 잘못하기를 기다리며 사는 인생이다. 차라리고도 Godot를 기다리는 게 낫다.

매사에 ‘그럴 수 있다‘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 생각의 대가가 희망의 잠정적 포기일지라도.
2011. 7. 14.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건 삶을 더 잘 누리기 위해서다.
허겁지겁 살 때 채 누리지 못한 삶의 질감을 느끼기 위해서다. 삶의 깊은 쾌락은 삶의 질감을 음미하는 데서온다. 그러니 공부가 어찌 쾌락이 아닐 수 있겠는가.

(예전에도 그러했겠지만) 오늘날 뛰어난 예술은 술퍼먹고 기행을 일삼는 이들에게서 나오기보다는, 명징한정신을 유지하고 지적 정확함을 추구하는 자기 단련의족속들에게서 나온다. 예술도 그러할진대, 학문은 더말할 것도 없다.

개인의 구원은 쉽게 오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구원의 여부보다 무엇을 하며 구원을 기다릴 것인가다. 내일 지구가멸망해도 사과나무를 심는 바뤼흐 스피노자처럼, 오늘도심신의 건강을 보살피며 드립을 치는 거다. 별생각 없이치는 거다. 그래야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을 수 있다. 마음에 여유가 없다고 책을 읽지 않으면 마음의 여유가 더 없어지듯, 바쁘다고 드립을 무시하면 마음의 여유가 더 없어진다. (…) 드립은 작은 변혁이자, 사소한 혁명이자, 진지한 행위예술이자, 제도화되지 않은 문학이다.

"인간은 얼마나 큰 위로가 필요한 존재인가"
‘하중은 있되 통증은 없이‘ 살고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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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이었나, 좀더 지나고 난 뒤였나. 『독서의 위안(송호성, 화인북스)이라는 책을 보았다.
"책을 읽는 목적은 우선은 자신의 식견과 안목을 높이는 데 있고, 궁극적으로는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cool해지는 데 있다. ‘쿨해진다‘는 건 냉정해진다기보다는 냉철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세상을 등지는 게 아니라 세상과의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걸 뜻한다."
"독서는 일종의 구도 행위"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전체내용은 희미하지만 이 대목은 나에게 위안을 주었다.

누군가 말했듯이 가족이라 다 좋아 사는 건 아니고, 타인은 어차피 견디어주는 거라고 했다. 한번은 남편이 속한
‘시와 자유‘ 동인들이 모인 술자리에 갔다. 이 시인들이 어찌나 원색적인 언어들을 사용해가며 말을 하는지 내가 시인들이 왜 그렇게 욕을 많이 사용하냐고 타박했다. 그러자한 분이 시인들은 모든 한국말을 빠짐없이 골고루 사랑해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잘 안 쓰는 언어를 찾아내서 자주 사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거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나의 장례는 그 시기의 일반적인 방법으로 할 것이며 화장해서 유골은 너희아빠를 장사 지낸 것처럼 하고, 제사 지내지 말고 그날시간이 나면 너희끼리 좋은 장소에 모여서 맛있는 밥을 먹도록 해라. 또하나 바라는 게 있다면 너희 아빠는 꽃 피는봄에 돌아가셨으니 나는 단풍 드는 가을에 떠나면 좋겠네.
그러면 너희는 봄가을 좋은 계절에 만날 수 있을 테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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