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세계를 감각하는 법 -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은 생각하는 방식도 다를까?
케일럽 에버렛 지음, 노승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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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낱말 수준 특이성에 가려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시제에 대해 배우는 것 중에는 더 기본적인 것도 있다. 우리는과거, 현재, 미래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배운다. 어릴 때 언어를 습득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이 특정 시간 범주가 존재한다는 사실, 거의 손에 잡힐 듯 현실적이라는 사실, 그것이 시간의 작동 원리이기에 우리가 기본값으로 언급해야 하는 기본 범주라는 사실을 배운다는 뜻이기도 하다. 언어는 이 추상적 시간 범주가 구체화되는 데한몫한다.

어쨌거나 과거, 현재, 미래는 막연한 개념이다. 몸을 둘러싼 물리적 공간을 지각하는 구체적 방식으로는 시간을 지각할 수 없다. 물리적 주변에 있는 물체는 손을 뻗어 만질 수 있지만 과거는 그런 식으로 다시 방문하거나 그 존재를 입증할 수 없다. 또한 우리는 결코미래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런가 하면 현재는 포착되지 않는다. 우리가 인식하는 모든 찰나는 인식하는 그 순간 이미 지나가버렸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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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단순한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자신이 쌓아온 생각의 성을 벗어나는 일이다. 신영복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의 정의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내가 알던 상식과 진리가 무너진다. 걸으면 걸을수록 질문이 생겨나고, 내가 배워온 것들을 의심하게 된다. 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와 타인이, 나와지구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조금 더 사랑하고아끼게 된다. 여행은 언제나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게끔 했다. 정말이지 조금 더 선한 사람이 되고 싶고, 지구와 타인에게 해를 덜 끼치는 존재가 되기를 갈망한다. 그 간절함이나를 여행으로 이끈다.

부드럽게 소를 달래며 손으로 젖을 짜는 모습이 다정했다. 소젖은 송아지를먹이고 난 후에 남는 양만을 취하기. 가축은 계절이 허락하는 시간 동안은 들판에서 풀을 뜯으며 지내게 하기. 오늘까지키운 양을 잡을 때는 감사하며 경건히 취하기.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원형이 그 땅에는 아직 훼손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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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유희와 같다. 행복할 때는 행복에 매달리지 말라.
불행할 때는 이를 피하려 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라."

마음에 꽃을 심는 일
얼마나 친절했느냐,
얼마나 따뜻했느냐-
그것이 우리가 남기고 가야할흔적이다.

"사람끼리 만나는 일에도 절제가 있어야 한다.
따뜻한 마음이 고였을 때,
그리움이 가득 넘칠 때 만나야 한다."

"세상에 가장 위대한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친절이다.
이웃에 대한 따뜻한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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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해요." 카를이 대답했다. "세상을 바깥에 그대로 내버려두고 속도를 늦춰요. 문자도, 인터넷도, 전화도, TV도, 주의를 금방 산만하게 만드는 그 무엇도 하지 않아요. 그 대신 백일몽을 꾸고, 창밖을 내다보고, 정원을 한 바퀴 돌고, 생각에잠기고, 잘 먹고, 양심의 가책 없이 졸기도 하죠. 20분만 아무것도 읽지 말고, 게임도 하지 말고, 정리도 하지 말고, 아무것도 듣지 말아 봐요. 시간을 느긋하게 보내고 아무 일도 하지않는 것은 배워야 하는 그 무엇이랍니다. 정말이에요. 아주 놀라운 일들은 천천히 생기는 법이니까요."
"무슨 뜻인가요?" 나는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노래를 쓰고, 도자기를 빚고, 희귀 식물을 연구하고, 위대한 사랑을 만드는 이 모든 일에는 긴 시간이 필요해요. 깊이생각하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새로운 것에 도달하죠. 창의력은공감과 지루함에서 생겨나고 아름다움은 금방 이루어지지 않아요."

하지만 나는 이미 나 자신이 누군가가 샤워 후에 실수로 탈의실에 두고 간 수건처럼 느껴진 지오래였다. 나는 잊히고, 버림받고, 분실됐다. 하지만 그렇게된 데는 이렇다 할 이유도,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모든 것을바꿔 버린 어떤 전환점도 없었다. 이유는 오로지 나였다. 이런 마음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만드는 내 능력은 포핸드 실력보다도 뛰어났다. 다들 나의 성장에 투자한 데다 나에게 희망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누가 갑자기 그만두고 싶다고 말할 수 있으랴?

운동선수로서는 성장했지만 운동이 나를 더 당당하고 강인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여리고 예민하게 만들었다는사실을, 이제 더는 다른 사람을 이기기 위해 혼자 경기장에서 있기 싫다는 것을 누구에게 말할 수 있을까? 따뜻한 공동체를, 함께 이기고 함께 지는 집단을 열망했다는 것을 누구에게 말할 수 있을까?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될진대…………….

그는 진단 결과를 읽어 주고 바로 서류철을 덮었어요. 그러고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내가 이 결과를 다룰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했죠. 첫째, 내 운명을 원망하며상황에 굴복하고 현실을 외면한다. 다른 하나는, 행복한 순간들을 작은 자루에 가득 차게 모으기 시작한다. 정말 문자 그대로 그렇게 말했어요. 작은 자루에 가득한 행복한 순간들.
‘왜 하필 나지?‘가 아니라 ‘내가 아니어야 할 이유라도 있나?‘
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죠. 질병은 이제 나의 한 부분이라고요. 힘든 순간에도 병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면 안된다고 했어요. 어차피 다른 존재로서는 이제 살아가지 못할테니까요. 내 병은 치료법보다는 삶에 대한 태도의 문제라고했어요."

카를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스스000로에게 좋은 게 무엇인지 이따금 잊어버리기도 하죠. 하지만난 한 가지는 정확하게 알아요. 수영을 끝내고 마시는 커피한 잔이 하루 중에 가장 멋지다는 사실을요. 당신을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어요. 여기서 아주 가까워요."

"당신은 어쩌면 이렇게 활짝 열려 있죠?" 내가 물었다. "나라면 오늘 아침에 당신에게 집으로 커피를 마시러 오라고 초대할 생각은 하지도 못했을 텐데......."
카를은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대답했다. "아마 연습의 문제, 어떤 사람이 쌓는 경험의 문제일 거예요. 용기를 자주 낼수록 그게 나 스스로에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점점 더 확실하게 느껴요. 책의 등장인물에게서 좀 배우기도 하고요. 나는 그들과 함께 이미 수많은 길을 걸었답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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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
슈테판 셰퍼 지음, 전은경 옮김 / 서삼독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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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수영과 맑은 공기, 그리고 훌륭한 음식 중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언제 마지막으로 이렇게 식욕이 좋았는지, 무엇보다도 언제 이렇게 편하고 맛있게 음식을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게다가 나사 빠진 사람처럼 양심의 가책도 없이 낮부터 포도주 한 잔을 즐기다니.

나도 지난 몇 년 동안 영양을 종교처럼 신봉해 왔다. 아침은 아몬드에 오트밀, 점심은 퀴노아 샐러드, 간식으로는 기껏해야 견과류 또는 사과 한 알, 저녁으로는 채소와 생선을자주 먹었다. 이른바 현대인의 메뉴였다. 즐거움 대신 건강,
칼로리 대신 통제. 나 자신이 직접 지은 박물관의 소중한 전시품인 몸. 이 모든 것은 미식가의 방탕함을 싹부터 잘라 내

악천후 속에서 열흘 동안 아이슬란드 토종말을타고, 오두막에서 밤을 보내고, 끝없이 펼쳐진 자연 속에서 가이드와 두 친구하고만 지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 모험을 위해 5년 전부터 동전 한 푼이라도 생기면 여행을 위해따로 마련한 계좌에 넣고, 다른 의미 없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며칠만 기다리면 뜨거운 온천물에서 수영할 수 있는데,
새 청바지가 왜 필요하겠어요?" 그녀가 말했다. "게다가 전 금방 이루어지지 않는 소원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됐어요. 오랫동안 소홀히 했던 근육을 쓸 때처럼 인내와절약과 결핍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면서요. 모든 것이 언제나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것 같은 요즘 세상에서는 금방 이루어지지 않는 소원이 특히나 소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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