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 저는 우리 사회에 통섭이라는 화두를 던졌습니다. 서양 사람들은 ‘consilience (통섭)‘ 를 jumping together (함께 솟구친다)‘라는 의미로 이해합니다.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분야 간 소통을 이끌어내어 함께 승화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중에서 홀로 통섭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사람은그리 많지 않습니다. 다빈치가 아니라면 우리는 함께 통섭해야 합니다. 서로 다른 공부를 하고 서로 다른 경험을쌓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서로에게 배우며 통섭을 이뤄내야 합니다.
직업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아실 텐데 예전에는 전화 교환원이라는 직업이 있었습니다. 처음 전화가 보급되었을 때는 전화를 건다고 바로 상대방이 받는 게 아니었어요. 전화국에서 전화 교환원들이 회선을 뽑아 상대방 쪽에 꽂아주어야 연결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전 세계에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 단 한명도 없습니다. 직업이 사라지는 건 충분히 가능한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지, 일거리가 없어지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할 일이 없어지면 일을 만드는게 우리 인간이거든요.
영어 단어 중에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단어가 있습니다. 인텔리전스(intelligence)와 인텔렉트(intellect). 우리말로 인텔리전스는 지능, 인텔렉트는 지성이라고 번역하면어떨까 합니다. 지능은 말 그대로 기계적으로 분석하고판단하는 뇌의 과정입니다.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정의될 수 있지요. 하지만 지성은 보다 깊은 통찰과 판단 능력을 포함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휴대전화를 잘 만듭니다. 디자인도 예쁘고성능도 좋아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런 휴대전화 한번 만들어봐라‘ 하는 ‘숙제‘를 내주면 기술력, 디자인 능력 등을 총동원해서 참 잘 만드는데, ‘출제’는아직도 못 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뭘 출시하고 나야 우리
강의가 다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되었는데, 어떤 학생이 손을 들더니 뻔히 예상되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는 화학과 학생입니다. 어떻게 하면 교수님처럼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판에 박힌 듯한 질문에 대한 그분의 답변이 너무 뜻밖이었습니다. "화학 공부만 열심히 하면 내 연구실의 조교가 될 거다. 그렇지만 나처럼 피아노도 좀 치고 시도 쓰고 그림도그리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는 요즘 ‘아주 불편한 진실과 조금 불편한 삶‘이라는제목의 강연을 자주 합니다. 불편한 진실에 대응하는 가장 현명한 길은 우리 각자가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더불편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입니다. 이 심각한 지구의 환경 위기는 우리가 스스로 해결해나가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 해결해 줄 수 없습니다.
저는 제법 여러 가지를 합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늘 걸어 다니고 있습니다. 왕복 7킬로미터 정도 되는데 13년째 걷고 있습니다. 칠십 평생 지금 가장 튼튼한 다리를가지고 삽니다. 그리고 제 가방에는 언제나 접는 장바구니가 있습니다. 가능하면 가게에서 비닐봉투를 안 받으려고 노력합니다
나 혼자서 이런다고 무슨 변화가 일어날까 하는 생각도들 겁니다. 제인 구달 박사님이 늘 하시는 말씀인데, 단 하루도 어느 한 사람이 지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사는 날이 없습니다. 내가 하고, 여러분이 하고, 여러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하고, 이게 다 모이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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