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카를 향해서 떠날 때
모험과 발견으로 가득한기나긴 여정이 되기를 기원하라.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
성난 포세이돈을 두려워 마라.
그런 무리는 결코 너의 길을 가로막지 않으리
네 생각이 드높고
드문 흥분이 네 영혼과 육신을 뒤흔든다면.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성난 포세이돈과 마주치지 않으리
너 스스로 그들을 마음에 끌어들이지만 않는다면
네마음이 그들을 눈앞에 소환하지 않는다면.

콘스탄티노스 P. 카바피스, <이타카>・

프리모 레비가 《주기율표》에서 ‘칼륨‘을 다룬 부분에 이렇게 쓴 것처럼요.
나는 또 다른 도덕률을 떠올렸다………… 강성 화학자라면 누구나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즉 거의 같은 것(나트륨은 칼륨과거의 같지만, 만약 나트륨이었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실질적으로 동일한 것, 유사한 것, ‘또는‘이라는 단서가 붙는 것, 모든 대용품, 짜깁기한 것을 결코 믿어서는 안된다. 그 차이가 미미하다 하더라도 판이하게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기차의 선로분기점을 떠올려보기 바란다. 이러한 차이를 인지하고 면밀히 살피며 그 효과를 예상하는 것이화학자가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화학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적용된다.

규소는 화학적 성질 면에서 탄소와 유사합니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완전히 다르기도 합니다. 이산화탄소는 꼭 필요한 기체인반면에 이산화규소는 석영입니다. 공상과학 팬들에게는 죄송한말씀입니다만, 규소에는 본질적으로 생화학적 특성이 없습니다.
하지만 규소는 생물학적 진화가 아니라 문화적 진화의 세계에서반격에 나섰습니다. IT는 탄소가 아니라 규소 silicon에 기반을 두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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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로 여기부터가 우리가 도티와 갈라져 ‘나의‘ 좋은죽음을 고민할 지점이다. 앞서 말했듯 ‘좋은 죽음‘이란 결국 살아있는 자들이 그들의 기준에 의해 판단하는 것이다. 역시 앞서 말했듯, 그것은 용기 있는 시도이다. 하지만 이 시도는 우리가 절대로 알 수 없는 고인들의 사정을 임의로 고정시켜버릴 위험또한 크다

그러면서 알게 된 새삼스러운 사실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거의 모든 경험이 책이나 글로 나와 있지만, 그럴 수 없는 단 하나의 소재가 있다면 ‘죽음의 순간‘, 말하자면 ‘죽음의 실체‘라는 것이었다. 세상에 필자들이 이렇게나 많지만 죽어본 필자는 없고,
고스트 라이터는 있지만 ‘고스트‘ 라이터는 없기 때문이다. 죽음그 자체는 죽어보지 않은 자들의 상상의 영역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죽었다 살아난 ‘임사체험‘ 기록은 굳이 따지자면 믿음의 영역에속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 영역을 인정하고 싶은 생각은 아직 없다.) 어떤고인도 불쑥 나타나 "죽어보니 병원 냉동고 속에 들어가 있는 게그렇게 싫더라", "난 집보다 병원이 훨씬 마음 편하던데?", "난 방부처리해주는 거 좋아. 한쪽 얼굴이 썩어가는 모습보다는 TV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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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것과 소중한 것을 구분하는 일은 비단 물건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었다. 쓸모없는 물건을 비우면 꼭 필요하고 소중한 물건만 남듯이, 사람들과 나와의 관계를 돌아보며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미니멀라이프와 동시에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나는 ‘미니멀라이프 = 버리다’가 아님을 깨달았다. 미니멀라이프는 ‘비움’이다. 100L 쓰레기봉투부터 준비할 게 아니라 먼저 중고판매도 해보고, 지인 나눔도 해보고, 기부도 해본 후…

진정한 미니멀라이프는 단순히 물건을 더 적게 가지는 게 아니다. 경쟁하듯 누가 더 빨리, 더 많이 비우느냐도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떻게 비우는지가 정말 중요하다. 필요 없는 물건을 모조리 쓰레기통에 집어넣고, 당장 내 눈 앞에서 치우기만 하면 괜찮은 건가? 쓰레기산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든 말든 우리 집만 깨끗해지면 되는 건가? 우리 집 앞에 쓰레기산이 없으니 나와는 상관없는 문제인가?

밤 시간을 포기해야 새벽을 얻을 수 있다. 정말 간절해서 잠을 줄이고 새벽과 밤을 모두 살아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나는 밤 시간을 포기하고, 새벽 시간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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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의 통찰 - 국제질서에서 시대의 해답을 찾다
정세현 지음 / 푸른숲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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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국제정치와 남북관계에 대한 전문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그건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으면서 생긴 것이기 때문에일종의 공공재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걸 다시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고 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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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으로 무엇을 마주하게 되느냐가 그 사람의 상상력에 영향을 미칠 겁니다. 예컨대, 도시 곳곳에 무덤이 있다면, 길을 걷다가 문득 인간이 필멸자라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겠지요. 한 걸음더 나아가, 공간의 구성은 현실 정치와도 직접적인 관련을 맺습니다. 어디에 어떤 규모의 광장이 있느냐가 집회의 규모와 성격에영향을 미치겠지요. 주요 관공서가 모여 있느냐, 분산되어 있느냐가 점거의 규모와 동학에 영향을 미치겠지요. 다양한 사람들의 교류를 촉진해야 한다는 이른바 소셜 믹스(social mix) 역시 공간과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는 도심에서 퀴어 축제를 여는 데 반대한다며, 퀴어 특구라는 것을 제안한 정치인도 있었네요. 차별과 배제에 반대하는 정치적 구호와 퀴어 특구제안 간에는 상당한 모순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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