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 이정모 선생님이 과학에서 길어 올린 58가지 세상과 인간 이야기
이정모 지음 / 오도스(odos)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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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견은 열대 비숲이 지구온난화에 반응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모델을 바꾸었다. 아마존의 비숲이 1년 내내 초록빛잃지 않고 지구의 허파 노릇을 할 수 있는 까닭은 건기에광합성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이파리, 더 튼튼한 이파리로 무장해서가 아니라, 힘든 시기가 오면 늙은 이파리를 떨궈내고 그 자리에 신록의 이파리들을 틔우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놀랄 일이 또 있다. "아닙니다. 2등성입니다?? 북반구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 태평양과 대서양 그리고 인도양을 건너던 모험가들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지표였던 북극성은 당연히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어야 하는데 1등성이 아니라 2등성이란다. 실망의 연속이다.

별의 밝기는 0등급, 1등급, 2등급, 3등급처럼 등급을 매긴다. 숫자가 작을수록 밝은 별이고 각 등급 사이의 밝기 차이는 약 2.5배다. 그러니까 0등성과 5등성은 밝기 차이가 대략 100배가 난다. 0등성과 1등성은 합해서 21개뿐이다. 가장쉽게 찾을 수 있는 북극성이 속한 2등성은 50개 정도다. 3등성도 150개뿐이다. 그러니 0~3등성은 우리가 맨눈으로 볼수 있는 별 가운데 밝기가 상위 10퍼센트에 해당하는 것이다. 북극성이 2등성이라는 사실에 만족하자.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0등성이니 5등성이니 하는 것은모두 우리가 보기에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밝기와는 아무런상관이 없다. 아무리 밝은 별이라도 멀리 있으면 어둡게 보이고 아무리 어두운 별이라도 가까이 있으면 밝게 보이는 것이다. 오리온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인 리겔과 네 번째 밝은별인 민타카는 모두 흰색 별이다. 표면 온도가 같은 별이라고 보면 된다

가까운게 밝게 보인다. 당장 밤하늘을 보시라. 가장 밝은천체는 달이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금성과 화성 같은행성이 훨씬 밝게 보인다. 아무리 밝은 별도 멀리 있으면 흐리게 보인다. 별도 아닌, 행성도 아닌 달도 가까이 있어서 밝게 보인다.
혹시 삶의 지표가 되는 북극성 같은 인물이 있는가? 사실별 볼 일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저 나와 가깝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시대가 바뀌면 북극을 가리키는북극성도 바뀐다. 플라톤 시절에는 코카브가 북극성이었고2,000년 후에는 투반이 북극성이 된다. 우리는 별자리로 방향을 찾아야 하는 양치기나 항해자가 아니다.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다. 오늘 내 북극성은 누구인가, 어디에 있는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후 손을 씻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왜 안 씻느냐고 물으면 "내 손에 안 묻었잖아"라고 대답한다. 화장실에서 볼일 본 후 손을 씻는 까닭은 뭐가 묻어서가아니라 한두 시간에 한 번씩은 손을 씻어야 하기 때문이다.
손을 씻겠다고 일하다가 화장실에 갈 수 없으니, 이왕 화장실에 간 김에 손을 씻자는 것이다. 손을 씻을 때 30초는 씻어야 한다. 손을 씻으면서 생일 축하 노래나 동요 <비행기>를두 번 부르면 된다.

의사들은 자신만을 위해 손을 씻는 게 아니다. 우리가 손을 씻는 것 역시 나만을 위한 게 아니라 가족과 이웃 그리고우리의 반려동물을 위해서다. 우리는 손을 씻어야 한다. 왜?
호모 사피엔스니까. 큰 뇌와 깨끗한 손은 동전의 양면이다.
무릇 만물의 영장이라면 손을 씻자. 항상 기뻐하면서, 쉬지말고, 범사에 기도하듯이 손을 씻자. 아예 더 나가서 1년 중어떤 주를 ‘세계 손 씻기 특별 주간‘으로 정하면 어떨까?

자기 선생님의 칭찬을 들은 심플리치오는 살비아티에대한 호감지수가 높아졌다. 이때 살짝 상처를 준다. "그런데말입니다. 제가 망원경으로 달을 봤어요. 그런데 그림자가있더라고요. 그림자가 있다는 뜻은 뭡니까? 높낮이가 있다는 뜻이잖아요. 저도 아리스토텔레스 선생님처럼 천체들은매끈하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달만큼은 쟁반처럼 매끄러운것은 아닌 것 같아요?" 자기 의견을 피력한 다음에는 다시 칭찬으로 마무리한다. "그래도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 선생님에게 배울 게 많아요. 그의 제자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이다.

‘정리-칭찬-공격-칭찬‘은 이후 과학자들의 대화법이 되었다. 정리는 상대방의 뜻을 오해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고 칭찬은 그의 업적을 인정한다는 뜻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할 요소가 있었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당신은 훌륭하니 같이 잘해보자는 뜻이다.
그런데 이 방식이 굳이 과학자의 대화법으로만 그쳐야 할까? 길거리에 널려 있는 플래카드에서 그리고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서 격조 있는 표현과 대화를 보고 싶다. 조금만 더명랑한 사회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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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독서 - 한 권의 책이 리더의 말과 글이 되기까지
신동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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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전 《사기》의 <손자오기열전>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日子也,而將軍自吹其疽,何爲"사람들이 말하기를 "아들이 졸병인데 장군이 몸소 아들의 종기를 입으로 빨아 주었소. 어째서 우는 것입니까?" 울 필요가 없는데 왜 우느냐는 뜻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장군의 행동에 감격해 전쟁터에서 죽기 살기로싸우다가 죽을까 봐 운 것입니다. 사마천은 장군 오기의 훌륭한행동을 이야기하려는 것이지만, 이 이야기에는 남편을 잃고 자식까지 잃을까 걱정한 부인의 안타까운 처지가 행간에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영웅담에는 항상 스스로의 운명을 빼앗긴 평범한 사람들의 비극이 감춰져 있습니다.

"우리가 복잡하고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조르바는 칼로 자르듯,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자르듯이 풀어낸다"라고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표현한다. "온몸의 체중을 실어 두 발로 대지를 밟고 있는 이 조르바의 겨냥이 빗나갈리 없다. 아프리카인들이 왜 뱀을 섬기는가? 뱀이 온몸을 땅에

•붙이고 있어서 대지의 비밀을 더 잘 알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
고, "뱀은 늘 어머니 대지와 접촉하고 동거한다". 카잔차키스는조르바의 경우도 이와 같다고 한다. "우리들 교육받은 자들이오히려 공중을 나는 새들처럼 골이 빈 것들일 뿐...."
세계가 지금 위기라고 여기는 것들은 평범한 삶이 해결해야할 것들이다. 작은 행동이 쌓여야 변화할 것들이다. 이제까지 국가가 하지 못한 것, 정치가 쫓아가지 못한 일을 더는 그들에게맡겨 놓을 수 없다. 매일 아침 대지에 발 딛는 것은 평범한 우리다. 권력 따위 지옥으로나 보내 버려! 의견이 다른 이들이 바로평범한 ‘나‘이고, 이웃이다. 당신의 춤판에 내가 먼저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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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정독했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감명을 받았다. 아무것도 없는 독방에서 인류의 미래를 설계했다. 부수고 다시 짓는.
즐거운 상상이었다. 새로운 세계의 지침서였다.
-김대중, <21세기는 누구 것인가?>, <김대중 자서전 2》, 삼인, 2010《제3의 물결》은 김 대통령 자신뿐 아니라 이 나라에도 희망을 줄 책이었다. 특히 ‘아주 불행한 시기에,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다른 세계‘였다.
그로부터 17년이 흘러 사형수 김대중은 대통령이 된다. 세계는 이미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김 대통령은 더 큰 꿈을꾼다. 한국을 지식과 정보의 강국으로 만들고 싶었던 오래된 꿈을 펼치기 시작한다. 그는 취임사에서 우리의 자라나는 세대가지식정보사회의 주역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약속한다. 세계에서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로 만들어 정보 대국의 토대를 튼튼히 닦아 나가겠다고 다짐한다. 1998년 12월 21일에는 정보통신

문재인 대통령은 한 인터뷰에서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걸좋아한다고 말했다. 오랜 변호사 생활로 드러낼 기회가 없었지만, 문 대통령은 문학에도 조예가 깊다. 도스트옙스키의 《죄와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그의 필독서 목록에서 언제나빠지지 않는다. 그는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입장, 시대의 절망과희망을 일찍부터 간접 체험해 왔을 것이다.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원칙이 그 안에서 자랐고, "사람이 먼저다"라는 좌우명 역시(대통령을 염두에 두지 않은 삶이었음에도) 시공을 넘나드는 사람들과의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싹텄을 것이라 짐작한다. 어떤 삶이든소중히 여기며 권위주의를 내려놓은 지도자의 모습은 아직 모두에게 익숙하지 않다.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데거, 럿셀, 헤밍웨이, 장자. 휴가 여행을 떠나는 총리는 기차역 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역장은 기쁘겠소라는 인사 한마디만을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 문열고 들어가더란다. (...) 그 중립국에서는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대학 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 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 지휘자 이

름, 극작가 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 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 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 내는 미사일 기지도 탱크 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 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푸짐한 타작 소리 춤 사색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톳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막걸리병을 싣고 삼십 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신동엽, <산문시 1> 부분, <신동엽 시전집》, 창비, 2013

안《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에필로그에서 알료샤가 소년들에게 남긴 믿음과 희망의 근거가 떠오른다. 알료샤는 "우리 마음속에 단 한 가지라도 좋은 기억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언젠가우리의 구원을 도울 것이라 했다. "자기가 지금 이 순간 얼마나선량하고 훌륭했는지만은 감히 마음속으로 비웃지 못할 것이라 일렀다.

導冻당신이 주머니나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는 이유는 불행한 때에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다른 세계를 갖고 다니는 것과 같다.
-오르한 파묵, 《다른 색Öteki renkler》,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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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함‘은 오늘날 우리의 핵심 욕망이다. 인위적인 외부 소음,
갈등하는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에게만 집중하기 위해서다. 패션에서 조용한 럭셔리, 일에서 조용한 사직, 조용한해고, 조용한 고용, 조용한 휴가, SNS에서 조용한 숏폼, 여행에서 조용한 여행, 스텔스 캠핑, 리더십에서 내향적 리더, 경제에서 내향성 경제 등이 조용하지만 강력한 힘으로 우리의 라이프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밖에서 하는 사회 활동이나 모임, 야외 활동이 줄어드는 반면 집안에서 하는 콘텐츠 소비는 늘어난다. 유튜브나 틱톡에서 더 많은 영상을 보고,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외식을 하기보다 배달 음식을 더 많이 시켜 먹고, 회식은 꺼리지만 혼술은 즐긴다. 온라인 게임, 웹툰, 온라인 쇼핑에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쓰고, 사람보다 반려동물, 반려식물, 반려로봇에 대한수요와 지출이 더 많아질 것이다. 자기계발, 건강, 안티에이징, 패션 등개인을 둘러싼 다양한 영역에서 내향성 소비의 특성이 반영되는 이슈들이 계속 등장하고 새로운 유행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는 시장과 뜨는시장, 지는 소비 트렌드와 뜨는 소비 트렌드를 분석할 때, 공교롭게도외향성 소비와 내향성 소비로 구분해서 보면 꽤 많은 것이 설명된다.

하지만 이제 내향적인 성격의 사람들이 미국의 소비와 내수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엘리슨 슈래거의 주장이다. 그 근거로 든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소매 쇼핑 중 온라인 쇼핑의 비중이 계속올라가고 있으며, 뉴욕 레스토랑의 오후 5시 30분 예약률은 급증한 반면 오후 8시 예약률은 감소했다. 공교롭게도 두 시간대의 증가와 감소를 합치면 거의 제로가 된다. 즉 8시에 예약하던 사람이 5시 30분으로약속시간을 당겼다는 의미다. 8시 예약 시 식사와 함께 술자리까지 하

산업 사회와 달리 지식 정보 사회에서는 내향적인 사람의 역할이갈수록 중요해졌고, IT 산업을 이끈 창업자이자 테크 리더 중에는 내향적인 사람이 많았다. 내향적인 사람은 앞으로 뿐만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유리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혁신하는힘은 활발한 성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치밀한 계획과 실행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어릴 적 내향적인 성격에 대부분 집에서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빌 게이츠도 마찬가지다. 어릴 적 그는 방에서책 읽고 사색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하는데, 외향적인 어머니는 이를 문제가 있다고 보았는지 심리 상담이 필요하다고 여겼다고 한다. 어머니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빌 게이츠는 성공 비결로 자신의 내향적 성격을꼽기도 했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는 영업력이나 인맥, 정치력으로성공한 것이 아니다. 둘 다 내향적이지만 새로운 도전 앞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에 세상에 없었던 독보적이고 탁월한 기술과 제품을 만들어 성공할 수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시가 총액 세계 1, 2위에 오르는 회사를 창업했다.

조용한 럭셔리나 스텔스 웰스 둘 다 영국 부자들의 기본적 소비 태도였고,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부자들의 소비에 위화감을 가지지 않을 수 있었다. 영국에서는 초호화 저택을 짓거나 말도 안 되는 비용으로 결혼식을 치러도 ‘위화감을 느낀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실 관심이 없다. 부자가 자기 돈으로 무엇을 하든 신경도 안 쓴다. 그냥 그들만의 리그로 여기고 그만이다. 사실 사람들은 타인과 비교를 하면서 불행해진다. 하지만 부자도 타인과 비교 우위로 과시하려 들지 않고, 서민도 타인과 비교하며 위축되지 않는다면 부의 양극화가 물질적 차이로만 다가올 뿐 정신적·심리적 차이로까지 다가오지는 않을 수 있다

조용한럭셔리와 스텔스 웰스에 대한 관심은 올드 머니old Money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고, 올드 머니가 그동안 누려왔던 패션, 인테리어, 운동,여행, 취미를 비롯해 의식주와 라이프스타일 전반이 새로운 트렌드의욕망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새롭게 부자가 된 사람들이 먼저 올드 머니의 라이프와 소비를 따라갔고, 지금은 실제로 부자는 아닌 20대가 올드머니 스타일을 따라가고 있다. 올드 머니 트렌드는 미국의 2세대가먼저 시작해 전 세계로 번져가 메가 트렌드로 계속되고 있다. 패션에서만 유행했으면 금세 열풍이 꺼졌을 텐데 인테리어, 여행 스타일, 운동으로 계속 확산되고 단독 주택, 고급 가구, 고급 식자재, 기부 등 의식주와 삶의 방식 전반으로까지 확장되면서 올드 머니는 트렌드를 넘어 문화로 자리 잡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휴가와 일은 명확히 구분되었다. 그런데 ‘조용한 휴가Quiet Vacation-ing‘는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마치 휴가를 가 있는 것 같은 상황을 일컫는다. 원격 근무 또는 하이브리드 워크를 하는 직장에서 가능한 조용한 휴가는 엄밀히 휴가를 따로 신청하지 않았지만 휴양지나 집에서 최소한의 일만 소극적으로 하면서 마치 휴가를 보내는 것처럼 하는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근무 중이지만 몰래 쉬는 셈이다. 이렇게 요령껏 쉴수 있는 것은 원격 근무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직장에서 상사나 동료들과 직접 마주하지 않고 회사의 메시징 플랫폼에서 소통하며 근무 시간동안 일하고 있다는 흔적만 보여주면 실제로 일하는지 노는지 알 수가없다. 사실 이런 방법의 원조는 외근 나간다고 하면서 사우나 가거나아예 놀러 다니다가 조기 퇴근하는 것일 것이다. 출근해서 사무실 의자에 재킷 걸어두고 컴퓨터 켜놓고 책상 위에 일거리를 펼쳐둔 채 나가서담배 피우고 커피 마시며 한두 시간 허비하거나, 심지어 하루 종일 밖

세계적 가전 전시회에서 ‘스텔스가전‘을 수년 사이 계속 선보이고 있다. 점점 화면 사이즈가 커진 TV는 집에서 큰 공간을 차지한다.
아무리 얇아져도 사각형의 검은 화면은 실내 공간에서 두드러져 보인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평소에는 안 보이다가 필요할 때만 화면이 나오는 TV, 벽에 걸어둔 대형 그림이나 사진 액자처럼 평소에는 아트 작품처럼 보이는 TV다. 냉장고도 주변 벽이나 벽지와 색상을 같게 하고,문손잡이도 없애서 냉장고가 아니라 그냥 벽이라고 인식하게 만든다(필요시 음성 인식으로 문을 여닫을 수 있다). 가전과 가구의 결합도 많다.

테이블처럼 생겨 위 판은 테이블로 쓸 수 있는데 아래는 냉장고인 제품도있고, 테이블과 공기청정기가 결합된 제품, 테이블과 스피커가 결합된제품, 천장 조명이 빔프로젝터도 되고 스피커도 되는 제품도 있다. 크고 고가의 가전제품일수록 집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디자인이 중시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있는 듯 없는 듯 잘 눈에 띄지 않는 형태로 진화 중이다. 아무리 가전이 생활필수품이라고 해도 집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사람이다. 이렇듯 조연처럼, 때로는 엑스트라처럼 존재감을 지워가는 것이 스텔스가전이다. 기능은 그대로이나 우리 눈에 두드러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스텔스 가전 덕분에 좁은 공간이 더 넓어보이기도 하는데, 일본에서 유독 스텔스가전 시도가 많다. 한국에서도1인 가구 증가나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 증가가 스텔스가전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는 배경이 된다.

하지만 캠핑카가 늘어나면서 해수욕장이나 캠핑장에서 논란이 되는 일도 많아졌다. 전망 좋은 해변이나 산 가까운 도로변, 무료 공영주차장에 장기 주차하는 캠핑카는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을 만큼 캠핑카에 대한 시선도 곱지 못하게 변했다. 그래서 대형 캠핑카보다 일반 차량을 내부만 개조해 조용히 티 나지 않게 캠핑하려는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을 ‘스텔스 캠핑카‘라고 부른다. 캠핑은 좋지만 굳이 남의 시선을 끌고 싶지는 않다는 뜻이다.

이렇듯 카페, 서재, 술집 등에서 대화 금지, 침묵을 콘텐츠화하고있다. 갈수록 혼밥, 혼술, 혼커, 혼영, 혼여 등 혼자서 하는 활동이 늘어가고, 타인과의 관계나 교류보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을 원하는이들도 늘어가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타인의 대화는 소음일 뿐이다. 소음 없이 자신에게 집중하며 커피 마시고 술 마시고 음악 듣고 책 읽고사색할 수 있는 기회는 ‘돈을 내고서라도 이용하는 서비스가 되어버린 시대다. 소음이 기본값인 시대에 침묵은 돈이다. "침묵은 금"이라는격언과 의미는 살짝 다르긴 해도 결과는 같아졌다. 침묵을 돈으로, 금으로 만드는 비즈니스는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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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가 품은 세계 - 삶의 품격을 올리고 어휘력을 높이는 국어 수업
황선엽 지음 / 빛의서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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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는 국어학자 역할은 이렇습니다.
앞장서서 사람들을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는 방향을 뒤쫓아 가면서 확인하는거죠.
다만 그 방향이 어딘가 잘못되었다면
"이건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라고 이야기할 수는 있겠지만,그렇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선택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제 생각이 틀렸고 사람들의 방향이 맞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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