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을 정독했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감명을 받았다. 아무것도 없는 독방에서 인류의 미래를 설계했다. 부수고 다시 짓는.
즐거운 상상이었다. 새로운 세계의 지침서였다.
-김대중, <21세기는 누구 것인가?>, <김대중 자서전 2》, 삼인, 2010《제3의 물결》은 김 대통령 자신뿐 아니라 이 나라에도 희망을 줄 책이었다. 특히 ‘아주 불행한 시기에,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다른 세계‘였다.
그로부터 17년이 흘러 사형수 김대중은 대통령이 된다. 세계는 이미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김 대통령은 더 큰 꿈을꾼다. 한국을 지식과 정보의 강국으로 만들고 싶었던 오래된 꿈을 펼치기 시작한다. 그는 취임사에서 우리의 자라나는 세대가지식정보사회의 주역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약속한다. 세계에서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로 만들어 정보 대국의 토대를 튼튼히 닦아 나가겠다고 다짐한다. 1998년 12월 21일에는 정보통신

문재인 대통령은 한 인터뷰에서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걸좋아한다고 말했다. 오랜 변호사 생활로 드러낼 기회가 없었지만, 문 대통령은 문학에도 조예가 깊다. 도스트옙스키의 《죄와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그의 필독서 목록에서 언제나빠지지 않는다. 그는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입장, 시대의 절망과희망을 일찍부터 간접 체험해 왔을 것이다.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원칙이 그 안에서 자랐고, "사람이 먼저다"라는 좌우명 역시(대통령을 염두에 두지 않은 삶이었음에도) 시공을 넘나드는 사람들과의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싹텄을 것이라 짐작한다. 어떤 삶이든소중히 여기며 권위주의를 내려놓은 지도자의 모습은 아직 모두에게 익숙하지 않다.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 묻은 책 하이데거, 럿셀, 헤밍웨이, 장자. 휴가 여행을 떠나는 총리는 기차역 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역장은 기쁘겠소라는 인사 한마디만을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 문열고 들어가더란다. (...) 그 중립국에서는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대학 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 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 지휘자 이

름, 극작가 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 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 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 내는 미사일 기지도 탱크 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 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푸짐한 타작 소리 춤 사색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톳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막걸리병을 싣고 삼십 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신동엽, <산문시 1> 부분, <신동엽 시전집》, 창비, 2013

안《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에필로그에서 알료샤가 소년들에게 남긴 믿음과 희망의 근거가 떠오른다. 알료샤는 "우리 마음속에 단 한 가지라도 좋은 기억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언젠가우리의 구원을 도울 것이라 했다. "자기가 지금 이 순간 얼마나선량하고 훌륭했는지만은 감히 마음속으로 비웃지 못할 것이라 일렀다.

導冻당신이 주머니나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는 이유는 불행한 때에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다른 세계를 갖고 다니는 것과 같다.
-오르한 파묵, 《다른 색Öteki renkler》,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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