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작품이 하는 일은 ‘생각을 멈추라‘ 라고 말하는 일입니다. 기대를 멈추라고, 과거에 발목 잡혀 살기를 멈추라고, 미래만 꿈꾸며 살기를 멈추라고, 무슨 일을 하고 있든 그 일을 멈추고 여기에 주목하라고, 뗏목에 몸을 싣고 미시시피강을 떠내려오는 소년과 흑인 남자에게, 아비인 자신에게 세 딸 중 둘이 끔찍한 일을 저지른 탓에 미치광이가 되어 황야를 헤매는 늙은 왕에게 주목하라고, 사랑에 실패한 뒤 달리는기차에 뛰어들기 직전인 안나 카레니나라는 젊은 여인에게 주목하라고, 문학은, 다른 무엇을 말하기에 앞서, 주의를 기울이라라고 말합니다. 지금 무엇을 하든 그 일을 멈추고 주의해서보라고, 개구리든, 왕이든, 뗏목에 탄 흑인이든 그것에 사로잡히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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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일지라도

목숨과 바꿀 사랑을 배운 사람은

노래가 내밀던 손수건 한 장의

온기를 잊지 못하리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도

거기에서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온 세상이 캄캄해 보일 정도로 희망이 사라진 날, 정말이지 지독히 외로운 날, 그런 날일수록 시를 찾고, 노래를 하며, 누가 뭐래도 나를 믿어 주는 한 사람을 떠올려 보라. 빛은 실재이고 어둠은 결국 현상에 불과한 것. 빛이 없어 어두운 것이지 어두워서 빛이 없는 건 아니기에, 빛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어도 어둠이 빛을 몰아낼 수는 없는 것이기에, 우리의 절망과 슬픔은 끝내 소망과 기쁨에 무릎을 꿇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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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희망을 찾으라고 하지 않는다. 아무리 애를 써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때가 있고, 절망도 없을 만큼 절망적인 세상이 있는 법이다. 절망도 없는 것이야말로 절망이다. 슬픔도 없는 것은 정말 큰 슬픔이다. 이렇게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그렇다면 자신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고 시인은 말한다. 없으면, 만들면 된다는 것이 이 시인의 낙관이요, 희망이다. 이런 세상에서 그래도 우리가 택해야 할 길은 사랑뿐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만이 희망이다. 희망을 만드는 사람을 서로 사랑하는 것만이 희망이다. 아니, 굳이 다른 이에게 희망이 될 각오까지 할 필요도 없다. 그저 자신에게 스스로 희망이 되는 사람이 되면 충분하다. 그러다 보면 타인에게 희망이 되는 존재, 축복의 통로로 성장할 수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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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식의 지평이다. 그것은 광대무변하고 걸림이 없어야 한다. 땅의 두터움과 하늘의 가없음을 동시에 누릴 때 삶은 비로소 충만하다.
땅에만 들러붙어 있으면 ‘중력의 영’(니체)에 사로잡힐 것이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으면 공중부양되고 말 것이다.
일상은 튼실하되, 시선은 고귀하게! 현실은명료하되,
비전은 거룩하게! —— 이것이 사이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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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산다‘는 건 곧 선다‘는 뜻이구나. 두 발로 서는 데서부터 삶이 시작된다. 의학적으로 살펴보면, 직립에 필요한 척추를 럼버커브‘라고 하는데, 이건 태아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나오는게 아니라고 한다. "생후 몇 개월이 되면 옹알이를 하고 머리를 자꾸 드는 연습을 해서 이 럼버커브를 만들어 가죠. 선천적으로 없는것을 억지로 일으키는 겁니다." (『도올 계사전 강의록, 미출간, 108쪽)좀 놀랐다. 태어나면 무조건 서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후천적으로 터득하는 능력이라니. 오호~.

직립과 함께 손이 해방된다. 손이 땅에서 하늘로! 그렇다.
두발로 선다는 건 발은 땅을 디디고 눈은 하늘을 응시할 수 있음을의미한다. 동시에 발에서 벗어난 두 손은 이제 수많은 창조적 작업을 수행해 낼 수 있다. 손이 하는 일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하늘과 땅, 머리와 다리 사이를 연결하는 중재자이자 내비게이션이기 때문이다. 이게 인간의 현존성이다.
자, 여기에서 삶의 이치와 비결이 나온다. 살다 보면 숱하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내가 누구지? 어디로 가야 하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 그때 환기하라. 산다는건 ‘서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선다는 건 누구의 도움 없이 오로지 자신의 두 발로 온몸을 지탱하는 것곧 자립(自立)을 의미한다. 그것이 인간의 길이다.
거기에서 시작하면 된다. 그 자리에서 단 한 걸음만 내디디면 된다. 한 걸음이 두 걸음, 다시 세 걸음으로, 아기들이 걸음마를
연습할 때의 그 모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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