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는 늘어나는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점점 더 일을 많이 하면서 마음의 평화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소중한 인간관계를 희생했다. 멋진 자동차와 근사한 저녁 식사가 행복의 필수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멈출수 없었다. 그러다가 서른세 살이 되었을 때 ‘경제적인 자유Financial Inde-pendence‘와 ‘조기 은퇴Retire Early‘의 앞 글자에서 딴 합성어이자 파이어FIRE 운동으로 알려진 대단히 흥미로운 현상에 대해 알게 됐다. 파이어는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간‘을 되찾기 위해 매우 극단적인 절약과 낮은 비용의 투자로 경제 상황을 통제하며 생활하는, 다양한 소득수준을 가진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모인 성장하는 공동체이다. 파이어족이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생활비를벌기 위해 일할 필요가 없는 수동적 소득passive income(이자나 배당소득처럼 일하지 않고 생기는 소득 옮긴이)을 충분히 확보하는 상태다. 이미 파이어의 최종 목표를 달성한 많은 사람이 각자의 분야에서 열정을 갖고 계속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세계여행을 하거나, 비영리 단체 활동을 시작하거나, 창의적인 일을 추구하거나 아니면 단지 단순하게 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사람도 많다. 사실 이런 움직임에는 ‘조기 은퇴‘라는 용어도 포함되지만 파이어족 중에는 은퇴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의미를 거부하는 사람도 종종 볼 수 있다. 경제적 자유는 돈을 벌든 안 벌든 당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유와 융통성을 갖는 것이다.
파이어는 부자들만 할 수 있을까?
지난 몇년 동안 나는 ‘파이어는 부자들을 위한 방식인가?‘라는 질문을 계속했다. 조금은 유도적인 질문이긴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지금까지의 내 경험을 공유하는 것뿐이다. 나는 파이어를 실천하는 수천 명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었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연락을 받았다. 내가 본 파이어를 실천하는 사람 중에서 기술 직종에 일하는 사람들의 소득은 대부분 20만 달러(2억 2,000만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총 소득이 7만 달러(7,700만 원)인 가족을 만난 적도 있다. 독신자도 만났고 아이가 네다섯인 가족과도 얘기를 나눴다. 연봉이 3만 5,000달러(3,850만 원)인 바리스타와 40만 달러(4억 4,000만원)를 버는 주식 중개인도 만나봤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사람도 만났고 박사학위를 소지한 사람도 만나봤다.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에 사는사람, 켄터키나 아이오와 같은 시골에 사는 사람, 인도네시아, 프랑스, 스웨덴, 아일랜드, 멕시코 등 해외에 사는 사람도 만나봤다.
.... 파이어의 원칙은 소득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적용할수 있다. 파이어를 달성하는 데 5년, 10년, 30년이 걸리더라도 더 적게 쓰고많이 저축하면서 물질 만능주의를 초월한 행복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모두가 자기만의 시간을 되찾는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당신이 무엇을 가졌도, 어떤 사람이든, 얼마를 벌든 간에 마음의 평화를 얻게 하는 것이 바로 파이어가 가는 길이다.
1. 내 아이가 웃는 소리 듣기2. 남편과 커피 마시기3. 아이를 꼭 안아주기 4.산책하기5. 자전거 타기6. 와인 한 잔 즐기기 7. 질 좋은 초콜릿8.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과 대화하기9. 가족끼리 저녁 식사하기10.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
목록을 들으면서 내가 처음에 테일러와 사랑에 빠졌던 이유가생각났다. 아내는 가족과의 경험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다만, 잠시 길을 잘못 들어서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는 돈을 써야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아내가 읽어준 목록을 들어보니 우리 둘다 여전히 같은 가치관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안심이 됐다. 목록에 있는 모든 것은 절약하는 생활방식으로도할 수 있다.
목록을 적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일이 얼마나 쉽고 돈이 들지않는 일인지 깨달았다고 아내에게 말했다. "목록을 적으면서 무슨 생각했어?" 나는 아내에게 물었다. "바닷가 근처 집에서 사는 건 목록에 없었어." 아내의 대답을 들으면서 우리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비싼 바닷가 근처에 살고 있는 걸까? "내 목록에서 돈 드는 건 와인하고 초콜릿뿐이야." 테일러의 말에 나도 공감했다.
나는 경제 관념에 대해 잘 몰라서 행복한 경우였다. 즐겁게 마음 가는 대로 사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고 믿었기에 종종 술집 계산서에 엄청난 금액이 찍히기도 했고, 비행기표 영수증이나 자동차 할부금 고지서, 백화점 청구서가 늘 날아왔다. 내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삶을 사랑한다. 친구들을 만날 때 대신 계산하는 것을 좋아한다. 새로운 레스토랑이 생기면 가보고 싶다. 즉흥적으로 떠나는 주말여행을 대단히 좋아한다. 우리가 빚만 지지 않는다면 괜찮다고 언제나 믿었다. 그래서 파이어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내 멋진 차를 끌고 다니며 좋은 것을 즐기기도 했지만, ‘생각 없는 소비자가 얼마나 ‘돈을 낭비하는가‘라고 빈정거리는 모든 것이 맘에 들지 않기도 했다. ‘파이어족Financially independent‘이 누구든간에 나 같은 사람은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스콧이 추즈 FI 이라는 팟캐스트를 소개해줬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진행자인 브래드 배럿과 조나단 멘돈사Jonathan Mendonsa는 사람마다 경제적사유를 성취하는 방법이 각기 얼마나 다른지 설명했다. 내 방식이 더 좋거나 당신 방식이 더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게 무엇이든 단지 당신에게만 효과적일 뿐이라고 말했다. 내가 샀던 물건과 살고 있는 장소 때문에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 지금 살던 방식대로 계속 산다면 나는 남은 평생 일해야 할 것이고 스콧과 조비와 함께 보낼 시간을 가질 기회를 영원히 놓칠것이 분명해 보였다. 나는 단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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