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필수품 두 개를 고른다면 여행과 책이다. 근사한 집이 없어도, 든든한 통장이 없어도, 다정한 연인이 없어도, 독서와 여행이 가능한 삶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나에게 여행과 독서는 다르지 않다. 여행은 몸으로 읽는 책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기에. 책도, 여행도 더 넓은 세계를 열어주는 문이다. 문 너머에 어떤 만남이 기다리는지 알 수 없어 책을 펼 때도, 여행을 떠날 때도 매번 심장이 쫄깃해진다. 책과 여행을 통해 나는 타인의 마음에 가 닿고, 지구라는 행성의 신비 속으로 뛰어들고, 인류가 건설하거나 파괴한 것들에 경탄하고 분노한다. 그럼으로써 나라는 존재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고양이는 본디 넘쳐나는 인간의 생활 냄새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동네 바보 같은 동물이며, 고양이가 많다는 것은 동네바보를 거둘 만큼 마을에 활기가 넘쳐난다는 얘기이자 주민들의 마음에 여유가 있다는 뜻‘이라는 후지와라 신야의 글이이해가 되었다. 나는 그 넉넉한 인심과 묘심이 어우러진 풍경을 즐기기 위해 아침마다 포구로 나가곤 했다. 날마다 빛이찬연하게 쏟아지고, 그늘에서는 고양이가 꾸벅꾸벅 졸고 있는 섬에서 보낸 한철은 ‘인생의 낮잠‘ 같았다.

"민주주의가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곳이 민주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시스템이나 체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한 의지를 잃지 않은 채 자신의 주변 풍경을 사소한 것에서부터 바꿔가는개인인지도 모른다.

두 번째 여행의 아흐레 동안 우리 차량을 운전한 기사 쿤은 이런말을 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욕망을 버리라고, 아름다운 말이었지만 나는 그 말을 반만 받아들였다. 욕망으로 인해우리는 불행해지기도 하지만 욕망으로 인해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기에. 욕망은 삶을 향한 엔진이다. 욕망이 없는 삶을 나는 상상할 수 없다. 단지 어떤 욕망을 버리고, 어떤 욕망을 선택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버는 돈의 몇 퍼센트 정도는 기꺼이나누겠지만 내 행복을 중심에 놓고 싶다는 욕망, 무엇이든 감사히 먹으려 애쓰지만 가끔은 괜찮은 식당에서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욕망, 불안정한 재정 상태를 받아들이는 대신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를 누리며 살겠다는 욕망, 혼자일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걸어서 갈 수있는 거리에 다정한 벗을 두고 싶다는 욕망. 이 모순적인 욕망을 끌어안으며 더 절실한 욕망에 충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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