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외치고 저항하신 이유는 ‘조화‘에 있다. 태초부터 하느님께서는 구별을 통해세상이 질서 정연한 곳이 되기를 원하셨다. 빛이 생기고그 빛이 어둠과 조화를 이루어 창조의 첫날 하루가 완성되었다(창세 1,5), 하루의 완성은 이틀, 사흘째 날로 이어지며공간을 구별하고 각 공간마다 고유한 생명체들이 제 종류대로 자리 잡는다(창세 1,25), 서로 다른 공간, 서로 다른 생명체들은 저마다 가진 제 색깔을 뽐내며 ‘다름의 향연‘을펼치는 것, 이것이 하느님께서 만드신 세상의 본래 모습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성서학자 폴 보샹(Paul Beauchamp)은 창조의 마지막 날, 곧 이렛날을 가리켜 ‘하느님 절제의 시간이라 말한 바 있다. 이렛날에 빗대어 묘사하고자 한 것은 유다 사회의 안식일인데, 히브리 말로 ‘싸밧(v)‘이라고 한다. 흔히 안식일이라 하면 ‘쉼‘을 떠올릴 텐데, ‘싸밧의 사전적 의미는 ‘중지‘이다. 일을 잠시 멈추신 하느님은 당신이 만든 것들의 조화를 감상하셨다. 모든 것을 만드신 하느님께서 멈추신 것은, 우리 역시 멈추고 주위를 돌아볼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시기 위함이다(신명5.14~15). 내가 쉬어야 너도 쉬고, 서로가 쉬면서 서로의 다름이 얽히고설킨 삶의 자리를 되돌아보는 것, 그것이 태초부터 시작된 하느님의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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