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빨아들이려면, 작은 것을 커다랗게 느끼려면, 미지근하기만 한 대기를 청량한 것으로 바꿔서 받아들이겠다면 어느 정도 메마른 상태여야만 가능하다. 물론 이 사실은, 여행에만 적용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엄살을 부리며 사는 건 그래서다. 우리가 자주 메말라 있는 것은 곧 좋아질 거라는 잠재적 신호가 왔음을 알려주는 것.

누굴 좋아한다는 건, 기분좋은 어느 맑은 날이 가슴에 한가득 들어와 있는 상태다. 청소하려고 손에 낀 고무장갑이 청소를 마친 후에쉽사리 벗겨지지 않는 상태가 사랑이라면, 그나마 잘 벗겨지는 쪽이좋아하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다. 좋아하는 게 노를 젓지 않고도 마음이 움직여 바다를 건너 섬에 안착하는 거라면, 사랑하는 건 눈동자에 물감 한 통이 통째로 주입되어 시야와 감정 모두가 그 색으로물들어 빠지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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