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기까지의 나의 길은 내가 걸어온 나의 길이 아니었다. 누군가에 의해서 닦여진 길이었으며, 누군가에 의해서 주어진 책과 교실이었다. 생각하면 이것은 나의 선택은 아니었다. 심부름 같은 길이었다.[냇물아, 22]

아버님은 그 책에서 사람은 그 부모를 닮기보다 그 시대를 더많이 닮는다고 하였지만 내가 고향에 돌아와 맨 처음 느낀 것은 사람은 먼저 그 산천을 닮는다는 발견이었습니다. 나무야, 14】

그 후부터였다고 생각된다. 나는 되도록 1등을 하지 않아ㅇ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선생들로부터 벌을 자초하는 장난을 저지르는 일을 계속했다. 운동장 한가운데 그려 노은 동그라미 안에 꿇어앉아 있는 벌을 받기도 하고, 심지어는아침 조회 시간에 운동장을 달리는 벌을 자초하기도 했다. 교단의 교장 선생과 앞에 줄지어 선 선생들의 뒤를 돌아 학생들의 뒤까지 크게 운동장을 몇 바퀴 달리는 동안 전교생이 머리를 돌려 바라보기도 했다. 어수선한 조회 분위기 때문에 교장선생이 벌을 중지한 적도 있었다. 전교생을 상대로 하는 이벤트였던 셈이다.(냇물아, 943)

세월이란 강물처럼 흘러가면 그만인 것, 굳이 1월 1일이라고무엇을 각오하라는 것이 잘 이해가 안 된다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어렸던 우리들도 충격이었습니다. 어린이들이었지만 우리교실은 그 말이 갖는 철학(?)적 깊이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 공부도 운동도 전혀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친구였습 니다. 신나게 리듬을 타고 숙제 아니면 심부름을 댔던 나로서는 뼈아픈 후회로 남았습니다. 담론, 4141

어쩌면 우리는 오늘의 현실 생리(現實生理)에 맞지 않는 이국인(異國人)일지 모른다. 우리는 오만한 자들에 의해 우리의 영토(領土)를 틀림없이 짓밟히고 있다. ……… 우리는 한낱 그늘진 곳에서만 울 수 있는 슬픈 인간군(人間群)들인지도 모른다.
…… 나는 이제부터는 새로운 나의 생명(生命)을 호흡(呼吸)할작정이다. …… 과감히 피의 정화를 기해야겠다.(대학 시절 친구에게 보낸 편지) [배진, 읽기,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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