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바람에 색깔을 칠하는 사람입니다. 분명 거기에있는데, 분명 무언가 있는 것을 느끼는데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우리 대신 표현해주는 사람입니다. 정제된감정을 집중하고, 고르고 골라 가장 순수하고 구체적인 이미지와 진실된 언어로 우리 대신 말해줍니다. 에밀리 디킨슨은 머리가 완전히 폭발해버린 듯한 느낌을 받을 때 시를쓴다고 했습니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목에 무언가 뜨거운것이 치밀면, 그것은 시를 쓰라는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순간적이라도 지독한 사랑을 느낄 때의 감정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시인들은 그래서 모두 자신이 느끼는 사랑을 말로 옮긴 사람들입니다. 남녀간의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 이웃 사랑, 나라 사랑, 한 마디로 뭉뚱그려 모두 삶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정시인 새러 티즈데일은 말합니다. "나의 노래를 만드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나의 심장입니다(It is my heart that makes my songs, not I)." 즉 자기의 심장으로 우리를 대변해주는 사람들이 바로 시인입니다.
왜냐하면 시는 그렇게 사전적이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단순간결하게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것은 효율적일지는 몰라도, 그런 ‘선언‘으로는마음의 신비를 절대 전할 수 없습니다. 시는 정보 위주의선전문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책상을 보고 그냥 ‘이건 책상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시가 될 수 없지요. 그 책상에서친구와 함께 공부했던 추억, 그 친구의 얼굴, 그 시간의 소중함을 떠올리며 그 책상에 대해 마음과 이미지로 말하는것이 바로 시입니다. 그래서 시는 가까이 얼굴을 맞대고 웅변으로 말하기보다는 한발 물러서서 조그만 소리로 말하는것, 신작로처럼 뻥 뚫린 길을 놔두고 향기로운 오솔길로 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시인 칼 샌드버그Carl Sandburg는 시란 문을 활짝열고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살짝 문을 열었다 닫고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상상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내 육신의 생일은 9월이지만, 사랑이 없으면 생명이 없는것이라는 <생일>을 읽으며, 나도 다시 한 번 태어나고픈 소망을 가져봅니다. 저 눈부신 태양을 사랑하고, 미풍 부는 하늘을사랑하고, 나무와 꽃과 사람들을 한껏 사랑하고, 로제티처럼 "My love is come to me!" 라고 온 세상에 고할 수 있는 아름다운 4월의 ‘생일‘을 꿈꾸어봅니다.
어른과 아이 - 앤 머로 힌드버그-
일하는 것은 우리 속에 사는 어른 밥벌이를 하고 내일을 계획하려 근심스럽게 저녁 하늘을 훑어보고 걸을때 서두르는 것은 우리 속에 사는 어른 이웃을 의심하고 가면을 쓰고 갑옷 입고 행동하며 눈물을 감추는 것은 어른.
노는 것은 우리 속에 사는 아이 미래에서 행복을 찾지 않고 기쁨으로 노래하고, 경이로워하며 울 줄도 알고 가면 없이 솔직하고 변명을 하지 않고 단순하게 잘 믿고 가식도 전혀 없이, 사랑하는 것은 우리 속에 사는 아이.
아침마다 우리는 가면 쓰고 갑옷 입고 세상이라는 전쟁터로 나갑니다. 내 안의 순수한 마음, 남을 믿는 마음, 경이로움을느낄 줄 아는 마음을 억누르고 무관심과 무감각의 갑옷으로 단단히무장한 다음, 삶이라는 커다란 용과 싸우러 나갑니다. 밥벌이를 위해 서둘러 걷고, 남을 의심하고 또 미워하고, 내가 한 발짝이라도 더 올라서기 위해 남을 무시하고 짓밟기도합니다. 저녁이 되면 오늘의 싸움에 만족하지 못하고 근심스러운 마음으로 다시 내일의 전투 계획을 짭니다. 오늘의 행복은 미래를 위해 접어두고, 가끔씩 왠지 사는 게서글퍼져 눈물이 날라치면 매몰차게 마음을 다잡고, 다시 딱딱한 갑옷 입고 총알 쏟아지는 적진으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가면 없이 솔직하고, 기쁨으로 노래하고 사랑하기좋아하는 내 안의 아이는 참 살기가 힘듭니다.
모든 사람들이 환영하고 떠받드는 유명인, 즉 ‘Somebody‘ 가 되는 것은 마치 여름날 개구리가 와글와글 떠들어대는 것과 같이 의미 없고 허무한 일이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선거에당선되기 위해 목이 터져라 이런 저런 슬로건을 부르짖는 일, 기계적으로 박수치며 입에 발린 말로 찬양하는 청중 앞에서와글와글 자기 이름을 외쳐대는 일은 얼마나 끔찍할까요. 미국 듀크 대학의 농구 감독 시셉스키는 모든 농구 지도자들의 꿈인 NBA 챔피언, LA 레이커스 팀의 감독직을 고사했습니다. 제자로부터 "한 명의 선수는 단지 손가락 한 개에 불과하지만, 다섯 명으로 뭉치면 단단한 주먹이 된다는 소중한교훈을 가르쳐주신 감독님, 감독님의 지도와 격려를 받기 위해 이 학교에 왔습니다. 저희의 감독님으로 남아주십시오"라는 편지를 받았기 때문이랍니다. 대중이 권력과 부로 찬양하는 ‘Somebody 보다는 단 한 사람이라도 마음으로 맞아주는 ‘Somebody‘로 남기를 택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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