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당연한 일로 여기며 우리가 만들어 낸 세계 속에서 평온하게 살아간다. 또한 제아무리 불완전하다 할지라도 이미 타협해 사는 법을 터득한 기존질서 속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면서 하느님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될 때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의 경우처럼 우리의 판에 박힌 생활을 분쇄하시고 우리가 오직 당신에게절대적으로 종속되어 있다는 것, 당신이 우리를 창조하셨으며 당신과 영원토록 함께 살도록 조처해 두셨다는것, 세상의 사물이나 세상 자체가 결코 우리의 영원한 터전이 아니라는 것, 우리가 당신 것이며 만사에 당신을 찾고 당신께 얼굴을 돌려야 한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 주기위해 일하신다. 그분은 우리의 세계가 완전히 뒤집어지도록 허용하심으로써 이 세계가 우리의 영원한 거처나최종 목적지가 아님을 우리에게 깨우쳐 주시고, 올바른정신으로 참된 가치에 대한 감각을 되찾을 수 있게 우리생각을 당신께로 되돌리게 해주신다.
우리는 불만과 의심 많은 아이처럼 위기에 직면해서야비로소 그분을 기억하고 그분께 얼굴을 돌린다. 크나큰손실이나 가족의 불상사로 깊은 절망감을 맛보게 될 때비로소 그분께 몸을 돌리고 ‘왜?‘ 라고 묻는다. 정말 어쩔수 없는 때를 맞아서야 그분께 얼굴을 돌리고 그분의 도우심과 지원과 위로를 구하는 것이다. 이하느님은 신비롭게도 당신 섭리로 우리의 비극을 이용해 당신 현존과 사랑, 우리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과 배려를 우리의 타락한 인간 본성 안에 일깨워 주신다. 하느님은 결코 앙갚음하시는 분이 아니다. 우리가 오래도록 당신을 잊고 있었다고 해서 그것을 벌하고자 재난을 내리시는 분이 아니다. 잘못은 우리에게 있다. 그분은 항상 현존하시며 변함없이 충실하시다. 우리가평온하고 안락한 시기에는 그분을 바라보거나 찾지 않지만, 그분은 언제나 그곳에 계시면서 우리를 이끌고 보살피신다. 우리가 의지하고 또 날마다 우리를 부양해 준다. 고 믿고 있는 바로 그것을 그분이 우리에게 제공해 주신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장본인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곧 우리는 기존질서와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를 평화롭게 지낼 때는 그 같은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느님 뜻이 어떻게 진행되어 갈 것인지를 미리 규정하는 것과 하느님 뜻이 이것이어야 한다고 단정하게 만드는 그 생각을 합리화하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이 빛어내는 소치일 뿐 아니라 가장 다루기 힘든 유혹의 근원이다
단순하고 평범한 진리, 그것은 하느님께서 주변 환경한 장소와 사람들과 문제점을 통해 우리에게 하루하루그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하시는 것으로, 곧 그분의 뜻이다. 이 뜻을 단순히 이론이나 하느님 은총으로 가끔씩 부여되는 섬광같은 통찰력이 아니라 그날그날 일상에서 발견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에 대한 하느님 뜻이 무엇인지에 대해 지나치게가을 쓸 필요는 없다. 우리에 대한 그분의 뜻은 하루의모든 상황 속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므로 우리는 모든 사실을 그분이 바라보시고 우리에게 제시하시는 그대로 관망하는 법을 터득하기만 하면 된다.)이런 사실을 하느님 뜻으로 보지 않고 지나치려는 것이 바로 유혹이다. 유혹은 너무나도 한결같고 사소하고단조롭고 일상적이라는 이유에서 지나쳐 버리는 대신, 하느님 뜻은 이러해야 한다는 우리 관념에 어울리는 더고상한 다른 어떤 ‘하느님 뜻을 찾으려는 데 숨어 있다. 테플라야 고라에서 우리가 겪은 유혹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이것은 삶이 스스로 기대했던 그것이 아님을 돌연히깨닫게 된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는 유혹이다. 그에 대한해답은 바로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의 이 사실만이 진실로하느님 뜻임을 깨닫는 데 있다. 매일 매순간 이 진리를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다. 어려움은 그것이 다른 모든 위대한 진리처럼 지나치게단순해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곳에서 더 까다로운 해답을 찾는 동안, 해답은 줄곧 우리 코앞에 모습을드러낸다. 이것은 하느님의 모든 진리가 지닌 단순함이라는 표지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너무나 단순하게 보인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것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것이다. 이것은 하느님의 모든 진리가 그렇듯 실천에서도 결코쉽지 않다. 이것은 너무 단순해 그런 확신에 머무를 줄모르는 인간 편에서 볼 때 따르기가 불가능해 보인다. 인간의 나약한 본성은 쉽게 주저앉아 버리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환경은 지극히 단조롭고 일상적이며 판에박힌 듯 똑같아 보이지만 우리에게 그날그날 부여되는하느님 뜻은 그 속에 깃들여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우리를 빗나가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그 속에 몰입되어 비록 순간적일지라도 위대한 진리를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한 신적 진리를 파악해 그것을 따르고 행동하며, 그에게서 발산되는 영감의 빛을 통해 매순간을대면하고 그것만을 되새기며 유일한 원칙으로 삼아 그 방향으로 매진할때 우리는 마음의 기쁨과 평화를 느끼게 된다.
그러나 하느님은 사람이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변키거나 모든 악을 제거하고 온갖 병폐를 치유하기를 기대하지 않으신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뜻과 섭리가 작요하는 상황 속에서 사람이 당신 뜻대로 행동해 주기만을기대하신다. 그리고 하느님 은총은 그가 행동하는 데 결코 부족함이 없다. 우리 모두가 그러한 환경에서 체험하는 무력감은 그상황 안에 자신을 지나치게 개입시키려는 경향에서 비롯된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상황이 잘못되었다는 것과 그것을 바로잡을 수 없다는 무력감에 자신을 아무 가치 없고 쓸모없는 존재라는 의식에 압도당한다. 우리는 자신에게만 초점을 맞추어 우리가 할 수 있는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몰두하여 그분 뜻과 섭리는 모두잊어버린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각 개인의 존재 의미와 존엄성, 가치, 그리고 개인이 그분의 섭리 안에서 수행하도록 요청받고 있는 역할 등을 한시도 잊지 않으신다. 그분에게 각 개인은 어느 때를 막론하고 똑같이 중요하므로 늘 보살피신다. 그러면서도 그분은 각 개인에게부여된 하루하루의 상황을 당신 손에 반드시 받아들이시고 당신이 시키는 대로 행동해 주기를 기대하시며, 행동하는 데 필요한 은총을 내려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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