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물 반듯하고 비스듬해 간추리기 어렵고 難齊萬品整
온갖 빛깔 옥돌, 해에 구운 노을이네 色色想雕日灸
먹는것 입는 것 다르지만 이치는 원래 하나 著雖殊元一致
누에 치는 이 농사짓는 이 조롱하며 웃을 건가 家未心酒耕家
< 아정유고 1>

이덕무는 조선과 중국의 역대 한시는 물론이고 일본의 한시까지 두루 섭렵했다. 이 사실을 안 어떤 사람이 이덕무에게 질문했다. "역대 시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좋습니까?" 이덕무는 어떻게 답했을까? "꿀벌은 꿀을 만들 때 꽃을 가리지 않는 법입니다. 만약 꿀벌이 꽃을 가린다면 꿀을 만들지 못할 것입니다. 시를 짓는 것 역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내 집 안에 있는 물건 중 가장 좋은 것은 다만 『맹자』 7편뿐인데, 오랫동안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돈 200에 팔아버렸네. 밥을 배불리 실컷 먹고 희희낙락하며, 유득공의 집으로 달려가 크게 자랑했네. 그런데 유득공 역시 오랫동안 굶주려온 터라 내 말을 듣더니 그 즉시 『춘추좌씨전』을 팔아버렸네. 그리고 술을 사와 서로 나누어 마셨는데, 이것은 맹자가 손수 밥을 지어서 내게먹이고, 좌구명(『춘추좌씨전』의 저자)이 친히 술을 따라서 내게 권한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나와 유득공은 서로 맹씨와 좌씨를한없이 높여 칭찬하였네. 우리 두 사람이 일 년 내내 이 책을 읽는다고 한들 어찌 굶주림을 조금이나마 모면할 수 있겠는가? 진실로 글을 읽어 부귀영화를 얻고자 하는 것은 도대체 우연한 행운을 바라는 술책일 뿐이니, 당장에 책을 팔아서 한때나마 굶주림과 술 허기를 달래는 것이 더 솔직하고 거짓 꾸밈이 없는 행동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네. 참으로 서글픈 일이지않은가!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가?"
자』를 팔아 밥을 사 먹고 『춘추좌씨전』을 팔아 술을 사 먹는이였으니, 이덕무와 유득공은 진실로 궁핍함과 가난함과 굶T과 추위를 함께한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지극한 벗‘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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