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런 우회는 우리의 본래 주제에도 소중하다. 자연 속의경계효과가 인생의 경계지대, 즉 과도기의 특성을 밝혀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퍼머컬처의 선구자들은 우리에게 관계들을 가꿔나가고 잘 다져진 편안한 길을 떠나 새로운 것이 생겨날 수 있게 하는 법을 보여준다. 그들은 늘 경계지대에 살면서 연구했다고 말할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경계지대, 즉 과도기를 소중히 여기고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 뿐 아니라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특히나 용기를 주는 까닭은, 그들의 인생여정이 직선으로 이루어진 성공가도가 아니라 시험하고 관찰하고 좌절하고배우는 과정으로 점철되어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후쿠오카가 아버지의 귤농장을 쑥대밭으로 만든 뒤 그냥 포기해버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자연과 더불어 협력하여 비옥한 결실을 맺는데는 무슨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겸손과 신뢰, 인내,관찰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했으리라
인생의 과도기는 우리에게 생태적 경계지대와 비슷한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과도기는 유쾌한 놀라움도 선사하지만 불쾌한 놀라움도 불러일으킨다. 생물학적인 발달과정이 가져다주는 과도기든,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우리가 익숙한 삶에서 튕겨나가게 되면서 비롯된 과도기든, 과도기는 삶에서 익숙했던 규칙이 무력화 하는 시기다. 그런 시간들은 직선적으로 전개되는 틀에 박힌 삶의반경에서는 전혀 끼어들 여지가 없었던 경험과 깨달음과 느낌을우리에게 안겨준다. 그리고 새로운 것이 생겨날 여지를 열어준다. 생태적 영역에서와 비슷하게 삶의 과도기를 다루는 데서도 간단한 비법은 없다. 모든 토양이 그렇듯 모든 삶도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우리 삶의 반경과 우리가 사는 세계를 위해, 더 나은 ‘감感‘을 개발해나가야 할 것이다.
탄생과 함께 늘 새로운 인간들이 삶으로 들어가고 그들의 행동을 통해 세계를 변화시킨다. 세상에서 믿음을 안고 산다는 것, 세상에 대해 희망을 품을 수있다는 것을 "한 아기가 우리에게 났다" (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의탄생을 이르는 말 옮긴이)라는 말보다 더 적확하고 멋지게 표현할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여덟 살쯤이었던 듯하다. 내가 제왕절개로 태어났다고 말하자, 친구 엄마는 측은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나와 엄마가 인생에서 중요한 경험을 하지 못한 것에 혀를 끌끌찼다. 그러고는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들은 인생이 불쌍해!"라고 말했다.
깊은 충격을 받은 나는 그날 저녁 제왕절개 때문에 아이 낳는경험을 못한 것이 엄마에게 그렇게 안 좋은 일이냐고 물었다. 그때 엄마는 화덕 앞에 서서 냄비를 젓고 있었고, 나는 냉장고에 기대 서서 엄마에게 그렇게 물어본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손에커다란 스푼을 든 채로 엄마는 나를 돌아보면서 한 치의 망설임도없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런 경험을 기꺼이 포기했단다!" 그러고는 웃으면서 나를 품에 꼭 안아주었다. "어쩌다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됐지?" 나중에 엄마는 출산은 무슨 즐거운 행사가 아니며, 엄마와 아기에게 몹시 힘든 일이라고 일러주었다. 제왕절개가 아니었다면 나는 살아남지 못했을 거라면서 말이다. 아이가 어떻게 태어났든 간에 건강한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다면 기뻐해야 하는 거라고 했다. 또한 어떤 여성들은 출산 경험을 미화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면서, 사회가 불어넣은 좋은 엄마상에 자연분만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인 듯하다고 했다. 피할 수 없었던 고통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 그 고통을 받아들이기가 더 쉬울거라고도 했다. .... 그러나 제왕절개도 엄연한 출산이며, 제왕절개의 경우는 출산의 고통을 수술후에 느끼게 되는 거라고 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스스로를 특정 기준에 부합해야 하는 산물‘처럼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힘들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늘 실패가 두려워 전전긍긍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집단적인 환상은 아이가 태어날 때뿐 아니라 모든 성장과정에서 우리를 괴롭힌다. 우리가 적절한 유치원을 선택한 걸까? 최상의 학교를 선택한 걸까? 아이들이 제대로 커가고 있는 걸까? 우리가 충분히 애쓰고 있는 걸까? 곱게 늙을 수 있을까? 그러나 아무도 우리에게 이런 질문에 대답해줄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질문에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시금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스스로와 다른 사람을 열린 시선으로 존중하며 사는가, 한번뿐인 자기 인생을 기꺼이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이다.
사춘기는 중년의 위기는 갱년기든 간에 모든 과도기는 탄생의형태를 내포한다. 우리는 익숙한 것에서 익숙하지 않은 것으로 향하는 문턱을 넘는다. 명백하게 정의된 역할과 삶의 상황에서 여러가지 가능성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어떻게든 ‘표준‘에 맞추면서안전성을 보장받고자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는 더 불안해져만 간다.
음악가이자 즉흥연주자인 스티븐 나흐마노비치는 "우리 모두는 때때로 스스로를 고통 한가운데로 몰고 간다"며, 그러나 진정한 창조성은 얼기설기 만들어진 공작에서 탄생한다는 것, "손에잡히는 이상한 모양의 재료들을 제멋대로 배합하는 것에서 탄생한다는 것을 의식할 때 그런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라고했다.
준비와 경험은 중요하지만, - 필요한 경우 고정관념과 익숙한 행동에서 떨어져나올 수 있는 사람에게만 도움이 된다. 그리하여 러시아 출신의 유명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는제자들에게 곡을 연습할 때는 의식적으로 실수를 저지르고 그런익숙하지 않은 상태에 창조적으로 대처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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