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양지쪽을 걷는가 하면, 때로는 음지쪽도 걸어야 하는 여행"
우리는 일정한 양의 행복이나 불행을 할당받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기쁨의 순간이 지나면 슬픔이 찾아오고, 슬픔의 시간이 지나면 기쁨이 찾아온다는 삶의 속성만큼은 분명하다. 슬픔이 있기에 기쁨이 있음을 알고, 기쁨이 있기에 슬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찾아오는 불행은 삶의 행복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햇빛이 좋은 날에도 우리는 궂은 날이 곧 오리라는 것을 안다. 장마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맑게 갠 하늘이 얼굴을 드러내리라는 기다림을 갖는다. 때때로 삶은 우리가 원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굶주려 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풍요로움에 대해 감사할 줄 알겠느냐? 악이 없는데 어떻게 선을 판단할 수 있을까? 죽음이라는 결말 없이 어떻게 삶에 대해 감사할 수 있을까?"

삶이 지닌 양면성은 축복이다. 이 양면성이 우리가 걸어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준다. 한 고개를 넘으면 다시 다음 고개가 기다린다. 인생은 정상에 다다를 수 없는 산행이다. 다음 고개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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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친구여, 자네는 학문과 세력에서 다른 어떤 도시국가보다도 명성이 자자한 위대한나라인 아테네의 시민이면서도 될 수만 있으며 재물이나 많이 차지하려 한다든가, 명예나 지위를 얻기에만 고심하고 있을 뿐, 이성이라든가 진리라든가 또한 자신의 영혼을 부단히 훌륭하게 만드는 일에는 배려를 하지 않고 마음도 쓰고 있지 않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가? (......) 제가 돌아다니며 하는 일이라고는, 여러분께서 젊은이들이든 나이든 분들이든 간에, 자신들의 혼이 최선의 상태가 되도록 혼에 대해서 마음 쓰는 것에 앞서 또는 그만큼 열성적으로 몸에 대해서도 재물에 대해서도 마음 쓰는 일이 없도록 설득하는 일 이외의 아무 것도아니기 때문입니다. ‘제물로 해서 사람으로서의 훌륭함 (덕) 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훌륭함 (덕)으로 해서 재물도 그리고 그 밖의 다른 모든 것도,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사람들을 위해 좋은 것들로 되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면서요.

또한 내가 미덕과 그밖에 대화를 통해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캐묻곤 하던, 여러분이 들었던 그런 주제들에 관해 날마다 대화하는 것이야 말로 인간에게 최고선이며, 캐묻지 않은 삶은 인간에게 살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면, 여러분은 내 말을 더더욱 믿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델포이의 석문대로 나 자신을 알기에 힘이 부치네. 이것도 모르는 처지에 낯선 것들에눈독을 들이는 것은 내가 보기에 분명 우스운 일일세. 그러기에 나는 그것들은 그대로 내버려둔 채 그것들에 대한 통념을 따르면서, 방금 말한 대로, 그것들보다는 나 자신을 탐색한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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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수사님은 산타 루치아> 등을 즐겨 부르시며 종종 바다를 그리워하시다가 2011년 3월 10일, 왜관 본원에서 형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데 하느님의 품으로 조용히 돌아가셨습니다

만 6년 동안 여기 수도원에서 생활하면서도 실감한사실이다. 경쟁의식으로 누구를 질투하여 부러워한 적도, 화내거나 긴장하신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늘 무욕의 평화를 누리신 수사님이시다.
언제나 안과 밖이 같은 꾸밈없는 순수한 모습에 수사님들의 신뢰와 사랑을 한몸에 받았고 무수한 일화를 남긴 전설 같은 수사님이셨다. 과음, 과식 하는 일이 전혀 없이 몸 관리, 마음 관리에늘 한결같으셨고, 방 안은 늘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으며 소지품이라곤 값싼 트랜지스터라디오 하나뿐이었다. 정말 최소한의 것으로 만족하며 가난하고 소박하게 사신 분이다.
기도 한 번 빠진 적도, 규칙 한 번 어긴 적도 없으셨고, 때로 약한 몸에도 수사들의 배밭 일에 동참하여 삽으로 거름 구덩이를파기도 하셨다. 어느 대축일 휴게시간에 수사들의 간청으로 ‘아,
목동들의 피리 소리들은….…" 노래를 부르실 때는 그 아름다운미성에 수사들은 모두 숨을 죽여 들었다. 참 타고난 천품에 노령에도 늘 맑은 눈빛을 지닌 수도자셨고, 초지일관 평범하고 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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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간 이상 잠자지 마라. 잡담하지 마라. 정진 중에 책을 보지 마라. 포식하지 말고 간식하지 마라. 일을 하라."
모두 수도승 본연의 일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 말씀이다. 톨스토이의 잠언도 생각난다.
"독자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쓸데없는 독서를 줄일 수 있다.
너무 많이 읽는 것은 해롭다. 내가 만나본 위대한 사상가들은 적게 읽은 이들이었다."
얼마 전 읽은 불교 조계종 종정이자 해인사 방장이신 법전法傳스님의 말씀도 잊히지 않는다.
"오늘 밥값을 했는가? 하고자 하는 일을 죽을 각오로 해보았는가? 바보처럼 꾸준히 가라. 그래야 자신도 살고 세상도 살릴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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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이 수도원을 방문하여 노 수사님께 물었다.
"수도원에서 어떻게 살아갑니까?"
즉시 노 수사님의 답변이었다.
"넘어지면 일어나고, 넘어지면 일어나고…… 그렇게 살아갑니다."

추워서 어떻게 해요?"
지난겨울 어느 마음씨 고운 자매님이 사준 전기난로다.
내 삶의 단면이다. 이런 식으로 살아왔고 또 살아갈 것 같다.
참 착하고 고마운 이웃들이다. 이들의 현실적, 실천적 사랑에 비하면 내 모습은 참 주변머리 없고 초라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단순, 소박한 삶을 원하기에 짐이 되는 것을 극히 꺼리는 탓이기도 하다. 무엇에 매이지 않고 참 자유로운 삶을 살고싶지만 알게 모르게 짐은 늘어만 간다.

왜 많은 사람이 수도원을 찾는지 그 이유를 알았다. 수도원을찾는 이마다 좋고 편안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알았다.
‘빈틈‘ 이 많기 때문이다. 빈틈이 많아 헐렁하기 때문이다. 세상살이 얼마나 팍팍한지 넉넉한 빈틈을 찾아 숨을 쉬려고 수도원을 찾는다. 빈틈을 통해 하늘 신비도 보고, 신성한 공기도 호흡하고, 쏟아지는 은총의 햇살 가운데서 영혼이 싶다.
며칠 전 중소기업을 하는 분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외줄 타는 기분입니다. 뒤돌아갈 수도 없고 앞으로만 가야 합니다. 옆을 보면 천 길 낭떠러지입니다. 빙벽을 타는 기분입니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빽빽한 싸움터에서 빈틈이 많은 수도원 생각이 나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빈틈이 많은 수도원이고 수도자여야 한다. 가난과 겸손의 영
성은 빈틈이 많다는 뜻이다.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좋은 대목이 나온다고 법정 스님이 소개한 글을 보았다.
명랑성은 지고의 인식과 사랑, 모든 현실에 대한 긍정이다. 모든 심연의 기슭에 서서 자각하는 일이다. 나이를 먹고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밝아지는 것, 그것은 아름다움의 비밀이고 모든 예술의 본질이기도하다. 속세의 초월자나 불타의 미소와 같은 것, 심원한 인간은 한결같이명랑성을 지니고 있다. 명랑성은 집으로 치면 창문과 같은 것, 창이 밝아야 그 집에서 어두운 구석이 사라진다.

결국 빈틈의 이야기가 아닌가? 나이 들어 성숙되어 간다는 것은 빈틈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빈틈을 통해 쏟아지는 은총의 빛에하늘이신 하느님을 뵈니 명랑하지 않을 수 없다.
빈틈과 기쁨, 행복은 비례한다. 빈틈을 찾고 마련하자. 이웃이쉴 수 있는 빈틈이 되자.

네덜란드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프레데리크 반 에덴이 동화풍으로 쓴 자전적 산문 《작은 요한네스는 유아의 혼이 성장해가는과정을 순수하고 청신하게 그렸는데,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의 의미가 깊다.

길섶에 있는 버섯을 가리키며 아버지가 어린 아들에게 말했다.
"이건 독버섯이란다."
그 말을 들은 독버섯은 그만 너무 큰 충격을 받아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 버섯이 그를 위로했다.
"그건 사람들이 하는 말일 뿐이야. 식탁에 오를 수 있다‘ 느니 먹을수 없다‘느니 하는 것은 그들의 논리일 뿐인데 왜 우리가 그런 논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거지?"
친구 버섯의 지혜로운 조언에 독버섯은 정신을 차리고 자기의 존재 이유를 찾아 다시 일어섰다.

자신의 존재 의미를, 존재 이유를 알아 갈 때 자유로운 삶이다.
한 인터뷰에서 20년의 옥중생활을 겪은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는 그 긴 세월을 어떻게 견뎠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20년을 견디는 힘은 하루하루 오는 깨달음이었어요. 뭔가를깨닫는 삶은 지내기가 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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