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의 오후 - 위기의 시대, 보편적 그리스도를 찾아서
토마시 할리크 지음, 차윤석 옮김 / 분도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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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하느님을 찾고 발견하려는 것... 그렇습니다. 매사에 하느님을 찾고 발견하려는 일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의 영역이 남아 있습니다. 그분은 거기에 계셔야 하지요. 누군가가 하느님을 확실히 만났다고 말하면서도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는다면, 뭔가 잘못된 것입니다. 저에게는 이것이 중요한 표지입니다. 어떤 사람이 모든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하느님이 그와 함께 계시지않는다는 증거입니다. 말하자면 그 사람은 자신을 위하여 종교를 이용하는 거짓 예언자임을 뜻합니다. 모세와 같은 하느님 백성의 위대한 지도자는 항상 의심할 여지를 남겼습니다. 우리 확신을 위해서가아니라 주님을 위해서 여지를 남겨야 합니다. 겸손해야 합니다....

오늘날 개혁 노력이 여러 제도적 구조와 교리서, 교회법, 도덕책몇 구절을 바꾸는 것으로 국한되어선 안 된다. 개혁의 성과와 미래 교회의 생명력은 신앙의 깊은 영적 · 실존적 차원과 관계를 어떻게 새롭게 정립하느냐에 달려 있다.
나는 현재 위기를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새로운 ‘오후‘ 시대로 넘어가는 가능성을 여는 갈림길이라고 생각한다. 흔들리는 그리스도교는 상처 입은 의사처럼 그 고통의 경험 덕분에 상처를 치료하는 신앙의 가능성을 펼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만물에서‘, 또 모든 역사적 상황에서 하느님을 찾는 것은, 우리 삶을 독백식의 일방적 자기 편견에서 해방하여 대화적 개방성으로 이끈다. 나는 여기에 시대의 표징이 있다고 생각하며, 어려운시기에서도 희망의 빛을 본다. 이 희망에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지치고 좌절한 지금 이 시대에도 다시 그리스도교와 더불어 도전해야 한다. 다시 한번 해 본다는 의미는 옛 실수를 반복하는 등 같은 일을 다시 한다는 것이 아니다. 깊이 들어가서 조심스럽게 기다리고 준비한다는 뜻이다.

이 책은 변화하는 세계에서 하느님을 찾는 여정으로서의 신앙에 관한 책이다. 삶으로 구현된 신앙과 신앙 행위, 우리가 무엇을 믿는지(fides quae), 곧 ‘신앙의 대상‘에 관해서라기보다 우리가 어떻게 믿는지(fides qua)에 관한 책이다. 신앙이란 단순히 ‘종교적 확신이나 관점이 아니라, 어떤 삶의 태도, 지향,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고 그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신조들(beliefs)보다 신앙(faith)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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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깊은 영성, 겸손, 경청, 온유, 지혜......
어떻게 해야 이 모든 덕목을 갖출 수 있을까요?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이 덕목들은 유일하고도 완전한영혼의 상태에서만 갖출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는 우리의 의지가 아니라 은총이 우리 안에 스며들어야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일은 은총을 향해 우리 자신을 활짝 여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 자신의 의지를 완전히 내려놓고 오로지하느님의 뜻에 자신을 내맡겨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영혼 전체가 하느님의 손 안에 받아들여질 준비가 되

우리는 매일 관계를 맺는 사람이 가진 의견을 피해 갈수 없습니다. 이는 주님과의 일상적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좋아하시는 것과 싫어하시는것에 대해 훨씬 더 민감해져야 합니다.‘

우리는 쓸데없는 일을 하느라 아주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책과 잡지와 신문에서 갖가지 정보를 수집하고, 몇 시간씩 카페에 앉아 있고, 길거리에서 수다를 떱니다. 아침에 흐트러지는 대신에 한 시간만이라도 정신을 집중하는일이 정말 불가능할까요? 이 한 시간 동안 온갖 어려움에온종일 대처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나는 하느님의 뜻이 내 안에서 그리고 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 외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그분께 달려 있기 때문에 나는 아무 걱정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하느님께 충실하려면 반드시 기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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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은 살아있다 - 마지막 르네상스맨 신해철
지승호 지음, 지승호 인터뷰어, 강헌 외 인터뷰이 / 목선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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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한없이 사나운 얼굴로 말한다. "세상이 바뀌려면 사회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한없이온유한 얼굴로 말한다. "세상이 바뀌려면 내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현명한 사람들은 조용히 말한다. "세상이 바뀌려면 사회구조도 바뀌고 나도 바뀌어야 한다. 둘은 본디 하나다."

심지어 노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에게 정책적으로 바랄게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대통령에게 제가 할 말이 뭐 있겠습니까? 알아서 하겠죠. 문화계의 바램이라든지 하는 것은 누가 정권을 잡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올바른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고, 싸워서 얻어내야지 시혜물을받아먹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대답했다. 이후그는 파병 반대 1인 시위, 파병 반대 가수들의 집단 성명을 주도하는 등 현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정치적 의사를 표시하는데도 적극적이었다.

"제가 그렇게 사는 이유는 우리 어머니나 내 누이나 내 딸이그런 대우를 받고 살기를 원하기에 그런 거예요. 그러려면 내가 그렇게 해야 하는 거거든요. 내 딸, 내 와이프, 내 누나, 우리엄마 이렇게 내 인생에 제일 중요한 네 명의 여자가 제가 생각할 때 정당한 대우라는 것을 받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엄마의남편인 우리 아버지, 우리 누나의 남편인 매형, 딸의 남편인 사위, 우리 와이프의 남편인 나, 이렇게 네 명의 남자를 잘 고르는방법이 있어요. (웃음) 사람들은 대체로 이런 방법을 찾을 거예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거국적으로 봐서 나부터 변하고, 다음

커트 코베인은 영웅이 되지 않으려고 목숨을 끊었고 서태지는 영웅이 버거워 떠났다. 혹자가 신해철을 영웅의 자리에올려놓으려고, 또는 혹자가 신해철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마음대로 찬사하고 비난하는 동안 그는 ‘음악만 하면되는 억세게 운 좋은 놈‘ 정도로 자신을 생각하고 ‘죽는 날까지 그렇게 사는 거지‘ 정도로 삶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다는 것조차도 모르죠. 그리고 전쟁이 나서 마을 아이들을살리기 위해서 뛰어갔을 때 그 수녀가 부엌에 들어가 보니까,
그 부엌에는 감자 쪼가리 몇 개와 된장만이 놓여있죠. 된장에다가 감자 쪼가리를 찍어 먹고 있으니까 누구를 저녁 식사에초대할 리가 만무한 거죠. 거기서 청소년기에 느꼈던 것은 이사람은 신한테다가 자기 자신을 디보트한 거지만, 저는 무언가하나의 목적에다가 자기 자신을 도구로 삼아서 완전히 불타오르고 완전히 헌신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었어요. 적당히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고, 아이를 갖는다는 얘기는 그 당시 저에게는 수치고 모욕이었죠."

우리가 극심한 변화의 물결 속에 있지만 그럼에도 변하지않고 남아 있는 것이 있어요. 사람이 있고, 사람들은 음악을듣는다는 단순한 사실. 이건 변하지 않잖아요.
- 진중권의 <문화다방>에 출연해, 신해철이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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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기쁨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 나를 완전히 끌어들이고 내 모든 감각을 깨우는 일은 무엇인가? 그의 관점에서는 이런 질문들, 그러니까 한 사람이 정말로 갈망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에게 진정으로 충족된 느낌을 주는 것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들이 식욕에 관한 핵심적 질문인 것 같았다. 그러나 고집 세고 완강한 환자였던 나는 여러 해 동안 그런 질문이 몹시 거슬렸고 그가 핵심을 밝혀내기는커녕 오히려 놓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알라딘 eBook <[대여 페이백] 욕구들> (캐럴라인 냅) 중에서

초연한 호기심, 더 알고 싶다는 끌림 같은 것이다.저녁을 건너뛰면 어떻게 될까? 낮 동안 아무것도 안 먹고 커피만 마시면 어떨까? 그러면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해.
어떤 느낌이 들었느냐 하면… 흥미로웠다. 그런 작은 의지력 시험들은 내가 갈망하는 듯한 것들, 이를테면 차분한 마음으로 나 자신을 강한 존재라고 느끼는 것, 나를 남다른 존재로 부각시켜줄 수단, 어떤 목표의 윤곽 같은 것들을 안겨주었다.

-알라딘 eBook <[대여 페이백] 욕구들> (캐럴라인 냅) 중에서

거대하고 모호하고 압도적인 대상(일이나 사랑) 대신 작고 구체적이며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대상(팝콘 한 알)에 초점을 맞추게 한 것이다. 또한 굶기는 새롭게 바뀐 풍경 속 내 위치에 대해 느끼기 시작한 불편함을 처리할 방법도 제공해주었다. 그러니까 내게 굶기는 갈망이라는 더 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일종의 심리적 흥정이었던 셈이다.

-알라딘 eBook <[대여 페이백] 욕구들> (캐럴라인 냅) 중에서

내가 아는 어떤 이는 매일매일 운동량을 기준으로 먹는 양을 엄격하게 조절한다. 그날 3킬로미터를 달렸으면 저녁을 두 그릇 먹는다. 5킬로미터를 뛰었으면 디저트까지 먹는다. 운동을 조금도 하지 않았으면 두 번째 그릇도, 디저트도 없다. 본인도 이것이 비이성적인 일이란 걸 알고 있고("미친 짓이죠. 누가 점수를 매기고 있다고.") 언제 왜 이런 체계를 만들어냈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며 그 기준이 순전히 자의적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너무 오랫동안 매일 그 규칙을 엄수하며 살아온 탓에 이제 다르게 사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여긴다

-알라딘 eBook <[대여 페이백] 욕구들> (캐럴라인 냅) 중에서

오늘날 내게 좋은 하루란 여러 가지를 의미할 수 있다. 집 근처 강에서 노를 저으며 하루를 시작한 날을 의미할 수도 있다. 조정은 나 자신이 유능하고 강하며 살아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활동이다. 또는 하루치 일을 견실하게 해낸 날을 의미할 수도 있고, 친구와 웃으며 통화한 날, 좋은 음식으로 식사한 날, 혹은 밤에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존재, 사람 한 명과 개 한 마리와 포옹한 채 시간을 보낸 날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제 나에게 좋은 날이란 고립과 완벽주의와 자기 징벌과 관련된 내 최악의 충동들에 성공적으로 저항한 날을 의미하고, 그 대신 재미와 생산성과 연결성 사이에 적당한 균형을 찾아낸 날을 의미한다. 좋은 날들로 향하는 내 길을 찾기 위해, 더욱 힘을 북돋는 방식으로 안녕을 정의하기 위해 나는 점진적으로, 그리고 자주 고통을 참아가며 르누아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기어갔다. 충족될 자유를 향한 16년간의 느린 걸음이었다.

-알라딘 eBook <[대여 페이백] 욕구들> (캐럴라인 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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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은 살아있다 - 마지막 르네상스맨 신해철
지승호 지음, 지승호 인터뷰어, 강헌 외 인터뷰이 / 목선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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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인정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리영희 선생님은 일찍이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하셨는데요. 버나드 쇼는 ‘낙천주의자와 염세주의자는 모두가 사회에 기여를 한다. 낙천주의자는 비행기를 발명하고, 염세주의자는 낙하산을 발명한다‘고 했습니다. 각자의 역할을 인정한다면, 서로 존중할 수가 있겠지요. 이것은 ‘좋은 게 좋은거‘라는 식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를 억압하는 자들을 용서하자는 말도 아닙니다. 다만 생각이 다른 선량한 사람들을 인정하고, 서로 설득해 나가면 세상이 좀 더 나아질 거라는 얘기인 거죠.

듣고 보니 제 생각과 다르지 않네요. 체 게바라는 제 마음속 영웅 중 한 명이구요. <고스트 스테이션> 등을 진행한이유도 그것입니다. 함께하면 외롭지 않고, 뭔가 이룰 수있을 것 같아서요. 제가 《우리들의 세상 Part 3》에서 노래한 것처럼 ‘어디 있든 무엇을 하던 이것 하나만은 절대 잊지마. 우리가 꿈꿨던 세상은 결국 올 거란 걸 명심했으면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유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어찌 됐든지 웃고 즐겁게 사는 거. 우리를 억압하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웃고 즐겁게 사는 거.

강 그러면 그런 것을 정확하게 언론은 포착해서 분석하고, 알게 해주고 이런 것들이 그야말로 수용의 계보학을 만들어가는 행위인 거예요. 현재 속에서 과거와 미래를 보게 만드는 통찰력, 그냥 수용자들이 단순히 수동적으로 주머니에서 돈 꺼내서 판 사고, 공연 가는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그런 어떤 자신이 누리고 있는 문화적인 소비 행위속에서 정말 역사를 계열화하는 것, 그런 것들은 사실은언론, 평론가, 학자, 학교들이 해야 하는 일들인데요. 우리는 그런 부분들이 아직까지는 굉장히 취약한 것 같습니다.
지금 막 뜨고 있는 뉴진스다, 예를 들어서 블랙핑크다,
BTS다 이런 그룹에 대해서 막 열광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에요. 또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거기로 우르르 몰려갈것이구요.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이라는 책에서 서태지와 신해철을비교하셨잖아요. ‘서태지는 문제에 부딪혔을 때 좌고우면하지 않고 뚝 부러져 버리는 스타일이고, 신해철은 상황을파악한 뒤 현실에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모색하는스타일‘이라고.
두 사람은 1990년대를 양분한 슈퍼스타였잖아요. 어떤 인터뷰에서 신해철은 "서태지는 거침없는 낙오자고, 나는 고뇌하는 비겁자"로 표현했는데요. 두 사람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정확하게 꿰뚫는 통찰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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