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삶의 지도를 그리는 행위다. 적당히, 대충, 할 수가 없다. 운동은 대충 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음악도, 미술도 그렇다. 하지만 인생에 대한 탐구를 대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누군가 당신에게 대충 사세요, 라고 한다면 당신은 모욕감- 을 느낄 것이다. 왜 그런가?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죽는다. 죽음에 대한 탐구 없이 이 생사의 바다를 건너갈 길은 없다. 죽음을 탐구하려면 삶이 달라져야 한다. 그런 데 대충, 하라고?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몇 걸음을 가든 궁극의 지평선을 향해나아가야 한다.
아, 그때 알았다. 글쓰기는 나처럼 제도권에서 추방당한 이들의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수행해야 할 근원적 실천이라는 것을, 인식을 바꾸고 사유를 전환하는 활동을 매일, 매 순간 수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역시 써야 한다. 쓰기를 향해 방향을 돌리면 그때 비로소 구경꾼이 아닌 생산자가 된다. 들으면 전하고,
말하면 듣고, 읽으면 쓴다! 이것은 한 사람에게 온전히 구비되어야 할 활동들이다.
신제는 그 모든 것을 원한다! 어느 하나에만 머무르면 기혈이 막혀 버린다. 막히면,
아프다. 몸도 마음도, 통즉불통‘통‘하면 아프지 않다/아프면 ‘통‘하지 않는다) - 글쓰기가 양생술이 되는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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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것도 결국은 잘 살기 위해서잖아요. 나누는 것 외에는 다른 답이 없더라고요. 저는 특히 싫증을 잘 내는 편인데, 함께하고 나누는 건 생명력이 굉장히 길어요.

예를 들면 딸아이가 파리로 공부하러 가기 전에 저희가 1년치 학비를 모아놨어요. 그런데 쌍용차 소식을 접하고 너무 가슴이 아픈데, 관련해서 금전적으로 돕고 싶은 두세 군데의 단체가 있는 거예요. 딸아이도 쌍용 상담 현장에 늘 같이 갔으니까 불러서 물었어요. ‘얘, 아버지가 여기다 네 학비를 내고 싶어, 어떻게 생각하니?’ 딸이 그러더라고요, ‘내! 프랑스는 무료로 갈 방법을 찾아볼게. 안 되면 1년 쉬었다 가지 뭐.’ 그래서 그 돈을 다 냈어요. 그 직후에 『홀가분』이 나왔는데 딱 그만큼 인세가 들어왔어요. 그 경험을 하니까 ‘어 이거 봐라, 되게 재밌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요즘 제가 돈을 무지하게 잘 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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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의 무의식까지 가면 그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고 근원이 있고 동기가 있어요. ‘환자는 언제나 옳다(Patient is always right)’는 말도 무의식까지 사람을 깊이 이해했을 때 나오는 거죠. 환자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이 다 옳죠.
극성맞은 엄마는 일찍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굉장히 유한 분이어서 저는 권위를 실감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제 무의식에 굉장히 충실해요. 제가 살아오면서 겉으로 보기엔 설명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것 같은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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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은‘ 일이 글쓰기 말고 또 있을까? 이생에도 좋고 다음 생에도 좋은 일이 글쓰기 말고 또 있을까? 결정적으로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일이 글쓰기 말고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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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다는 것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가? 본성과 쓰기의 관계는 무엇인가? 등등. 그래서 존재론을 먼저 구축한 다음 실전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실전부터 했다가는 금방 밑천이 바닥나 버린다. 그렇게 되면 무엇보다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상실해 버린다. 뭐든 근본에 닿아 있어야 삶의 기술로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실용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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