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삶의 지도를 그리는 행위다. 적당히, 대충, 할 수가 없다. 운동은 대충 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음악도, 미술도 그렇다. 하지만 인생에 대한 탐구를 대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누군가 당신에게 대충 사세요, 라고 한다면 당신은 모욕감- 을 느낄 것이다. 왜 그런가?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죽는다. 죽음에 대한 탐구 없이 이 생사의 바다를 건너갈 길은 없다. 죽음을 탐구하려면 삶이 달라져야 한다. 그런 데 대충, 하라고?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몇 걸음을 가든 궁극의 지평선을 향해나아가야 한다.
아, 그때 알았다. 글쓰기는 나처럼 제도권에서 추방당한 이들의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수행해야 할 근원적 실천이라는 것을, 인식을 바꾸고 사유를 전환하는 활동을 매일, 매 순간 수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역시 써야 한다. 쓰기를 향해 방향을 돌리면 그때 비로소 구경꾼이 아닌 생산자가 된다. 들으면 전하고,
말하면 듣고, 읽으면 쓴다! 이것은 한 사람에게 온전히 구비되어야 할 활동들이다.
신제는 그 모든 것을 원한다! 어느 하나에만 머무르면 기혈이 막혀 버린다. 막히면,
아프다. 몸도 마음도, 통즉불통‘통‘하면 아프지 않다/아프면 ‘통‘하지 않는다) - 글쓰기가 양생술이 되는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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