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는 몰랐으나 미국사와 세계사의 물줄기가 획기적으로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랜트 장군의 관대한 처분이 남부와 북부의 더 큰 분열을 막고 하나의 국가로 건재하게 함으로써 훗날 초강대국 미국의 기틀을 다지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기 때문이다. 그랜트 장군이 남군 장병들에게 그토록 관대한 처분을 내린 이유가 뭘까? 그를 오랫동안 괴롭힌 편두통의 영향이 컸다. 마지막격전 중에도 그는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으나 리 장군의 사자가도착했을 때 기적적으로 두통이 사라졌다. 이 예기치 않은 상황이 그의 심경에 변화를 일으켰고, 이튿날 회담장에서 리 장군을만나 뜻밖의 관대한 처분을 내린 것이다. 한 전쟁 영웅을 괴롭힌뇌질환이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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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희귀종인 저어새의 사진을 찍고 그 학명을 기억한다고 해서저어새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이는 마치 사람의 얼굴과이름만으로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것처럼 말하는 일과 같다. 생각해보자.
누군가 내 얼굴과 이름 석 자를 안다고 해도, 그 사람은 나에 대해 아는 것이전혀 없다. 평소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노래를 듣고, 어떤 책을 읽는지등을 알아야 비로소 나를 안다고 할 수 있다. 새를 관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저어새가 이주하는 시기는 언제인지, 어떤 먹이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몇 개의알을 낳아 몇 마리의 새끼를 키우는지 알아야 비로소 저어새에 가까워질 수있다. 그렇게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구해야만 진정으로 저어새의 생태를 이해하고 그 새의 진정한 아름다움에대해서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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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도덕적 난제들최근 발전한 두 가지 기술은 이런 혁신이 제기하는 사뭇 다른 윤리적 난제를 살펴볼 수 있는 창이다. 한 혁신은 세 부모 아이다.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배운 내용이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우리 인간의DNA는 대부분 세포핵 속에 들어 있다. 그런데 세포핵 바깥의 작은세포 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도 유전자 청사진이 일부 들어 있다. 건강한 아이를 낳으려면 이 두 가지 DNA가 모두 있어야 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혹시라도 변이 탓에 미토콘드리아 속 DNA에 결손이 생기면 아이가 고통스러운 유전병을 안고 태어난다.
게다가 이런 질환은 대개 대물림한다. 의사들은 이를 막고자 가족력이 있는 예비 임신부의 난자에서 세포핵만 채취한 다음, 다른 여성의 건강한 난자, 즉 미토콘드리아 DNA와 결합한다. 이 과정을 ‘세포질 이식cytoplasmic Transfer’이라 한다. 이 난자를 정자와 수정하면, 언론이 흔히 말하는 ‘세 부모 아이‘, 즉 생물학적으로 다른 세 사람의DNA를 물려받은 아이가 태어난다.

평범한 의료 소비자에게 훨씬 더 익숙할 전자의무기록이다. 요즘에는 거의 모든 진찰실과 응급실에서 자동화된 진료기록부를 볼 수있다. 전문가들은 전자의무기록이 의료과실을 줄이고 건강정보의 이전 속도를 높인다고 본다. 많은 사람이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이른바상호 운용 시스템을 구축해, 환자가 어떤 병원에 가든 의료진이 환자의 병력, 현재 투약 약물, 정기 진료를 받는 의료인의 연락처에 바로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기술의 가치는 특히 응급 상황이발생하거나 환자가 의식을 잃었을 때 빛날 것이다.
그런데 전자의무기록에는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곳곳에 도사린다.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전문 의료인 수백만 명이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의 의무기록이 이런 식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환자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이들은 자신이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것을 정형외과 의사가 알거나, 어떤 피임법을 쓰는지를 치과 의사가 아는 데 반대할 것이다. 전자의무기록이 악용될 위험도 불 보듯 훤하다.

어떤 약사가 자기 딸이 마약에 빠진 적 있는 남자와 결혼하려는 건 아닌지 확인하고자 플로리다에 사는 예비 사위의 의무기록에 접속한다면, 시스템이 과연 악용 여부를 알아챌 수 있을까? 또 이런 식으로 시스템 사용 규약을 위반하는 사람을 어떻게 처벌해야 할까? 피해자의예비 장인을 해고하거나 퇴출한들 실제로는 상처받은 피해자를 더큰 불행으로 몰아넣는 꼴인 데다, 이미 일어난 일을 다시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해커들이 시스템에 침입해 모든 사람의 의무기록을 인터넷에 올릴 위험도 당연히 존재한다. 이런 갖가지 위험이 도사리므로, 우리는 반드시 사생활권과 최상의 진료 접근권 사이에서 신중하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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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후 1교시가 시작돼 필통을 열면 아빠가 칼로 정성껏 깎아준연필들이 나란히 누워 있을 때, 안부를 묻기 위해 예쁜 편지지를 골라편지를 쓸 때, 이제는 몸집이 커져 입을 수 없게 된 조끼의 실로 엄마가 새 목도리를 만들어 줬을 때, 여름 밤 정전으로 인해 더워진 몸과마음을 달래려 대문을 나서면 약속이라도 한 듯 모여 있는 친구들을만날 때.
조금 불편하고 조금 느린 이때의 경험들이 과연 지워야만 하는 불편과 가난일까? 무엇이 인간다운 편안한 삶인가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다시 내리게 되었다.
샤프가 나오기 전에는 연필이 최고의 상품이었다. 지금은 시대가바뀌어 다양한 종류의 샤프를 고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 필통가득 연필을 넣으면 촌스러운 사람이 되어버리지만 아직 연필이 존재하는 한 나는 필통 가득 칼로 깎은 연필을 넣어 다니고 싶다.

멋진 구두를 신을 수 없어 항상 가장 싼 흰 운동화를 사 신었던 우리아빠. 그 싼 운동화마저 제대로 신을 수 없어서 굵은 고무줄로 발등을감싸야만 했다. 아주 어릴 적에는 그런 아빠의 모습이 이상하지 않았다. 아무런 편견이 없었다. 어떤 모습을 하던 그냥 우리 아빠일 뿐이었다. 그러나 사춘기를 지나며 남들이 하는 말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유난히 크게 울리는 아빠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조용히 방에 들어가곤 했다. 아빠는 아팠을 것이다.

세상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어지러운 삶과 비통한 사람들을 떠올리니 이내 이 가난한 삶이 부러워졌다. 그러다 문득 이들의 삶을 어째서가난하다고 여기는 건지 그 알 수 없는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내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사용한 가치만큼 돈을 내기 때문에 절약하는 것이 오히려 궁색하게보였다. 누군가는 환경에 따라 다르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할 것이다. 물이 부족한 곳에서는 아끼며 살고 풍부한 곳에서는 넉넉하게쓰는 것이라고. 그러나 그 넉넉함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인터넷 쇼핑몰을 들여다보며 이미 가지고 있는 것과 비슷한 물건들인데도더 많이 가지려 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여행자의 배낭보다도 더 적은 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우리 중 가장 평온하고 여유로워 보였고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있는 것처럼 보였다. 더 가지려 하지 않고 가진 것으로 아껴 쓰며 경쟁보단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사랑하는 삶을 사는 것. 이것이 내가 희망하던 삶이었다. 그리고 먼 땅의 조그만 동네에서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다. 내게 이런 삶은 희망으로 꾸는 꿈일 뿐이었다. 실제로 가능한 삶이었으나 뜬 구름을 바라보듯 희망사항이라고만 되뇌였을 뿐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확신이 생겼다.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하는 삶에 대한 그림이 조금 더완성되었다. 그리고 점점 더 용기가 생겼다.

"아니,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지 않아. 스마트폰이 없는 게 아니야.
그런데 지하철에서도 공원에서도 스마트폰을 계속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어.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곤 하는데 그렇다고계속 게임을 하지는 않더라. 지하철에선 대부분 책을 읽고 공원에서는 대부분 사람들이나 주변을 바라보고 있어."
얘기를 듣고 주변을 둘러보니 그러했다. 휴대전화는 전화 걸 용도로만 사용하고 공원에서는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하거나 지나가는 사람들, 흘러나오는 소리, 새가 나는 모습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멕시코에오기 전 태국에 머물렀을 때, 길에서 상인들이 게임을 하느라 손님이말을 거는 줄도 몰랐던 장면이 떠올랐다. 또 여행을 떠나기 전 한국의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단 한 명,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사람은거의 전부였던 모습도 떠올랐다. 공원에 앉아 주변을 바라보던 사람들과 스마트폰에 매달려 있던 사람들은 그 순간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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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있잖아요. 차마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내가 버리려고 하는 이 물건이 누군가에겐 정말 필요한 물건일지도 모른다는생각이 들었거든요. 전 그동안 이 물건들을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배낭에 계속 넣고 다녔어요. 그리고 이제야 당신들을 만나게 된 거예요. 당신들이 남미로 내려가게 되면 제 말을 이해하게 될 겁니다."

나는 망치로 머리를 두드려 맞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비워내기만중요하게 생각했던 내가 누군가를 위해 채워 넣고 짊어지는 것 또한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누군가를 위해 짐을 짊어질 수 있다는 것. 그것만큼 숭고한 행위가 또 있을까.
여행을 하면 할수록 부끄러워지는 나를 대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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