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사샤 세이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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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천문학자였던 칼 세이건의 가족은 우주의 경이로움을 일상의 매순간에 투영하고 있었다. 그들의 삶 그 자체가 ‘코스모스를 품은 창백하고 푸른점‘이었다. 별과 같은 성분으로 만들어진 우리는 결국 우주로 돌아간다‘는 깨달음을 체득한 자만이 보이는 자신에 대한 성찰과 타인에 대한 이해, 삶과 죽음에대한 겸손하면서도 의연한 태도들이 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가장 가까이에서칼 세이건을 바라본 딸이 전하는 내밀한 부성애! 사샤는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그렇게 아버지에게 배운 것이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사샤 세이건은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넘어, 그 스스로 훌륭한 작가로 성장했음을 이 책을 통해 증명한다. 가족과의 사랑을 성숙하게 실천하는 대목에서, 자신의 일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모습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당당하면서도 사색적 태도에서, 그는 『코스모스의 전우주적 성찰이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발견될 수 있음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이책은 『코스모스의 가족 버전이다.
정재승 (뇌과학자, 『열두 발자국, 저자)

당연하던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만드는 책을 좋아한다. 우연의 산물이며 찰나에 불과한 우리의 삶이 얼마나 경이롭고 소중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전능한 신을 믿지 않아도, 이야기와 음식과 노래와 작은 의식들로 우리는 매일을 축일로 만들 수 있다. 저자의 어머니 앤 드루얀의 말처럼 "누구한테 감사해야 할지 모르더라도 감사할 수는 있지"(나의 영웅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의 사적인 모습과 말들을 딸의 시선으로 접하는 것도 값진 일이었다). 책을 덮고 나니 새삼동지가 지나면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고 마침내 봄이 당도한다는 사실이 얼마나근사하게 느껴지던지! 이 작고 유일한 삶에서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우리처럼 작은 존재가 이 광대함을 견디는 방법은 오직 사랑뿐이다. 결코당연하지 않은 삶을, 서로를 사랑하게 하는 책이다.
김하나 (작가, 『말하기를 말하기』 저자)

‘죽음‘이라는 게 그때 나에게는 불분명하고 모호한 개념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더 그랬다. 디오라마에 곰과 가젤이 있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거기 없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아버지가 정확성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고 디오라마에 대해서도 나보다 더 잘 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아버지 말이 옳다고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 동물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나한테는 꼭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이기를 바란다고 해서 사실이라고 믿어버리면 위험해."

아버지는 부모님을 다시 만나기를 세상 무엇보다도 더간절히 원하긴 하지만,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근거는 없다고 했다. 아무리 그렇게 믿고 싶더라도 무엇이 사실인지아는 편을 택하겠다고 했다. 가슴속의 진실이나 나에게만진실인 것, 진실처럼 들리고 느껴지는 것 대신, 입증하고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을 택하겠다고, "인간은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경향이 있어."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다시 디오라마를생각했다. 아버지 말이 옳았다. 내가 보기에는 틀림없이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사실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우리는 집에서 세상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부모님은 사람들이 아무리 열렬히 신봉하는 것이라고 해도그게 반드시 사실이라는 법은 없다고 가르쳤다. 물론 어떤생각들은 주관적이다. ‘이게 내가 먹어본 가장 맛있는 샌드위치‘라거나 ‘저 사람이 내가 본 가장 잘생긴 사람일 수는있다. 보는 사람 관점에 따른 판단이니까.

옛날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하게 해가 지구 주위를 돈다고믿었다. 하지만 믿는다고 해서 사실이 되지는 않는다. 지금우리가 믿는 것들 가운데에도 나중에는 어떻게 그것도 몰랐느냐고 폭소와 경악을 자아낼 일들이 분명 있을 테다. 새로운 정보가 생기면 앎도 달라진다. 아니 달라져야만 한다.
그렇다면 만약 어떤 사람이 자기 생각이 맞는지 검증해보고 실제 현실이 어떤지 알아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님은 그럴 때 쓸 수 있는 것이 과학적 방법론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과학자였다. 천문학자이자 교육자 칼 세이건이 바로 내 아버지다. 과학은 아버지의 일이기도 했지만 세계관이자 철학이자 삶의 원칙이기도 했다.

이제 존은 이렇게 말한다. "유대인이라는 말은 민족이자문화이자 종교이자, 이 세 가지가 겹치지만 완전히 겹치지는 않는 벤다이어그램 같은 거지. 혈통적으로는 유대인이아닌데 유대교를 받아들인 개종자가 있는 것처럼 혈통적으로 유대인인데 유대교를 믿지 않는 사람도 있는 거고."

예전 피플란트리 촌장(사르판치arpanch 라고 부른다)이 만들어낸 전통인데, 촌장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뜬 딸을 기억하고 싶었다. 마을에 여자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나무를 심어 수천 그루가 되었는데, 흰개미 떼 피해를 볼까 걱정되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해충을 막아주길 기대하며 알로에베라를 심었다. 곧 피플란트리에는 수백만 그루의 알로에베라가 자라게 되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는 전혀 몰랐다. 그러다 마을 여자들이 알로에베라로 주스와 연고를 만드는 법을 알게 되었고, 곧 알로에베라가 마을에 큰 수익을 가져다주었다. 의식에서 예상하지않은 축복이 생겨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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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bject of life is not to be on the side of the majority,
but to escape finding oneself in the ranks of the insane.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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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몰랐으나 미국사와 세계사의 물줄기가 획기적으로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랜트 장군의 관대한 처분이 남부와 북부의 더 큰 분열을 막고 하나의 국가로 건재하게 함으로써 훗날 초강대국 미국의 기틀을 다지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기 때문이다. 그랜트 장군이 남군 장병들에게 그토록 관대한 처분을 내린 이유가 뭘까? 그를 오랫동안 괴롭힌 편두통의 영향이 컸다. 마지막격전 중에도 그는 극심한 두통에 시달렸으나 리 장군의 사자가도착했을 때 기적적으로 두통이 사라졌다. 이 예기치 않은 상황이 그의 심경에 변화를 일으켰고, 이튿날 회담장에서 리 장군을만나 뜻밖의 관대한 처분을 내린 것이다. 한 전쟁 영웅을 괴롭힌뇌질환이 세계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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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희귀종인 저어새의 사진을 찍고 그 학명을 기억한다고 해서저어새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이는 마치 사람의 얼굴과이름만으로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것처럼 말하는 일과 같다. 생각해보자.
누군가 내 얼굴과 이름 석 자를 안다고 해도, 그 사람은 나에 대해 아는 것이전혀 없다. 평소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노래를 듣고, 어떤 책을 읽는지등을 알아야 비로소 나를 안다고 할 수 있다. 새를 관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저어새가 이주하는 시기는 언제인지, 어떤 먹이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몇 개의알을 낳아 몇 마리의 새끼를 키우는지 알아야 비로소 저어새에 가까워질 수있다. 그렇게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구해야만 진정으로 저어새의 생태를 이해하고 그 새의 진정한 아름다움에대해서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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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도덕적 난제들최근 발전한 두 가지 기술은 이런 혁신이 제기하는 사뭇 다른 윤리적 난제를 살펴볼 수 있는 창이다. 한 혁신은 세 부모 아이다.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배운 내용이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우리 인간의DNA는 대부분 세포핵 속에 들어 있다. 그런데 세포핵 바깥의 작은세포 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도 유전자 청사진이 일부 들어 있다. 건강한 아이를 낳으려면 이 두 가지 DNA가 모두 있어야 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혹시라도 변이 탓에 미토콘드리아 속 DNA에 결손이 생기면 아이가 고통스러운 유전병을 안고 태어난다.
게다가 이런 질환은 대개 대물림한다. 의사들은 이를 막고자 가족력이 있는 예비 임신부의 난자에서 세포핵만 채취한 다음, 다른 여성의 건강한 난자, 즉 미토콘드리아 DNA와 결합한다. 이 과정을 ‘세포질 이식cytoplasmic Transfer’이라 한다. 이 난자를 정자와 수정하면, 언론이 흔히 말하는 ‘세 부모 아이‘, 즉 생물학적으로 다른 세 사람의DNA를 물려받은 아이가 태어난다.

평범한 의료 소비자에게 훨씬 더 익숙할 전자의무기록이다. 요즘에는 거의 모든 진찰실과 응급실에서 자동화된 진료기록부를 볼 수있다. 전문가들은 전자의무기록이 의료과실을 줄이고 건강정보의 이전 속도를 높인다고 본다. 많은 사람이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이른바상호 운용 시스템을 구축해, 환자가 어떤 병원에 가든 의료진이 환자의 병력, 현재 투약 약물, 정기 진료를 받는 의료인의 연락처에 바로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기술의 가치는 특히 응급 상황이발생하거나 환자가 의식을 잃었을 때 빛날 것이다.
그런데 전자의무기록에는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곳곳에 도사린다.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전문 의료인 수백만 명이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의 의무기록이 이런 식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환자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이들은 자신이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것을 정형외과 의사가 알거나, 어떤 피임법을 쓰는지를 치과 의사가 아는 데 반대할 것이다. 전자의무기록이 악용될 위험도 불 보듯 훤하다.

어떤 약사가 자기 딸이 마약에 빠진 적 있는 남자와 결혼하려는 건 아닌지 확인하고자 플로리다에 사는 예비 사위의 의무기록에 접속한다면, 시스템이 과연 악용 여부를 알아챌 수 있을까? 또 이런 식으로 시스템 사용 규약을 위반하는 사람을 어떻게 처벌해야 할까? 피해자의예비 장인을 해고하거나 퇴출한들 실제로는 상처받은 피해자를 더큰 불행으로 몰아넣는 꼴인 데다, 이미 일어난 일을 다시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해커들이 시스템에 침입해 모든 사람의 의무기록을 인터넷에 올릴 위험도 당연히 존재한다. 이런 갖가지 위험이 도사리므로, 우리는 반드시 사생활권과 최상의 진료 접근권 사이에서 신중하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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