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슐츠 씨 - 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
박상현 지음 / 어크로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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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성인에 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자의 몸으로 태어났으면 여자, 남자로 태어났으면 남자 아니냐"고 말한다. 그런데 남자의 몸과 여자의 몸을 가르는 기준은 다양하다. 우리가 아는 대표적인 방법이 눈으로 생식기를 확인하는 방법과 성염색체(XX,
XY)를 통해 확인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안드로젠 무감응 증후군(AIS)을 가진 사람들은 생식기의 종류와 성염색체가 일치하지 않는다. 물론 AIS 외에도 다른 여러 요인들이 간성을 만들어내지만결과적으로 이 사람들은 갖고 태어난 몸‘이 사회가 생각하는 남녀 이분법으로 편리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세상에 이런 사람들은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아서 전 세계 인구의 1.7퍼센트에달한다. 남한의 인구보다 많고 독일 인구보다 조금 적은 숫자다.

운동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큰돈과 명예를 얻는 엘리트스포츠는 뛰어난 신체적 조건을 타고난 사람들 사이의 경쟁이다.
그리고 ‘좋은 신체조건‘에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남성 호르몬도포함된다. 단, 그 선수가 여성이라면 예외다. 여성이면서 남성 호르몬이 많이 나오면 출전 자격이 박탈된다. 그게 캐스터 세메냐가 마주한 현실이었다. 요약하면, 남자가 여자 종목에 몰래 들어와서 경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성별을 확인하는 절차를 만들었는데, 과거에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생각했던 성이 살펴볼수록 복잡해서 칼로 자르듯 구분되는 것이 아니었다. 연구를 해보니 외부에 드러난 생식기도 성염색체도 여성과 남성을 구분해주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육상연맹은 세메냐가 참여할 수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호르몬제를 복용해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경기 6개월 전부터 낮추면 된다는 것이다. 이 결정이 가진 아이러니는 다른 선수들은 호르몬제를 포함한 약물을 복용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막는 반면 세메냐와 같은 간성의 선수들은 오히려 약물을 복용하지 않으면 경기에 참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과학적인 근거를 이야기할 때는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그렇게 도출된 결론을 보면 결국 세메냐를 비롯한 간성인을 ‘잡아내기‘ 위한 조치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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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세계 - 6가지 물질이 그려내는 인류 문명의 대서사시
에드 콘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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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 John Maynard Keynes는 금을 가리켜 "야만적 유물"이라고 비판했다. 금이 장신구나 유물 속에서는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 외에는 기능적으로 하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금은 분명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왜 우리가 금괴 몇 덩이를 얻겠다고 산 전체를 폭파하겠는가? 금이 실제로 할 수있는 일을 잠시 떠올려보자. 금은 전자공학이나 화학 분야에도 도움을 주지만 이건 오늘날 금 수요의 10분의 1도 설명하지 못한다. 그보다는 보석류, 장식물, 경제적 재앙을 우려하는 이들의 위험회피용 자산 등의 쓰임이 더 주요하다. 내가 코르테즈 광산에서 봤던 금은 지금쯤 누군가의 반지에 녹아들어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은행 대여금고 속의 금괴 형태로 다시 지하에 들어가 있을지도 모른다. 보석상이나 예민한 투자자에게는 헛소리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우리 주위에서 갑자기금이 다 사라진다고 해도 세상은 여전히 잘 돌아갈 것이다."

네바다주에서 돌아온 뒤 나는 이런 질문들을 몇 달간 계속 곱씹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생활에 별 지장 없는 금속을 지하에서채굴하기 위해 그렇게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니! 실제로 필요한물질들을 채굴하려면 얼마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할까? 그렇다면우리가 실제로 크게 의존하고 있는 물질은 무엇일까? 이 세상에 없다면 문명을 멈춰 서게 할 정도로 중요한 물리적 요소들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미국에서 생산하는 5달러 중 4 달러가 서비스 부문에서 나오고, 나머지 1달러는 에너지업· 광산업·제조업에서 나온다. 그렇지만 소셜네트워크부터 소매업, 금융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이 물질적 하부구조에 의존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들을 가능하게 하고 거기에 에너지를 제공하는 건 물질계이다. X(트위터의 새로운 이름옮긴이)나 인스타그램이 갑자기 사라진다고 해서 세상이 종말을 맞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강철이나 천연가스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상당히 심각한 이야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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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슐츠 씨 - 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
박상현 지음 / 어크로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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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서 여군부대(WAAC)를 만들었을 때 정식 제복에 어깨에 걸 수 있는 핸드백이포함되었다는 사실은 기이해 보이지만 남자 군인들처럼 사용할수 있는 주머니를 넣느니 핸드백을 걸게 하겠다는 발상이었던 것같다.
120쪽 사진 속 포스터를 보면 여군의 가슴에는 남자 군인들의제복과 같은 위치에 주머니가 붙어 있지만 자세히 보면 주머니덮개만 있을 뿐 주머니는 없다. 여자라면 심지어 군인이라도 옷에 주머니를 허용하지 않을 만큼 지독한 고정관념이 존재한 것이다.

미군에서는 여군이 남자와 똑같은 군복을 입을 경우 레즈비언이나 트랜스젠더라는 오해를 살 것을 염려해서 군인이라도 여자들에게는 ‘여성스러운‘ 옷을 입히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정복에 바지 대신 치마를 도입한 것이다. 여성성에 대한 이런 배려 아닌 배려는 가슴 주머니에도 적용되어서 남자들처럼 여군이 가슴 주머니에 담뱃갑, 라이터 같은 물건을 넣으면 가슴 모양이 살아나지 않고 여성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에 아예 덮개만 놔두고 주머니를 없앴다. 그 결과 군복을 입는 사람 입장에서의 실용성보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대상‘으로서의 모습에만 집중한 군복이 탄생하게 되었다.

카진스키는 주머니 문제가 "더 큰 불평등에서 비롯된 하나의증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진짜 문제는 남성과 여성 중 남성만이 기능하는 옷을 입을 수 있고 입게 될 것을 당연하게 기대하고그걸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자가 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기여는 제한적이라는 사고방식, 여자를 전통적인 위치에묶어두려는 태도가 여자의 옷을 만드는 데 반영된다. "옷은 사회적산물"이라고 했던 페미니스트 작가 샬럿 퍼킨스 길먼(CharlottePerkins Gilman)의 말이 맞다면 주머니가 없는 여자의 옷은 여성이해야 할 일과 여성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게 주머니 문제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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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슐츠 씨 - 오래된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
박상현 지음 / 어크로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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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편견이 점차 많아지는 우리사회에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의 무감함과 편견, 고집… 등을 돌아보게 하는책. 얼마나 모르고 지내는 것들이 많은지~ 이 무거운 주제들을 얼마나 잘 읽히게 쓰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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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의 가슴에 오랫동안 남은 명대사들
정덕현 지음 / 페이지2(page2)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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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눈이 부시게의 유명한 대사가 제목인덕에 제목부터 끌렸던 책에는 기억속에 좋았던 드라마들의 멋진 대사 일부를 통해 풀어간 작가님의 시선, 마음이 남았지요. 더불어 내 삶의 모습을 생각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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