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에서는 여군이 남자와 똑같은 군복을 입을 경우 레즈비언이나 트랜스젠더라는 오해를 살 것을 염려해서 군인이라도 여자들에게는 ‘여성스러운‘ 옷을 입히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정복에 바지 대신 치마를 도입한 것이다. 여성성에 대한 이런 배려 아닌 배려는 가슴 주머니에도 적용되어서 남자들처럼 여군이 가슴 주머니에 담뱃갑, 라이터 같은 물건을 넣으면 가슴 모양이 살아나지 않고 여성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에 아예 덮개만 놔두고 주머니를 없앴다. 그 결과 군복을 입는 사람 입장에서의 실용성보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대상‘으로서의 모습에만 집중한 군복이 탄생하게 되었다.
카진스키는 주머니 문제가 "더 큰 불평등에서 비롯된 하나의증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진짜 문제는 남성과 여성 중 남성만이 기능하는 옷을 입을 수 있고 입게 될 것을 당연하게 기대하고그걸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자가 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기여는 제한적이라는 사고방식, 여자를 전통적인 위치에묶어두려는 태도가 여자의 옷을 만드는 데 반영된다. "옷은 사회적산물"이라고 했던 페미니스트 작가 샬럿 퍼킨스 길먼(CharlottePerkins Gilman)의 말이 맞다면 주머니가 없는 여자의 옷은 여성이해야 할 일과 여성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게 주머니 문제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