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넌 그런 거 아니야. 너는 봄날의 햇살 같아.
로스쿨 다닐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 너는 나한테 강의실의 위치와 휴강 정보와 바뀐 시간표를 알려주고,동기들이 나를 놀리거나 속이거나 따돌리지 못하게 노력해. 지금도 너는 내 물병을 열어주고, 다음에 구내식당에 또 김밥이 나오면 나한테 알려주겠다고 해.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

내비게이션은 상대가 원할 때만 켜야 합니다. 초대받지 않은 조언을 하는 건 적을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말도있거든요. 그런데 선배는, 상사는, 윗사람들은 초대한적 없는 후배에게, 부하에게, 아랫사람에게 자꾸만 찾아와서 조언합니다. 물론 아껴서 그러는 것입니다. 잘되기를 바라니까요. 실수하거나 실패하지 않고 좀 더 빠른길로 안전하게 가기를 바라니까 그러는 것입니다. 하지만 켜지도 않은 내비게이션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라떼 타임’이 되는 법입니다. "라떼는 말야."

"나는 모든 걸 미룬다." "죽는 날도 미뤄보자!"
"나는 다리를 늘 꼬고 있다." ⇒ "네 덕분에 정형외과가 돈을 버네."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 "많은 사람의 생계를네가 책임지는구나."
"나는 잠이 많다." "네 피부가 그래서 좋구나."
"나는 너무 충동적이다." "화끈하네."
"나는 방 청소를 안 한다." "방에서 보물찾기할수 있어서 재밌겠다."
"나는 돈을 아낄 줄 모른다." ⇒ "와, 너 돈 많구나.나랑 친구 할래?"

부장님은 업무를 지시할 직원만 생각하며 말을 하면될까요. 그럼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을까요. 글쎄요. 저에게 묻는다면 이제 시작이라고 말하고싶습니다. ‘말을 할 때는 누가 듣는지부터 생각해야지‘라고 마음먹은 후에는 그 사람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잘 알아들을지 고민해보는 겁니다.

20대 80 법칙,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즐겨 입는 옷의 80퍼센트는 옷장에 걸린 옷의 20퍼센트다. 백화점하루 매상 중 80퍼센트는 그 백화점 단골인 20퍼센트손님이 올린다. 근면하게 일하는 개미는 20퍼센트에불과하고, 이들이 나머지 80퍼센트 개미들을 이끌어나간다. 이런 거요.

토끼 당신은 지금 이 달리기에서 20에 속하는 거예요. 그러니 답답하고 속이 터져도 80인 거북이를 이끌면서 속도 맞춰 함께 가는 수밖에요. 그런데 인생이 꼭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토끼나 거북이의 생도 그럴거예요. 지금 이 들판에서는 토끼 당신이 유리하지만,바닷속에서 달려야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상상조차 할수 없겠지요. 벌써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지 않나요. 바닷속에서 달리기, 아니 헤엄치기를 한다면 거북이가20, 당신이 80일 거예요. 거북이가 당신을 등에 업고천천히, 하지만 안정적으로 헤엄치며 가겠지요.

세월이 흐르면 토끼 당신이든 당신보다 훨씬 더 빨리 뛰는 얼룩말이든 모두 노인이 된답니다. 노인은 누구나 80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 전까지 20으로서 열심히 살아오고 다른 이들을 이끌어온 덕분에, 이제 20이된 젊은 세대가 80이 되어버린 당신을 이끌어줄 거예요. 세상은 그런 겁니다.
그러니 토끼 당신, 거북이를 데리고 경주 같은 거 하지 말고 함께 가면 어떨까요. 불평불만 접어두고 걸어가봅시다. 쉬엄쉬엄, 그렇지만 꾸준히.

이런 걸 ‘자이가르닉(제이가르니크) 효과’라고 한답니다. 완성된 작업보다 미완성 작업을 사람들이 더 잘 기억한다는 사실을 러시아 심리학자 블루마 제이가르니크가 증명해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네요. 일단 작업이 마무리되면 사람들은 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일을 중단한 채로 두면 그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대요.

지금 마무리를 미루고 있는 건 당신이 게으르거나무책임해서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90퍼센트는 완성했으나 마지막 10퍼센트를 남겨두고 있다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밥을 먹든 잠을 청하든 그 10퍼센트는 늘 당신 머릿속에 남아 있으니까요. 고민하고 생각하고 돌아보고 되짚어보고, 그러다 보면 하이라이트가 될 마지막 10퍼센트가 불현듯 떠오를 겁니다. (사실 저도 지금그러고 있어요.)

"신비한 전설의 돌이 있는데, 그 돌을 찾으면 네 앞에 놓고 고통과 비밀을 전부 말하렴. 돌이 들어줄 거야.
어떤 비밀이든 들어줘. 무엇을 말하든 들어주지. 그러다 어느 날 돌이 쩍, 하고 갈라지는 날, 모든 고통이 그순간 사라지고 너는 구원받을 거야. 용서받는 거란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들었다던 그 말처럼 여인은의식이 없는 남편을 앞에 두고 날마다 이야기를 합니다. 밖에서는 총성이 들리고 폭탄이 터집니다. 무서우면 더욱더 많은 말을 합니다. 어린 시절 이야기, 언니대신 시집오게 된 이유, 남편이 밖으로 도는 동안 겪었던 시집살이, 두 딸을 키우면서 있었던 일화, 마침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까지…. 독백은 고백이 되고, 고백은 구원의 돌이 되어줍니다.

이 영화는 말하기의 힘을 보여줍니다. 혼자였지만,
의식을 잃은 남편 곁에 앉아서 스스로는 혼자라고 느끼지만, 매일 꾸준히 무엇이든 말을 하면서 여인은 자신을 찾습니다. 자아를 회복하고 자존감을 느끼는 거죠. 독백의 힘, 혼자 말하기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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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일인입니다 - 전쟁과 역사와 죄의식에 대하여
노라 크루크 지음, 권진아 옮김 / 엘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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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imat[‘haima:t] 여성명사 (복수형 없음)출처: 독일 브로크하우스백과사전
"사람이 즉각 친숙한 느낌을 갖게 되는... 상상 속 또는 실제의 풍경이나 지역 개념을 정의하는 용어. 이 경험은... 세대들 가로지르며 가족과 기타 제도,혹은 정치적 이데올로기들을 통해 전해진다. 일상적 용례에서, 하이마트는 또한 사람이 태어나 정체성과 성격, 정신구조, 세계관 등을 주로 형성하게 되는 초기 사회화를 경험하는 장소를 지칭한다(또한 풍경으로 인식된다.)..… 국가사회주의자들은 이 용어를... 침잠의 공간, 특히 지나치게 단순화한 본보기를 심리적 지향점으로 삼아 그와 동일시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침잠의공간과 연관시켜 사용했다."

그림 형제의『독일어 사전』에는숲, 그러니까 Wald라는 단어가 들어간 명사와 형용사들이 천 개도 넘게 실려 있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들은 ‘숲의 고독Waldeinsamkeit‘ ‘숲의 어둑함 Waldfinsternis‘
"살랑거리는 숲에 둘러싸여 waldumrauscht‘이다. 1852년 독일계 유대인 작가 베르톨트 아우어바흐는 "살롱에서는 프랑스어를, 숲에서는 독일어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1936년 올림픽 기간 동안, 금메달리스트들에게는 견실함의 상징인 독일 오크나무 묘목이 수여됐다. ‘히틀러 오크‘라고 불린 이 묘목들 중 일부는 아직까지 미국에 살아 있다.
1938년 제국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는 "독일 숲"에 유대인 출입금지령을 내리는 것에대해 고려했다. 프랑스군과 영국군은 전후배상금의 일부로서, 독일 숲들에서 대규모 벌채를 단행했다. 1983년 독일어 사전에는 ‘숲의 소멸 Waldsterben‘이라는 단어가 최초로등재되었다. 실존주의적 고뇌의 물결이 온 나라를 휩쓸었다.

아무리 열심히 봐도, 끈질기게 나를 괴롭히는 불편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잃어버린 나의 고향, 하이마트를 찾을 유일한 방법은 뒤를 돌아보는 것,
추상적인 수치심을 뛰어넘어, 너무나 묻기 힘든 질문들, 내 고향,
그리고 아버지의 가족과 어머니의 가족에 대한 질문들을던지는 것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나와 그들이 살던 마을들로발길을 돌리는 것. 내 어린 시절, 나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빵부스러기를 따라가며, 그것들이 내게집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기를 바라는방법밖에는 없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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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세상이 변해야 나도 살기가편한 게 맞지만, 남의 탓을 하거나 사회구조탓만 하는 것은 좀 무책임한 태도라고 봐요.
내가 원하는 사회가 있다면 ‘나부터’실천하는 것이 책임성 있지 않겠어요?다른 말로 하면, 나 속에서 세상을 실현하고싶다는 개념이죠. 내가 살면서 나를 확장한모습이 세상이 되도록 하면 내가 원하는삶이 곧 사회에 구현되는 셈이죠.
그래서 ‘나부터‘ 할 수 있는 만큼해보자는 생각이죠."

"학력 지향 사회에서는 제일 중요한 것과그다음 중요한 것 등등 위계가 있어요.
그래서 얘는 공부는 못해도인성은 착하니까‘라는 식으로 모든 것을위계 속에 두고 아이들을 바라보죠.
그러나 아이들을 각각 하나의 존재라고생각을 하면 그 존재가 가진 모든 역동성이다 옳은 거잖아요.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부러운 거는 프랑스가 갖고 있는 영화제도예요. 그들은 조그마한 영화사들이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있게 해주고, 사람들이 자기 동네의 조그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줘요.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게 다 사라질 동안 온 국민의 관심은 누가 프랑스 칸의 황금종려상이나 미국 아카데미상을 받느냐 마느냐에 쏠려 있죠. 대통령도 그런 거 받으면 축전을 보내고 아이돌과 함께 유엔에 나가고, 국민들은 그걸 보고 기뻐하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그러는 동안에 한국 영화는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제일 큰 피해를 보고 있거든요. 정말 십수년 동안 좋은 영화사와 저희 동료들이 다 사라졌어요. 성실히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지금은 아무도 돌봐주지 않고 있어요. 이것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죠. (이은)

"하루 세끼 늘 밥을 차리는 사람들은그것을 좋아해서가 아니며,
재능이 있어서도 아니에요. 밥상 차리는 건누군가를 위해 자기 시간을 들여희생하면서 봉사하는 일이죠.
각 가정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남자들도 집안일을 나눠 하는 게중요하다고 봅니다."

자율수업날인 이날 학생 각자가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대강당 한편에 있는 피아노를 치거나,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등등 자기가 하고픈 ‘공부’를 하는 것도신선했습니다. 그 정도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진짜 놀란 것은 6학년 교실에서였습니다. 지면에 쓸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서 교장 선생님이 교내 여기저기를직접 찾아다니면서 "괜찮은 사람은 운동장에서 잠시 같이 사진을 찍자"면서 협조를 구할 때였습니다. ‘제 눈에는’ 놀라운 광경이 있었습니다. 장판 바닥으로 된 교실에서 담요를 대충 걸치고 누워 자는 학생도 있었지만, 교장이 와도 누구도 그를깨우거나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교장도 마찬가지로 ‘쟤는 왜 자느냐‘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습니다. 그 교실에서 나오면서 "자율수업도 수업인데 일어나라고 왜안 했어요?"라고 물었더니 "그 학생은 지금 휴식이 필요한지도 모르잖아요. 모든것을 자율적으로 하는 아이들이니까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아이들 표정이 정말로 밝게 빛나는 이유를 비로소 알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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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칠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유리창을 깨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이중요하다.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다. 가난도 아무것도 아니다. 금지된모든 것을 시도하고, 기쁜 마음으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 과장하면어떤가. 새로 배우고 알게 되면 또 배워야 한다. 우스꽝스러운 것을창조한다고 해도 부끄러울 필요가 없다. 이젤 앞에서 화가는 과거의노예가 되어서도, 현재의 노예가 되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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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니실망스러운 일이 생겨도 불평하지 말고지나간 일은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랜마 모지스

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겐어디에나 꽃이 피어 있다.
앙리 마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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