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프로도가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하지?" 샘은 이렇게대답한다. "이 세상에 어떤 선한 것이 존재한다는 믿음이요, 프로도나리. 그리고 그 선함은 싸워서 지킬 가치가 있어요."

씩씩한 호빗 프로도, 호기심 많은 소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자비로운 구원자 예수, 용감한 우주비행사 엘렌 리플리 (영화 <에일리언>의주인공-옮긴이). 서로 다른 이 인물들이 지닌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들은 모두 무언가를 위해 싸우고 있으며 불확실한 모험을 찾아 나선다. 그들은 갈등과 저항, 승리와 패배를 경험한다. 그리고 그들 모두는 하나의 목표에 도달한다. 그런데 그들을 진정 영웅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의 믿음이다. 그들의 믿음은 온갖 위험을 무릅쓸만큼 매우 굳건하다. 대부분의 영웅은 자신의 믿음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먼저 발견하고 그 믿음을 위해 변화를 꾀한다. 그들이 이야기의주인공 Protagonist‘이 되는 이유는 바로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여행을 떠나기 때문이다. 프로도는 반지를 끼고 마침내 그것을파괴할 용기를 찾는다.

가상 인물이든 아니든 프로도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서사장정을 펼치는 동안 우리의 또 다른 자아이며 우리를 대신하여 역경을헤치며 칼을 휘두르는 친근한 투영막이다. 우리는 그와 함께 도전과고된 시련으로 가득 찬 가상의 우주에 들어간다. 이로써 영웅은 또한우리가 그의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의 일부가 된다. 우리는 앨리스를따라 이상한 나라로 들어간다. 이상한 나라는 우리에게처럼 앨리스에게도 새롭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해리 포터의 안경을통해 호그와트의 마법 세계를 들여다본다. 또한 영화 <헝거게임>에서 캣니스 에버딘과 함께 캐피톨의 타락한 삶과 그 사회의 잔인한 조직을 경험한다. 말하자면 우리는 영웅의 손을 잡고 - 캠벨이 말했듯이-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미와 세계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발견하는 여행을 감행한다.

파파게노에게 끔찍하고도 아름다운 밤의 여왕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영웅은 가장 중요한 인물이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되지 못한다. 좋은 스토리에는 또 다른 필수요소가 필요하며 영웅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적수antagonist다. 이를테면 영화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Now)에서는 커츠 대령, 백설공주에게는 사악한 마녀, 루크 스카이워커에게는 다스 베이더, 배트맨에게는 조커가 그러하다.
이러한 예를 보면 특히 강력한 적수가 스토리를 거의 장악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은 중심인물들을 부각하기보다 오히려적대 관계에 있는 상대의 독창성과 신비로움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악역이 성공할수록 작품도 성공한다‘는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의 말처럼 말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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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은 좋지 않았으니까. 말도 잘 통하지 않는 30여 명의작가들과 삐걱거리는 공동생활에서 내가 배운 건 이해를내려놓았을 때 또 다른 차원의 문이 열린다는 것이었다.
그곳에는 다른 종류의 희미한 헤아림이 있었다. 서툰 언어와 눈빛, 그리고 몸짓들. 언어를 여과하고 남은 잔여에는말이 해내지 못하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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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 삶의 아름다운 의미를 찾아서
마틴 슐레스케 지음, 유영미 옮김 / 니케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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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페이지부터 설레고 머물게하는 마틴 슐레스케의 책.두꺼운 책이 반가운~ 좋은 책을 통한 울림속에 더위를 잊고, 그 울림을 누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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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 삶의 아름다운 의미를 찾아서
마틴 슐레스케 지음, 유영미 옮김 / 니케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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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 이상 삶에 대한 비유를 만들어낼 능력이 없다. 내적깨달음을 얻는 건 고사하고, 더 이상 우리 주변과 우리 안의 사건들을 해석할 능력이 없다. 그로써 우리는 하느님의 형상이기를 중단했다. 우리는 그릇되게 살고 있다. 우리는 사실 죽었다. (...) 오래전에 썩어버린 인식들을 갉아먹으며 살아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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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를 낳아본 경험은 없지만, 출산은 몇 번 지켜보았다.
사람들은 여자가 출산의 고통을 기억한다면 인류가 멸종되었을거라 말한다. 다시 출산을 원할 리 없으니까. 예쁜 아기의 사진은 누구나 좋아한다. 아무런 사고도 치지 않고 말끔하고 조용히있는 아기는 귀엽다

내게는 화려한 사진이 가득한 인테리어 잡지가 마치 예쁜 아기 앨범과 같다. 그런 사진은 모두 자랑스럽지만, 그 상태를 만들어내기까지의 혼란을 떠올리면 터무니없게만 느껴진다.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쓴 현장 노동자, 푹푹 찌는 날씨, 거칠게 소리치는 고객, 부상, 다시는 일을 맡지 못할 만큼의 끔찍한 실수 등은 도대체 그 사진 속 어디에 있는가?

대부분의 생명은 표면 아래에 숨어 있다. 미켈란젤로의 조각작품에서는 한껏 팽팽해진 살 아래로 뼈대와 힘줄을 볼 수 있다.
조각 작품의 매끄러운 표면 아래에는 그가 해부를 통해 터득한지식이 담겨 있다. 전문 사냥꾼은 사냥감을 몇 주간 걸어두거나직접 잡으면 고기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을 안다. 예쁜 사진, 잘 가꾼 정원, 잘 차려진 식탁을 삶의 목표로 삼으면 정말 많은 것을 놓칠 수 있다.

잡지에 나올 법한 집을 지으려면 한동안 기름때와 흙먼지를뒤집어써야 한다. 전 세계의 광고주와 별볼일없는 인플루언서들은 끝도 없이 부를 축적하는 것이야말로 화려하고 만족스러운삶을 누리는 길이라고 목이 쉬도록 강조한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우리가 걸친 암흑의 철갑을 뚫지 못한다. 우리는 화려한 겉모습에 가려진 실제 모습을 너무도 잘 안다. 궁전 같은 저택에 손님들이 감탄하면 자부심은 높아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녀에게 사랑받는 부모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든 사람이 공예를 배우거나 육체노동에 전념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먼지나 흙 반죽이나 어두운 생각을 외면하면인생에서 유의미한 순간을 지나쳐버리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직접 만들어보면, 완성품을 소유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30년 전이라면 이런 말을 감히 하지 못했을 테고, 할 말도 그다지 없었다. 이제 예순을 바라보니살면서 배운 점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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